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머니 평화그림책 1
권윤덕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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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할머니가 위안부라는 걸 알았을 때, 그 이야기를 어떻게 그림책으로 풀어낼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겉장을 넘기면서 그림에 가득찬 무기와 그 사이사이 꽃. 점점 믿음이 생긴다. 그냥 믿고 천천히 지은이를 따라가면 될 듯했다.  

 열세 살 무렵 나물을 캐다 일본군에 끌려가는 언니와 꽃할머니. 꽃할머니는 언니와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그 뒤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고, 전쟁터로 끌려다녔다. 그렇게 끌려다닌 곳, 일본군위안부가 확인된 곳이 동남아시아와 중국 지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그림은 참으로 충격이었고, 30만으로 추정되는 그들 80~90%가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이었다니 피가 끓을 판이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고향마을을 조심스럽게 보지만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반겨 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는 그림이 참으로 서글프다.  

 지금도 끊임없이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꽃할머니가 겪은 아픔은 베트남에서 보스니아에서 지금 콩고에서 이라크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말로 이 책은 끝나면서 끝나지 못한다.  

 스무 살 때, 지은이는 위안부가 무엇인지 책에서 처음 읽고 그 뒤로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 나로서는 부끄럽다. 삼 년 전 스케치를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아팠다고 하는 말과 수도 없는 참고자료를 보니 이 책을 만드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겠다.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을, 쓰고 버릴 물건처럼 쓰다 버리는 비열한 무리들이 지나간 일을 뉘우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지구 곳곳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이 어린 그들 자신이 결정한 일이었다 해도 그것은 씻을 수 없는 범죄다. 더우기 대부분 식민 조선 여성들처럼, 꽃할머니처럼 그 결정에 자신이 아무런 참여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죄값을 아무도 치르지 않았다면 어떠할까.  

 마음에 깊이 와 닿는 경건한 노래와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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