종이 위의 산책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1
양철주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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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낮잠이 필요하지만 자고 싶지 않은 아기는 엉엉 울며 내게 안겼다. "안 잘거야~" 하지만 아기는 이내 눈을 감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조용히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나른한 가을 날의 오후였다.

작가는 자신이 하는 필사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연필과 종이 이야기도 한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연필에 그렇게 다양한 브랜드와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내게 연필은 집에 늘 있는 것, 혹은 미술용 4B연필. 그뿐 이었다.

글을 읽으며 나는 상상했다. 작가가 중앙공원에서 샀다는 그 빈티지 연필을, 끝이 날렵하게 깎인 연필을, 내가 좋아하는 약간 까끌한 종이 위에 꾹꾹 눌러써서 자국을 남기는 상상.
나도 가끔 필사를 해보곤 했지만 그저 책 한 권 당 몇 줄, 내가 가장 인상깊었다고 생각한 부분 뿐이었다. 책 한 권을 온전히 필사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p.147
[필사가 즐거운 이유는 아름답고 힘이 되는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만족감을 자주 느낄 수 있다면 축복이다.]

예전에 닮고 싶어서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외운적이 있었다.(아, 물론 중도포기했지만) 외워서 입밖에 꺼내면 그 문장이 마치 내 것인 것 처럼 느껴지는게 좋아서 한건데 그 책으로 필사를 해 볼까? 책을 어디에 뒀더라...

p.156
[필사는 작품에 접근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더 많은 작품을 읽으려는 성급함 없이 이제는 더 깊이 느끼고, 더 천천히 둘러보겠다는 마음만 남았다. 나는 다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느림과 느릴 때에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예전에 슬로리딩 스터디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책 한권에 온전히 스며들어 깊이깊이 그 감정을 곱씹을 수 있어서였다. 다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때가 된 것 같다.


한줄 평: 아주 얇은 책, 하지만 가볍지 않은 책으로 이 가을, 필사를 해봅시다!

책키라웃과 구름의 시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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