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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없는 세계사 ㅣ 세계 역사 바로 알기 1
데카 옮김, 로버트 버드 그림, 스티븐 크롤 글 / 내인생의책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책에도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는 나한테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그 이야기에 수많은 선택과 버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주 아주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하던 꿈은 이제 수많은 사실을 뚫고 바른 해석을 내리고 싶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말했던 네 민족'이라고 제목을 바꾸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고트족과 훈족, 바이킹, 몽골족 역사를 다르게 보고자 하는 책인데 우리한테는 사실 크게 새롭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뚝뚝 끊어진 자기네 나라 역사를 거란족, 몽고족, 만주족들 역사로 이어붙인 다음, 둘레에 있는 민족은 모두 오랑캐라고 말하는 중국 옆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과연 야만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어떤 일이 되었든, 부끄럽든, 그렇지 않든 사실을 바르게 쓰고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그것은 야만을 넘은 문명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부끄러운 사실은 고양이 똥 덮듯 덮어버리고 자기네 편하고 이익이 되는 일은 부풀리고 구부려서 퍼뜨리는 야만스런 민족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 하고 자랑스런 일을 기억하는 문명의 역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이야기들도 역시 이것은 우리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서 걸러 가면서 보아야 할 듯 하다. 등자도 고구려의 발명품이고 보면 그들이 그것까지 알아 주기를 바라기에는 우리 노력이 모자란 것이겠지.
서양 사람들은 징기스칸 같다고 하는 것이 매우 잔인하고 야만스러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니, 남의 민족 역사에 길이 남는 지도자를 대하는 예의에 어긋나 보인다. 그래도 경주에 가서 사라진 황룡사 9층탑이 새로운 높은 건물에 빈 공간으로 세워진 것을 보면, 한번 야만인들이라고 욕하고 싶은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영토를 본다. 몽고땅을 본다. 알렉산더에 견줄 수 없는 드넓은 땅을 차지한 정복의 역사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듣고 보던 소련은 어떤가? 헐리우드 영화에 악당을 대표하던 그들이 쪼개질 줄이야?
이런 냉엄한 역사를 잊지 말고 우리는 이 땅에 달라붙어 있을 게 아니라, 잃어버린 우리땅도 잊지 말고 다가올 변화의 역사도 준비하는 눈을 가지는 게 어떨까?
고구려 후예로서 이 땅은 좁다.
게다가 잘린 허리가 더욱 거추장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