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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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신을 증발시켜야 한다. 근육에서 힘을 빼고, 당신의 영혼이 흘러  

나오는것을 느낄 때까지 숨을 내쉰 다음, 눈을 감아 보라. 그것이 요령이다.  

그러면 당신 몸 속의 공허함이  당신 주위의 공기보다 더 가벼워진다.  

조금씩 조금씩,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더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팔을 펼치고, 당신 자신을 증발시켜 보라. 

그러면 조금씩 조금씩 당신은 땅 위로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 



폴 오스터를 만난건 이번이 세번째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건 지금으로부터 5년전 '환상의 책' 과 '개'라는 두 권의 책이었다. 

그 당시는 폴 오스터는 그리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신인 작가에 

불과한 사람이었다. 

늘 새로운 작품에 관심을 가진 나로써는 당연히 그의 작품을 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새로 떠오른 그의 작품이 나를 이끌었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처음 접한 그의 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환상을 갖게 하고, 

뜻하지 않은 결론으로 나를 너무나도 당혹시켰고,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해서 

나를 그 두권으로 그를 더이상 알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 '그림자 살인'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 

공중곡예사라는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철저히 그를 배제하고 다른 작품에만  

몰두했을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그의 작품에 다시금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다시 그를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었기 때문이고, 사실 책을 구입한지 2달이 지나도록 그저 눈여겨본 작품에 

지나지 않았었다. 

이렇게 서두가 긴 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을 거부하려던 내 마음에 다시금 새로운 

도전정신을 갖게 한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이다. 

나는 책에 대한 경계를 갖고, 이런 책은 읽고 저런 책은 읽지 않는다는 편애를 절대 

갖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내가 그리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다시 읽게 된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그리하여, 나는 그의 얘기에 다시금 빠져들게 되었고, 공중곡예사라는 제목처럼 

아슬아슬한 책읽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간 주인공 월트의 인생이 이렇게도 

극적일 수 있음에 너무나도 놀랐음과 동시에,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며, 

그토록 많은 직업을 가지고 삶을 살아갔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놀라웠다. 

 월트는 사부 예후디에 의해서 발견되고, 그로부터 '인간'일 수 있었다. 

그렇게 공중곡예사로서의 삶은 시작되었고, 크나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예후디 사부가 없는 그로서는,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에 너무나도 크나큰 

고통과 깨달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그의 온전한 삶이 아닌 , 그저 삶의 연명으로써 지속될 뿐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그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능력을 배제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공중곡예사로서의 어쩔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면서, 더 이상의 희망도 삶의 

의미도 그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인생을 마구 휘둘렀고, 

결국 극과 극의 삶을 살아가도록 내버려둔채  살아갔다.  

훗날 그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도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간 그의 

모습에서 강인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어떻게 마음먹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처럼, 온전한 자신을 찾고자 한다면, 

미친듯이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일에서든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미친다는 것 자체로 그것에 대한 숭고함을 찾을 수 있다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월트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공중곡예사로서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그는 너무나도 어렸을지  

모른다. 인생을 혼자 살아가는 것이지만 , 주위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정신적인 

사람들이 있는 것 만으로도 그것은 대단히 값지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한  

요소가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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