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를 먹겠다고? 사계절 중학년문고 18
토머스 록웰 지음, 고수미 옮김, 권송이 그림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맨 뒤에 나오는 옮긴이 말부터 읽어 보았다. 여러 가지 정보도 알려주고 논리있는 글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옮긴이가 바라는 것이 조금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이 책은 읽는 게 쉽지 않다. 직역으로 보이는 대화글, 영어 문장이 떠오르게 만드는 해석투가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든다. 그것을 어떻게 달리 옮겨야 하는지 하는 대안도 그다지 없지만, 아예 뜻은 비슷하게 하되 더 자연스럽게 옮겼어야 할 듯 하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너무나 천진해서 말한대로 지켜야 하고, 그래서 지렁이까지 먹는 아이들이 아니다. 지렁이를 먹는 동기는 '돈'이고 지렁이를 먹을 수 없다는 데에 내기를 걸고 속임수까지 써서 끈질기게 지렁이를 먹는 아이를 방해하는 아이들도 '돈'때문이었다. 내기에 지지 않으려고 여러 번 지나친 속임수를 쓰는 데는 좀 질리기까지 했다.  

 

 처음 이 제목을 보았을 때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나도 함께 좋아했던 '꼬마 거북 프랭클린'이 생각났다. 프랭클린은 새로 간 동네였던지, 자기가 무얼 잘하는지 생각이 안나서 그만 파리를 한꺼번에 일흔 여섯 마리인가를 먹을 수 있다고 말해버렸다. 프랭클린은 거북이어서 파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한꺼번에 그렇게 먹을 수 없었기에 고민이 커졌다. 그것을 알게된 부모님이 현명하게 충고해 줄 뿐, 크게 개입하지 않고 프랭클린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따뜻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종류려니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 보니, '맨발의 겐'이 생각난다. 그 책은 일본 작가가 쓴 만화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식구를 잃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게 된 겐이 어른이 되어 쓴 책이다. 겐 식구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것 때문에 동네에서 한마디로 왕따를 당한다. 그러다 이장 아들과 싸우게 되는데, 겐은 그 아이 손가락을 끝까지 물어 뜯어 그것을 옆에 흐르는 냇물엔가 던져 버리는 일이 일어난다. 이것은 한 가지 보기이고, 겐이 생각하는 사상이 옳고 공정한데도 거기에 깔려있는 일본 문화라는 것은 매우 '엽기'스러운 것이었다. 전쟁 중에도 '몽실언니'를 도와준 사람들은 몽실언니보다 나을 것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일본에서 겐은 이웃들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런 것이 다른 '민족성', 다른 '문화'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지렁이에 대해 공부도 한다는데, 지렁이를 잡아서 먹는 것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과도 다르다. 우리는 돼지고기를 먹으려고 돼지를 기르다가 잡은 다음, 썰어서 구워 먹는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사서 먹는 것이다. 지렁이는 아이들한테 하나의 온전한 '생명'으로 비쳐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내기로 번 돈으로 형한테 모터바이크를 살 수 있다는 동기 때문에 지렁이를 먹는다. ( 그 형은 동생한테 물려줄 때 왜 돈을 받을까?) 하필 그런 책을 읽고 지렁이 생태에 대해 공부하나? 미국에서도 이것이 정서에 맞지 않는지, 도서관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책이지만, 금서목록에 올린 엄마들그룹도 있다고 이 책에 써 있다.  

 책 끝무렵에 내기에서 지게 하려고 의사 흉내를 내어 편지를 보낸 것까지 읽으면 마음이 서늘하기까지 하다.  

  외국 책인데, 그림은 우리 나라 사람이 그렸을 때, 마음이 좀 그렇다. 물론 이 책이 그림책이 아니었을 터라 그럴 수도 있고, 책을 출판할 때 생기는 문제는 내가 잘 모르지만, 내용을 알기 쉽게 도와주는 친절한 그림은 이 책에 없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차라리 사진을 여러 장면 찍어서 처리한 그림이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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