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머리에 불을 댕겨라 - 내 아이의 잠재력을 9배로 키우는 9가지 가치 수업
레이프 에스퀴스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하필 이 책 첫 이야기가 시간개념이다.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왔던 시간관념이라는 말.  

 나는 야행성이라 방학이면 밤과 낮을 바꾸어 지낸다. 쉬는 토요일을 앞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오늘처럼 내일부터 재량휴업으로 쉬는 날을 앞두면 밤을 즐거이 깨어 보낸다. 그래서 시간 맞춰 아침에 학교 가고 출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더구나 학원에 많이 의존하지 않고 세 아이를 기르다보니 늘 이 아이, 저 아이 챙기느라 넉넉하고 여유있게 출발하고 기다려 주기 어렵다. 운전할 때도 조심하려고 애쓰지만 서두르게 된다. 그래도 직장 안 다니며 한 자녀 기르면서 늘 대기하는 학부모 자녀들과 달리 우리 아이들은 모든 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  

 고등학생일 때는, 특히 고 3 때는 왜 그리 잠이 달던지. 그래서 나는 고 3 때도 아침 자습이라는 걸 하지 못했다. 내 마음으로는 좋은 몸 상태로 공부를 집중해서 해야지 꼭 아침자습에 야간 자습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내 몸은 그것을 실천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인솔해 정동진과 영월 단종이 유배 갔던 청령포로 간 적이 있었다. 같이 지도하는 선배 선생님은 언제나 미리미리 나서는 분이라 우리는 배까지 타고 청령포에 갔지만 단종의 흔적을 느껴보기도 전에 5분 동안 둘러보라는 말에 서둘러 다시 돌아왔고 기차를 타러 가서는 50분쯤 기다렸다.  

 얼마 전에는 333프로젝트라 해서 교수들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분들이 연말까지 만 명이 4대강 지역을 답사하도록 하는 체험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 우리들은 낙동강 지천이고 바다처럼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내성천도 갔다. 그곳에서 그 날 운좋게 따뜻한 날씨였던 11월 토요일이어서 양말 벗고들 시내로 들어가 발을 담갔다. 아이들은 제첩도 구경하고 물장군도 보았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일은 이렇게 시원한 감각과 느긋한 시간으로 아이들한테 새겨졌을 것이고 함께 갔던 어른들 모두 마음에 새겨졌을 것이다. 그날 아무도 재촉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낙동강을 파헤치는 공사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해가 지는 바로 그 순간도 함께 감상했다. 장엄한 자연 아래에서 힘이 없는 듯이 파헤쳐지고 있는 저 강이 언젠가는 바베탑처럼 우리 교만을 무너뜨리려고 살아날지 모른다. 아니 그래 준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8시 예상이었던 도착시간이 11시로 되었지만 함께 갔던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하였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놀 때도 나는 옛날 내가 놀던 때를 생각해,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이 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는 법이고 그래야 제대로 놀면서 협상도 배우고 배려도 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자습 시간만 해도 그렇다.  

 아홉시부터 공부하게 되어있으면 5분이나 10분 전에 오면 되지, 무심코 흘려 버리는 시간도 많으면서 왜 8시 30분까지 와라, 40분까지 와라 하는지 알 수 없다. 한자를 열심히 가르쳐 주셨던 우리 아이 담임처럼 무언가를 아이들 성장과 변화를 위해 하시려고 한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통제하고 일방적으로 약속한 다음 지키게 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규칙을 정해놓고 그것을 약속이라 하는 것도 참으로 이상하다.  

 내가 이런 일에 관심이 있다보니, 언젠가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미국 어느 곳에서 야행성인 청소년을 위해 오전 오후반처럼 (시각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8시 30분과 10시에 학교를 시작하는 것 가운데 고를 수 있게 했다는 거였다. 전에 미국 동부쪽 교육을 체험한 사람이 쓴 책에서 읽었는데, 그가 자녀를 보낸 학교는 날마다 오렌지 주스와 우유 가운데 골라 마시게 한다고 했다. 수요가 다르니 번거로울 수 있는데 그것을 날마다 마음대로 고르게 한다고 했다. 또 급식도우미를 학부모들이 했나본데, '너 이것 먹겠니?"하고 물어보지 않고 그저 담아주는 사람들은 오직 한국사람들 뿐이었다 한다.  

 채널이 너무나 많은 미국 어린이들은 텔레비젼에, 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학원에 잡혀 있을 것이다.  

에스퀴스 선생님이 학생들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이려 하는 것은 참 좋았다.  

 그래도 역사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과 시간개념은 좁은 경험을 일반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시간개념을 강조하지 않는 나는 사실 역사를 아주 사랑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서평을 쓰셨기에 나는 이런 내용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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