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의 반란 - 우리가 몰랐던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이솝.정진호 지음, 오금택 그림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이 책이 외국 번역책인가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이 외국책으로 보인 까닭은 Aesop's Fables라는 영어가 덧붙여 있기도 했고, 디자인도 매우 깔끔했으며, 우리 이야기가 아닌 이솝 우화를 직장 생활과 견주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읽으면서 이 책은 책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외국으로 수출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보자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점이 돋보인다.  

 먼저,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생각을 네 장으로 나눠 그에 맞는 갖가지 보기를 들어 설명했다는 것, 또 그것을 깔끔하고 정확한 이솝 우화로 문을 열어 설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찌나 직장생활에 있음직한 고민들을 잘도 건드려 풀어 주는지, 읽다보면 그동안 만났던 동료나 상사들이 이런 타입, 저런 타입 사람들 모습에 겹쳐지면서 떠오른다. 그들은 이러한 까닭으로 이러한 끝을 보리라 하고 미리 알려주기까지 하니 더욱 재미있다.  

 게다가 그림은 또 다른 작가 하나가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줄 만하다. 책 내용을 매우 정확하게 읽고 그것을 아주 창의있게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보다보면 앞 내용이 잘 정리될 뿐 아니라, 책 한 권을 더 보는 듯하여 즐겁다. 그림이 그저 글만 따라가지 않고 보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요즘 보기 드문 그림작가 능력이다.  

 책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것은 '원칙'이라는 말이다. 몇 년 전, TV에 리영희 선생님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는 참으로 오래 걸려 이룬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고 있던 터라, 그 분을 미디어로 보기도 했던 건지. 어쨌든 리영희 선생님은 한 번도 무슨 '주의'가 되려 한 적이 없다는 내용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그 때, 선생님은 '원칙'을 지키고 싶어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신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그렇다. 우리가 훌륭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지키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류가 가진 보편 타당한 원칙과 질서, 우리가 도덕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진리라고 하기도 하는 그 원칙이 삶을 바로 세우고 있을 때만이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는 처세 방법을 하나하나 외우는 것은 어렵다. 이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가는 하나의 원리- 그것은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진실로 대하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 모든 내용도 우리는 이렇게 아우를 수 있다. 이 책에서 하라는 것을 따르려면 우리는 또 이렇게 우리 도덕성과 자기 희생, 자아 존중 이런 것들을 해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이 책에서 가리키는 그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구체로 보이는 일들에서 버릴 것을 버리고, 갖출 것을 갖추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읽던 이솝 이야기까지 다시 읽어 즐거운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