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함께 읽는 청소년 한국사 1 - 구석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오정윤 지음 / 창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신채호선생님은 조선상고사에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여도 자료가 많지 않아 어렵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각 역사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들어보이기도 하셨다. 게다가 고구려와 발해 땅이던 곳을 둘러보시는데 여비가 모자라 제대로 다 둘러보지 못하고 광개토왕비 탁본도 일본사람이 해서 파는 것을 사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 둘러보지 못하고 집안현쪽을 보았는데, 게다가 중국 사람들이 그 망치고 부수는 정도가 안타까웠으나 그것만으로도 우리 역사터가 가지는 장대함을 느끼고 알 만했다 하셨다.  

 그 글을 읽으면서, 자식들이 굶고 있다는 편지를 감옥에서 읽고 고아원으로 보내라 하셨다는 그 피눈물나는 정황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옥사하시기 한 해 전에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친일 친척이 보증하여 나갈 수도 있었는데 친일파에 의탁할 수 없다며 나가지 않았다 하니 그 추상같은 실천이 또한 두려우면서도 그리운 요즘이다.  

 오정윤 선생님 책을 읽으면 신채호 선생님이 떠오른다. 책 곳곳에 뿌려져 있고 돋아나 있는 역사인식과 그것을 심어주고 해석할 근거를 찾게 하는 문장들. 마치 신채호 선생님이 못 다 하신 일을 이어받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장수왕이 평양으로 천도한 것도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고 논술 생각나무 키우기에서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은 앞에 서술된 글에서 찾을 수도 있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에서 소개하는 책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짤막한 한 줄 역사나 제목들이 생각을 자꾸 건드리고 자라게 한다. 

 '폭풍보다 거센 철기의 힘, 세상을 바꾸다'나 부여는 왜 고대왕국으로 발전하지 못했을까 같은 제목들은 다 알고 있는 역사 사실에서 보태지도 않았지만 생각하는 방향을 바꾸어 더 깊은 결론에 이르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답답한 것이 이 다음 지식으로 나아가려면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오정윤 선생님은 그 궁금증을 알뜰히 풀어주시며 그 나아갈 길도 안내한다.  

 게다가 신채호 선생님이 하고 싶으셨을 일, 넓은 고구려 발해땅을 직접 해마다 밟는 일을 하시며 모아온 사진들이 이 책을 풍부하게 한다.  

 몇 해 전에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오랜만에 맡은 나는, 다음 해는 6학년을 맡을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여러 가지로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수많은 공부와 연수를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초등교사가 해야 할 영역은 왜 그리도 넓던지. 그래서 나는 사회과연수를 받으러 갔다. 6교시 수업을 마치고 또 연수를 받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 때 만난 서울시교육청소속 강사였던 오정윤 선생님은 나와 우리 아이들한테 많은 변화를 주셨다. 그 때부터 시작한 역사공부는 6학년 아이들과 연대감을 가지고 인성교육도 시킬 수 있는 수많은 근거 사실들을 주었다. 그 아이들과 가을내 부르며 발표회 연습을 했던  광복군가는 우리들 가슴을 뛰게 했던 즐거운 추억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을 설명하는 인문학교실에서 마르께쓰는 그들 역사와 문명에서 오는 고립성, 정체성들이 주는 깊이 모를 고독을 책에서 형상화 한 것이라고 선생님은 설명하셨다. (마치 채플린이 그 당시 인기있던 히틀러를 풍자하며 독재자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그것이 예언이 되었던 것처럼 예술가가 민감한 촉수로 받아들이는 사회현상은 그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위대한 예술가는 또한 역사에서 비껴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 그와 견주어 우리 역사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끝없이 살아나고 돋아나며 일어서는 민중, 민족의 건강성에서 자신감을 얻어가지게 한다. 그래서 선생님과 하는 역사 공부, 선생님 책으로 얻는 역사 생각은 행복하다.  

 또한 선생님은 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늘 그것을 공인받는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사검정시험문제를 가까이 두고 설명하셨다. 이 책에 바로 그런 배려가 숨어있다. 수능, 검정시험이 연도까지 표시되어 있다. 중요하고 시험에 많이 나는 역사 사실은 그 시험 횟수로도 미루어 알 수 있게 하였다.   

역사는 사실에서 시작하지만 사실로 끝나서는 역사가 아니라고 본다. 진정한 역사는 튼튼한 근거에 뿌리를 둔 상상력으로 복원되어야만 사실에서 시작해 서로 관계가 살아있는 입체로 드러나 오늘날을 있게 만든 진정한 시대상황을 알게 하고 시대정신을 꿰뚫어 읽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시작을 이 책으로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으로 선생님 강의를 듣는다면 꽉 차있으면서도 읽는이에게 남겨둔 그 빈자리를 더 즐겁게 채울 수 있을 듯하다. 이제 나는 동대문운동장역 작은 한옥으로 선생님 강의를 들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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