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생님이 된 CEO - 성공한 CEO, 빈민가 교사가 되다
토머스 M. 블로크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책이 'To Sir With Love'같은 식으로 감동스런 장면을 보여주려는가 하고 짐작했다.  

 물론 이 책에도 그에 못지 않은 감동이 있지만, 이 책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책에는 교사가 하는 실패와 성공, 교육제도, 학교 설립과 운영, 깊어지는 소득불균형, 교사양성제도 같은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있다. 그것도 지은이 경험과 맞물려서 말이다.   

 나는 인생을 준비하는 첫 마당에 자기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 직업을 미리 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살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 수도 있고 그것을 받아주고 밀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더 높은 가치를 찾을 수도 있고 자기한테 맞는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어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님은 농협 직원이었다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부러워 선생님이 되셨다. 아마 교원양성소를 거치셨던 것 같다. 이오덕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우리 교육계는 셀 수 없는 손실을 - 손실인지도 모르고 - 입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그 어느 학자보다 더 정확하고 깨끗한 눈으로 교육이 가진 문제를 짚어내셨고, 어느 운동가보다 많은 일을 해 내셨으며 글을 짓고 있는 아이들이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셨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시작하셨던 것이다. 교육사상가로서 이 시대를 읽어내고 이끌어 가셨다.  교직을 개방하는 일에 나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지만 이 책 끄트머리에 있듯이 좋은 교사교육제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CEO가 수학선생님이 되었다고 한들,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조금은 예상했던 대로, 지은이 블로크는 선생님이 되는 것도 역시 사람을 경영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이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전문지식도 풍부한 선생님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경영능력이 얼마나 교직에 중요한가를 생각한다. 학생들을 존중하고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것 만큼이나 민감하게 잘한 행동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역시 부모한테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이다.  

 그는 빈민가 흑인이 많은 지역에서 가르치면서 교육이 실패할 때, 학생은 교육을 가벼이 여기고 폭력, 마약, 파괴 행동에 가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부모들도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교사일은 단지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며 실패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를 견디고 싸워 이겨 성공하는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했다.  

  그는 단지 가르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차터스쿨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수학을 가르치는 일도 계속한다. 준비하지 않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대학입학을 준비하기 어려워 7학년부터 입학하던 학교에 유치원까지 꾸리게 된다.  

 그 학교는 자동진급제가 없고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같은 학년을 다시 다니던가 아니면 전학을 가야 한다. 그는 '기대치가 낮은 상태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에는 허용하고 받아주고 어떤 때에는 기대치를 높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많은 교사들, 부모들에게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허용해야 할 때 기대치를 높여 동기를 꺾고, 기대치를 높여야 할 때 그냥 허용해 낮은 기대치 안에 아이를 가두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심'에서 나오고 '전문능력'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수많은 교육자들 이름과 상황에 알맞게 끌어다 쓴 '그들이 한 말들'이 나온다. 블로크가 교육자가 되기로 하면서 얼마나 많은 교육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이런 활동을 보면 그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여전히 CEO였다는 생각이 든다. 되풀이 되는 걱정과 염려에 지쳐 뭔가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선생님이 되어서도 이런 말을 듣는다.  

 "난 걱정 안해. 자네가 내 대신 모든 걱정을 다 해주니까." 

 함께 학교를 경영하는 삼촌 바넷이 한 말이다. 그래서 최고 걱정꾼 노릇- 그것이 그가 평생 짊어져야 할 멍에처럼 보인다고 썼다. 그래서 그는 선생님 월급이 요구되는 능력에 견주어 적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가끔 연극을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가르치는 일-이 저런 건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연극에는 도와주는 장치가 너무나 많다. 수많은 일꾼들, 조명, 대본, 여러 배우들. 블로크는 바로 교사가 하는 일이 대본도 없이 하루에 여섯 시간씩 연극을 해내는 일이라고 재미있게 썼다. 교직 생활을 어느덧 십삼년 쯤하고 있다고 했는데 워낙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경험이 대부분 경영에 관계된 일이라 그런지 판단과 직관이 빠르고 일을 크고 넓게 보고 있다.  

 교육실패가 정치와 관련되어 있고, 국가 차원에서 걱정하고 풀어나가야 할 복잡한 문제들과 얽혀 있다는 걸 밝히면서도 그는 티쿤 올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바꿔 나가야 할 의무 때문에 근본에서 교육과 꿈은 인간스러운 일이고 그 꿈을 실현할 의무,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도시교육대학을 보기로 들면서 교사양성교육이 의사교육만큼이나 엄격하고 철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생이 가지는 뜻은 무엇인가?'하는 물음을 스스로 물으면서 달라이라마가 한 대답을 읽는다. 

 "행복하고 유용한 존재가 되는 것 To be happy and useful." 

 또 블로크 자신의 아버지가 한 연설을 덧붙인다.  

 그 연설에는 마틴 루터 킹이 한 외침이 들어있다.  

 비겁함은 "그것은 안전한가?"를 묻습니다. 

 편의주의는 "그것은 적절한가?"를 묻습니다.  

 허영심은 "그것은 인기 있는가?"를 묻습니다.  

 그러나 양심은 "그것은 옮은가?"를 묻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안전하지도 않고 알맞은 한도를 넘어서고, 인기 있지도 않은 일을 옳기 때문에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음 세대 앞에 서 있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말 옮김도 아주 자연스러워 읽기 좋았고, 장 끝에 요약을 덧붙인 것도 좋았으며 겉장에 다 지웠지만 흔적이 남아있는 칠판 그림까지 좋았다.  

 멋진 지은이가 지은 좋은 책으로 깊이있으면서도 소설처럼 즐거운 여행을 마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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