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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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콘서트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무슨무슨 콘서트에 이 책이 하나 더 보태진 듯 하지만, 그 콘서트라는 말은 책을 읽을 때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주어 손쉽게 다가가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렇게 읽어 본 이 책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이 책을 이루는 구성이나 디자인을 보자면, 아마 요즘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멋지다고 할 수 있는 깔끔하고 친절한 구성과 디자인이었다. 열 네 사람 지은이들과 주고받으며 꾸린 TV프로를 다시 책으로 꾸며 내었는데 그 열 네 가지 주제가 바뀔 때마다 알맞게 달라지는 색들이 산뜻하다. 중요한 구절이나 시 같은 것들을 또 다시 아름다운 색을 배경으로 따로이 떼어 놓은 것이 눈에 잘 들어왔다. 게다가 말 속에 나오는 작가나 영화, 학자들은 그 옆에 바로 사진을 친절하게 실어놓았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TV를 볼 때, 이야깃거리에 나오는 인물이나 배경을 설명처럼 보여주는 기법과 같다.  

 재미있게도 이 책 거의 끄트머리에 도정일씨한테 사회자가 물어보았던 물음이 바로 '종이책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며 이 책이 가진 TV스러운 친절한 장점을 읽자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도정일씨 대답처럼 종이책은 그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이 TV에서 가져온 여러 장점을 알맞게 책으로 나타내긴 했지만, 역시 종이책이기에 이 책은 그 장점을 우리 손에 쥐어줄 수 있었다. TV 스스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순서, 생각하는 시간을 마음대로 하면서 손쉽게 다시 들여다보기도 하고, 가늠할 것을 가늠하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이렇게 종이책이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증거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를 들자면, 우리가 좋아하는 지식채널e가 있다. 그 짧은 5분 동안 우리는 얼마나 숨을 멈추고 그것을 들여다 보며 수많은 생각을 하는가. 하지만 그 영상도 책으로 갇혀 나와 있다. 역사 스페셜이나 그 밖에 많은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일수록 책으로 나와 있다.  

 그렇게 보면 이 책 또한 좋은 프로그램 하나를, 그 좋은 점을 잃지 않으면서, 또 종이책이 갖는 영원한 장점을 몸으로 입고 나온 것을 느낄 수 있다.  

 내용으로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은 요즘 우리 사회가 마음을 기울여 생각하는 일들이라 낯설지 않고, 깊이있으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최재천씨가 스스로 겪은 일- 통섭이라는 말을 번역하느라 새로이 한자를 골라 붙여 만들었는데 그것이 원효대사가 만든 말이라고 귀뜸을 받았다는 일 같은 것은 통섭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좋은 이야기꾼, 좋은 글쓰기꾼은 겪은 일을 들려준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박정자씨 판옵티콘도 재미있었다. 빛이 권력이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것을 보려한다는 통찰. 그 권력은 국가권력일 수도 있지만, 이웃이나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는 말은 현대 사회를 잘 풀이하고 있다고 느꼈다.  

 정진홍씨는 어디서 뉴라이튼가 하는 데서 읽은 이름이라 경계하면서 읽었는데 매우 균형잡히고 안정되었을 뿐 아니라 튼튼한 이론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해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더니 서로 다른 사람이었다.  

 이렇게 골고루 듣다보니 음악회가 끝났다.  

 음악회는 끝났지만, 이제 우리 스스로 연주도 해보고 연습할 차례다. 인문학은 우리 정신에 밥과 같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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