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박남정 글, 이형진 그림 / 소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언제 자기 일을 열심히 할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가 아닐까?  바꾸어서 어린이는 언제 자기 일을 열심히 할까? 자기가 하는 일-공부든 무엇이든 그것을 해야 하는 까닭을 찾았을 때가 아닐지. 이 책에서 우리는 그런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이끌어가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다.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잘, 열심히 달릴 수 있을까? 그러다가 어디로 왜 달려야 하는지 갑자기 알게 되었다. 우리 몸놀림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마치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 왜 달려야 하는지 모르는 어린이들한테 길을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장 볼 때는 자전거길을 만드는데 매달리는 어린이들이 공부에 손해를 보는 것으로 부모나 둘레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지만, 책 끄트머리에서 밝혔듯이 어린이들은 디자이너가 될 꿈을, 작가가 될 꿈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꿈, 그리고 민우와 같은 꿈-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달리려는 꿈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세상이 이렇게 참여하는 곳이라는 걸을 깨달은 어린이들은 더 넓은 세계를 열어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음이 찡하게 울리는 멋진 책이었다. 더구나 우리 학교에서 자전거 타고 오는 것을 막는데도(그나마 안전하고 심지어 자전거길이 인도에 있기까지 한) 깊이 생각한 적 없이, 단지 왜 막을까 하고 생각해보고 끝낸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자전거 전문가까지 불러 설명을 듣는 모습도 사회탐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좋은 공부였으리라. 배선생님과 어린이들, 부모님들, 서울시 모두 함께 한 아름다운 결과이고 지은이가 이것을 책으로 낸 것과 매끄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끈 것과 또 어린이들을 어린이답게 보여주는 이형진 그림작가님 그림까지 아주 좋은 책을 우리가 갖게 된 것으로 뿌듯해 하고 있다. 위기철 작가님이 쓴 '무기 팔지 마세요'에서 세상에 참여하는 멋진 모습을 꿈처럼 보았던 뒤로 다시 한 번 갖게 된 기회였다. 

  단지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책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하는 말들이 그대로 나온다. 그렇게 하면 이런 책을 본 어린이들은 우리가 어떤 말을 지어서 하더라도 책에 그대로 나와도 되는 말이 될 것이라고 느낄 것이다. 초딩이라는 말에 우리가 익숙해져야 하는지, 황소 대신 황카우, 여걸 쓰리 이런 별명을 그대로 책에 써야 꼭 학교 현장으로 느낄 것인지 그것을 한 번 생각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요즘 우리 어린이들까지 좋아하는 가요에는 보통 영어 문장이나 낱말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어린이들이 읽는 이와 같은 이야기에도 영어 낱말과 문장이 들어가는 날이 올까?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참여하고 바꿀 수 있다고 배우는 어린이들이라면, 우리가 하는 말부터 애쓰고 가꾸고 가려 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린이들이 읽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이 더욱 먼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말을 늘 가려 쓰고자 하고, 국어 교과서에서 어떤 말을 우리 말로 바꿔야 하는지 공부하다가 짚어나가는 우리 반 아이들은 별명이 많지는 않지만 부처님, 나무, 경국대전, 교수님, 영재(이름이나 행동 때문에)들이다. 말이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볼 때, 우리가 쓰는 말을 우리가 애써 가꾸고 다듬는 것은 우리 정신을 다듬는 일과 같다. 그것이 많이 아쉽다. 이 책이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한 가지 장점을 덧붙이자면, 마지막에 있는 자전거 역사도 무척 잘 읽었다. 왜냐하면 그것마저도 너무 재미있게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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