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있던 세계를 살려내는 이야기 힘

천하무적 조선소방관 ㅣ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8
고승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09년 10월

  이 이야기는 남다른 소재를 재미있는 말투로 쓴 이야기와 그림에 잘 녹여내었다. 불이 나서 궁궐이 탔다는 것도 알고 백성들 집도 불이 많이 났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떻게 껐는지, 어떤 관청이 있었는지 모르던 사실이다. 뒤에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이 책이 가진 목적을 이루기에 더 쉬웠다.  

 우리말을 잘 살려 써낸 글도 훌륭하고 곳곳에 이야기 다루는 솜씨를 간직한 그림도 훌륭하다. 처음 시작할 때, 고요해 보이는, 멀찍이 떨어진 성곽에 서 있는 병사가 불귀신이다!하고 소리치는 장면은 이야기 시작으로 시워해서 좋다. 불귀신 표현이나, 방을 읽는 사람들이 글을 못 읽어 까막눈 타령을 하는 장면에 있는 눈 표현 같은 것들이 재미있다.  

 글이 어색한 곳이 있는데, 멸화군을 뽑는다는 방을 보고 "먹고살기도 바쁜데 멸화군은 무슨!"이라는 말은 멸화군이 돈을 받지 않고 일한 듯한 느낌을 보이고 있어 이상하고, 사람들이 콧방귀만 풍풍 뀌었다고 했는데 바로 그 다음 장면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모였다고 하니 이상하다.  

 게다가 그림에도 사람들이 너무 머리통이 세모 네모이기 보다 상투를 꼭 틀고 (단발령에 반발했던 우리 조상들이니), 아니면 더벅 머리도 되겠지만, 머리 모양은 좀 살리는 게 나을 것으로 보인다.  

 오합지졸같던 멸화군도 처음에는 실수를 하다가 그래도 훈련받고 연습하고 준비해서 나아지는 모습이 재미있고 마지막에 궁궐에 불이 난 것을 끄면서 이야기가 끝나지만, 왠지 이 글에 '이야기'가 없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옛날 이야기처럼 현재형으로, 말하는 투로 이야기를 잘 이끌었지만, 이야기가 없다고 느껴지는 까닭은 다른 옛날 이야기와 달리 이 이야기가 공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이라 그저 옛날 도성 한양에서로 시작하기보다 어느 시대 한 기록을 끄집어 내어 자세히 알아보는 방식이어야 낫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이 기운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서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다. 이야기 세상 한 구석을 넓혀준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