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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해전의 파도 소리
김근희 지음, 이담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워낙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기에 이 책 제목을 보고, '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이 위대한 싸움을 소재로 만든 그림책은 없었구나.'했다.
이 책은 먼저, 그림이 멋지다. 하나하나 이런 느낌이 나도록 하려고 참으로 애썼겠구나 생각이 든다.
글을 읽었을 때, 글은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고, 위인전 한 부분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이라면 예술스러운 맛이 나야 하지 않나. 작가의 말이나 소개글에 보면 '백성 모두 한마음으로 절실히 힘을 모을 때 세상을 치유하는 '기적의 힘'이 나온다고 해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임진왜란 설명이 나오다가 (1592년 왜군이 쳐들어 온 이야기) 갑자기 1597년으로 뛰어넘어 그 사이에 이순신 장군이 파직되고 다시 나가는 일이 다 일어났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준비하려고 보니 배는 열 두 척밖에 되지 않는 형편이었다.
그런 설명이 있고 나서 바로 여랑이 가족이 주고받는 말이 나오니, 작가는 이 전쟁의 주체가 이순신장군만이 아니고 이름없는 백성들이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지만, 갑자기 이 사람들이 왜 나타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이야기 흐름을 끊었다.
가장 중요한 장면. 열 두 척 배로 전쟁을 이기게 되는 그 지점. 그 지점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없다. 단지 '그들은 이순신 장군을 하늘처럼 믿고, 장군과 한마음이 되어, 오직 장군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다.'고 했는데 그 다음 순간 몇 장 그림이 멈춤화면처럼 나오고 적장의 목을 베면서 승리할 기색이 돈다. 과연 이순신 장군을 하늘처럼 믿고 그대로 따른 것이 역사에 이름도 남지 않은 영웅들 때문에 이겼구나 하고 생각하게 할 단서가 되어 줄까? 그렇다면 그 앞에 우리가 졌던 모든 싸움은 장군을 하늘처럼 믿지 않고 따르지 않아서인가? 지금은 성공한 싸움이라 그 덕을 돌릴 수 있지만 져버린 다른 싸움에서도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는 원인. 그것을 보여주어야 성공과 실패를 함께 질 수밖에 없는 지도자와 백성의 관계가 또렷이 드러난다.
이래서 아이들한테 읽어주다가 나중에는 그저 그림만 보여주고 그림책보다 훨씬 많은 설명을 나 스스로 넣어주어야 했다. 제목과 그림만 보고 신나서 시작한 책 읽어주기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은 이순신 장군이 썼던 작전을 그려넣을 수도 있고, 당시 우리 배가 일본 배보다 작지만 빠르기에 오히려 좁은 바다에서 훨씬 유리했다거나 하는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이긴 배경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았나 한다.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바로 그러한 관심과 그 관심의 성공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이 그림책을 즐겁게 읽고 작가가 바라는 대로 이름없는 모든 사람까지 훌륭했다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긴 역사 속에서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아는 듯 하지만, 또한 정확하게 안다고 볼 수 없는 이 자랑스러운 기록을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힘써 그려낸 것이 참 좋다. 우리는 이 책이 가진 성공과 실패를 딛고 또 그 다음 책이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