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돌 구름송이 생각 그림책 3
지미 지음, 심봉희 옮김 / 대교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와 어머니께 바친다는 헌사와 함께 이 그림책은 시작한다.  

이 긴 그림책 그림을 다 그리느라 무척 오랜 시간을 들였을 것을 생각하면서 그것부터 놀란다.  

끝까지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화면마다 가득 채운 멋진 그림, 수수께끼 같이 이어지는 떠돌이 이야기. 이런 것에 먼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같이 읽고 4학년 아이한테 물어 보았다. 이 책이 좋았니? 무엇을 좋게 느꼈니? 

 아이는 아무리 버려도 원망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역시 여러 사람 생각을 듣는 일은 이래서 좋다.   

 나로서는 좀더 생각할 일이 많긴 하다. 내가 읽어 보고, 아이들 읽어주고 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훌륭한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이것저것 짚어볼 게 있다.  

 먼저, 이 책을 지은이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많은 책을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책 하나에 수많은 어느 이야기들 한 장면이 조금씩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보았을 서커스 장면, 바닷가 부두, 감옥. 그런 것은 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이 그림책은 국적을 잃어버렸다.  

나는 모든 책을 보면서 지은 사람 배경, 어느 나라 사람인지, 식구들은 어떤지, 그 책에서 알아 볼 수 있는 정보는 알고 보기 시작한다. 이 지미라는 작가는 대만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에서 대만이라는, 우리와 좀 다른 세계를 느끼고 싶다. 하지만 서커스 장면이나, 부서진 코끼리 조각을 사는 할머니와 일꾼들, 부두에 있는 아이들, 죄수들 옷 같은 것들이 외국 책에 나오는 이미지를 닮았고 대만이라고 알아볼 단서는 그다지 없었다.  

 또한 하필이면 부서지기도 하고 눌려서 더 커다란 땅덩어리 한쪽이 되기도 하는 돌을 소재로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일이다. 그렇구나 하고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리워하는 일말고는 스스로 하는 일이 없는 돌이 희망을 가지고 있다가 바람에 날려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책에서 말한 대로 간절히 바란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주기 어렵다.  

 또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자연스러운 입말을 놓치고 딱딱한 한자말을 넣은 곳이 여기저기 있어서, 읽어줄 때 그것을 바꾸어 가며 읽어야 했다. 그것까지 마음에 두고 책을 만들어 준다면 좋겠다. 그림책 작가가 애써 이룬 성과를 옮긴이가 또 조금 깎아내리면 미안한 일이고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한테도 좋은 글 본보기가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마치 그림 전시회에 다녀온 것처럼 수많은 멋진 그림을 본 느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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