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 어떻게 낳을까 고민하는 예비 엄마를 위한 임신 출산 포토 에세이
오오노 아키코 지음, 이명주 옮김, 미야자키 마사코 사진 / 브렌즈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본인 산부인과 의사가 쓴 책이다.  

 우리도 지금 그렇게 되어 가고 있지만, 일본 고령화 문제는 깊고 오래 되었다. 방송에서 보았는데 일본에는 노인교도소가 따로 있다. 대개 먹을거리를 훔치거나 좀도둑 같은 잡범들인데 그들은 교도소에서 주는 밥을 먹고 가까이 있는(교도소 안에 있는)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으며 지낸다. 집보다 낫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해외여행을 다니며 즐겼고 그런 사진을 가지고 있는 어느 할머니도 노인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일만이 바깥나들이이고 그나마도 넉넉히 살 수 없다.  

 우리네 신도시처럼 일본에 신도시가 생길 때는 60대 1 경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그 집값은 떨어지고 둘레 상점은 장사가 잘 안된다.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하루 2500엔 내고 pc방에서 지내는데 라면을 전자렌지에 끓여 먹고 나면 그 날 번 돈은 다 쓰게 된다. 미래가 없는 것이다. 한 젊은이한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니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할 수가 없는 처지 때문이었다. 결혼을 못하고 비정규직에 일용직으로 떠도는 젊은이들 때문에 또 출산률은 떨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하나 가지고 복지가 과잉이니 마니 떠들썩한 우리는 과연 십 년 앞은 내다 보고 있는 것일까?  

 결혼식 날 신랑 얼굴을 처음 봤으며 심지어 여러 시형제들이 앉아 있으니 며느리들끼리 어느 것이 내것이요 하고 물었다는 우스개를 하는 할머니들. 그 할머니들은 아이를 네 다섯이나 열 명까지 낳아 그저 길렀다. 그런 세대와 신의 영역을 건드리며 아이도 선택하고 결혼도 선택하는 세대가 지금 함께 섞여 있기에 아직은 낮은 출산률이 폭탄으로 터지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한테 일본이 처한 현실은 낯설지 않다.  

 이 책을 쓴 의사가 첫머리쯤에 쓴 이야기는 참 건강했다.  박사과정을 막 마쳤을 즈음에 가진 아이를 아주 어렵게 낳았는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물론 한 아이만 낳긴 했지만 다시는 낳지 않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그때 아이 낳는 게 다 그렇지 뭐, 어쩔 수 없어하고 체념했다면 지금 모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는 대신 그는 산과의가 되기로 했다고 했다.  

 나도 아이를 낳으러 간 병원에서 어쩌면 이렇게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바가 없을까, 연속극에서 아기 낳은 것을 본 장면이 다라니, 하고 한심했던 생각이 난다. 셋째 아이를 낳은 병원은 모유수유를 권한다고 교육까지 하면서도 아이한테 젖 물리는 시간을 정해 두었다. 하지만 젖은 하루에 몇 번 정해진 시간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먹지 않은 젖은 탱탱 불어서 산모를 고통스럽게 하는데 어느 유축기보다도 아이가 빠는 힘이 가장 세고 부드럽다. 아이가 아무 때나 먹어줘야 젖몸살이 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몸만 추슬려 퇴원을 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출산할 때는 기다려줘야 하고 전문가가 꼭 옆에 있어줘야 한다거나. 되도록 임박해서 병원에 늦게 가는 것이 낫다거나(병원에 가는 순간부터 아무 것도 못 먹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되면 기운이 빠져서라도 아기를 낳기 어렵다.)하는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일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나 또한 겪은 것이었다.  

 이 지은이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하니 참으로 건강한 태도다.  

 그러면서 재미있게도 늘어나는 아동학대와 동물학대는 무엇을 뜻하는지 따져 보았다. 해마다 일본에서 버린 동물들은 공식기록만 36만 마리이고 아이를 임신중절한 수는 29만명 정도라고 한다. 또 개와 고양이 수만 더해도 2160만 마리로 추정하는데 장수벌레와 같은 벌레를 키우는 것까지 하면 그 수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신생아는 백만이 조금 넘고 열다섯 살 안되는 아이들은 1770만 쯤이라고 했다.(2005년) 여기에서 개와 고양이 수가 아이들 수보다 20퍼센트 넘는다 치면 버리는 건수도 임신중절 건수를 비슷하게 넘는다고 눈여겨 본다. 아이와 동물을 비슷한 마음으로 키우고 처분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데 내가 볼 때, 여기에 임신중절 뿐 아니라 아이를 버리는 수, 학대하는 수까지 포함하면 비극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굳이 출산은 신비롭다거나 하는 것을 알려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후배 산부인과 의사가 아기를 낳는 경험을 보면서 아무리 전문가라도 역시 출산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배웠다는 고백이나, 산모가 누워서 아기를 낳으면 아기도 바닥을 보면서 산도를 빠져나오지만 산모가 업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낳으면 부처님 같은 아기 얼굴을 보게 된다는, 살아있는 경험을 말해준다.  

 또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지적으로 인간은 어느 생명체보다 지능이 발달했지만 가장 흉폭하고 어리석다고 보는 것이다. 욕망이 끝없이 커져서 인간이 자연이 다스리는 이치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행동한다. 환자 개인이 갖고 태어난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아 건강이 나빠져도 그 불운을 의료에 책임떠넘긴다고 한다. 그것은 환자한테 위압하며 대하지 않는 것이 지나쳐 '환자님'이라 부르고 기술과 시스템으로만 대응하려 한 결과라고 한다.  

 교사가 학생을 대할 때도, 교사가 도와줄 일과 스스로 애써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 대목에서 든다. 줄탁동시처럼 말이다. 우리 아이를 기를 때도 그래야 하는데 아이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고, 빨리 깨어나는 게 좋으니 어서 알에서 나오라고 껍질을 두드리고 깨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들이 대충 이와 같다. 생각이 많이 나게 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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