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자리인 것 같아도
송준미 지음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제자리인것같아도 #송준미 #바람이불어오는곳

 

제목만 접했을 때는 뭐지?했다.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책을 펴든 순간 이내 눈치챘다.

변화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그러하다.

 

정신과 의사인 송준미 씨 에세이집,

늘 제자리인 것 같아도‘.

 

말하는 것보다

듣는 이을 더 좋아한다는 사람,

 

한발 더 나아가

글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어려운 결심.

 

-

프롤로그에서 마리모 이야기를 들려준다.

앞선 페이지에서는 그림이 놓여 있다.

 

작은 푸딩병(?)에서 키우는 마리모.

초록색 털복숭이를 닮았다.

 

가라앉아 있던 마리모는

어느 날인가부터 둥실 떠오른다.

 

수면 위로 아이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라는 데 행운이다.

 

스스로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광합성 영향으로 만들어진

산소 물방울들이 수면까지 올려준단다.

 

원리나 과학을 몰라도 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고

둥둥 혹은 방방 뜨게 만든다.

 

늘 제 자리인 것 같아도

그런 경험을 써 내려간 일상 나눔이다.

 

이런 추운 날, 온기가 필요한 이에게

권하고 싶은 한 권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너는 성장 중이잖아‘.

이런 한마디 힘이 녹아 있다.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는 관심.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이에게

제법 괜찮은 책이다.

 

-

날이 조금 풀린 느낌이다.

아직 이불 밖은 위험하긴 마찬가지.

 

책 사이에 곱게 들어있는 엽서 한 장에

봄이 오고 있음을 눈치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 나를 키워 준 시골 풀꽃나무 이야기
숲하루(김정화)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면서 되돌아보는 그 시절 느낌표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숲하루

이 책은 펼치는 순간,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都心) 일상이어도 마음을 건드리면 불쑥 튀어나오는 그때, 그곳.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으로 사정없이 데리고 간다.

시인 김정화 씨가 시 대신 어린 시절 이야기를 손잡고 나왔다.
시집 ‘꽃의 실험’에서 다 못한 말을 여기에서 한올 한올 풀어 놓는다.

유년(幼年)을 다시 소환한 중년(中年)이 되어서 그녀가 하고 싶은 지점은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닿소리(자음)로 차례를 꾸민 내용은 ‘풀꽃나무’를 ‘풀‧꽃‧나무’로 읽어도 되고 그냥 ‘풀물’들 듯 내버려 둬도 상관없다.

어떻게 가져왔든 그 일은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추억’이 되고 만다.
이렇게 따뜻한 기록은 웬만해서 만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때’를 빌미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지개처럼 영롱한 어릴 적 고향으로 데려간다.
굳이 기억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음에도 왜 읽는 내내 가슴은 뛰고 즐거움은 뒤쫓아 오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한편씩 불러낸 향수(鄕愁)는 문장이 또 얼마나 정갈한 옹달샘 물 같은지 단맛이 뚝뚝 떨어진다.
간절함이나 애달픈 사연도 ‘먹먹함’보다 깊은 그리움에 더 닿아있다.

작가는 ‘어린 날 보았던 들꽃과 들풀이 소곤거리던 자그마한 수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가까운 어제’라는 말에 순간 동의하고 만다.

경북 의성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제 대구라는 도시에 몸을 의탁해 식구와 오순도순 사는 풍경이 가진 원천은 여전히 ‘여우비와 구름, 바람 소리에 근거한다.

자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들꽃이며 풀꽃을 그리는 생활이어서 스스로 ‘숲하루’라 이름 지었다.

만났던 풀꽃나무들을 거론하면서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찔레나무 이야기를 꺼내면서 ‘장미과 낙엽 활엽 관목. 높이는 2미터 정도, 가시가 있으며 잎은 우상복엽이고 잔잎은 긴 타원형으로 톱니가 있다’든지 ‘5월에 흰 꽃이 원추(圓錐) 화서로 피고 열매는 장과(漿果)로 10월에 빨갛게 익는다’는 따위 설명은 하지 않는다.

대신 ‘찔레는 꺾는 자리가 따로 있었다.
배움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재 밑이다.
산 따라 도랑이 길 따라 이어졌다.
도랑에 다리를 걸치고 비탈진 산으로 몇 걸음 오른다. 흙을 밟으면 비스듬하고 흙이 푸석해서 발이 흙하고 같이 미끄러진다.

어떤 날은 주르르 몸이 미끄러져 엉덩이를 찍는다.’고 그 상황, ‘길쭉한 찔레를 앞니로 똑똑 꺾어 씹어 먹은 시간’을 말할 뿐이다.

‘새싹 가운데 살이 통통하고 굵은 찔레가 맛이 좋다’는 아, 그 시절을 몸서리치게 표현한다.

‘삐라’라 불렸던 ‘팔랑종이’를 이야기할 때도 곧장 ‘공산당’이나 ‘북한’을 떠오르게 하는 말 대신 ‘바람은 나쁜 일도 씩씩히 한다.

돌개바람으로 바다를 건드리기도 하고 비를 몰아치기도 하더니 북쪽 풍선을 도와 우리 마을까지 보내고도 숨죽이며 살랑이며 사람들에게 살갑게 구는듯하다.

바람도 피바람이 불던 싸움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듯싶다’며 슬픈 분단(分斷)을 슬쩍 언급할 뿐이다.

뒤늦은 대학교 졸업, 5년간 ‘계공’(계약직 공무원) 생활도 했고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아이를 훌륭히 키워낸 평범한 엄마다.

직업을 그만두고 이제 ‘곁님’과 대처(大處)에 살면서 조촐하게 가게를 열고 십 년 넘도록 일상을 꾸리고 있다.

집과 일터만 오가다 느낀 갈증을 가시게 한 사건은 ‘책’과 ‘글’을 만난 일.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 ‘글 선생’도 만나봤으나 실망, 자신이 목소리 낼 수 있고 쓸 수 있는 ‘말과 글’로 ‘풀꽃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결심이 이 책을 태어나게 했다.

‘ㄱ’부터 ‘ㅎ’까지 끌고 가는 닿소리 차례는 무시해도 된다. 제목만 슬쩍 보고 내 마음에 드는 이름을 불러내면 되는 매력 있는 책이다.

‘나를 키워준 시골 풀꽃나무 이야기’는 독자 스스스로 하고 싶었던 스토리텔링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표3에 남겨둔 책 속, ‘감꽃’에 관한 소회(素懷).

‘바닥에 쪼그려 앉아 감꽃을 주워 모아두고 울타리에 걸린 감꽃을 베어 문다.
어린 날 감꽃이 떠올랐다. 그때 맛이 날까 또 씹었다. 고운 꽃이 달면서도 떫고 쓰다’.

감동은 밀려오는 법이지만 쓸려가는 일도 종종 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이 ‘밀물’이었다가 ‘썰물’이지 않은가.
그렇게 하루를 사는 힘, ‘견뎌옴’, ‘견뎌 냄’이다.

지난 7월에 낸 시집, ‘꽃의 실험’에서는 슬픔이란 ‘실루엣’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청명한 아, 옛날이여’다.

시인 김정화, 숲하루 씨는 이따금 우리 배달말로 겨레 삶을 오롯이 드러내는 새뜸(뉴스)인 ‘배달겨레소리’에 삶길 이야기와 시를 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 동물과 지구를 위한 미술관
우석영 지음 / 마농지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아무래도 편안히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전람회를 산책하듯 갤러리를 순회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 감상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불편’으로 받아들이고 ‘심호흡’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첫 장을 열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인물들이 등장, 한마디씩 한다.
먼저 빈센트 반 고흐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란다.
‘꿈꿀 권리’를 말한 가스통 바슐라르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색채와 양감으로 넘쳐흐르는 공간은 등장하는 것들, 인간과 동물을 움직이게 한다.’
마지막은 토머스 베리, ‘황혼의 사색(思索)’을 인용한다. ‘…동물들과 수많은 만남을 생각해보라. 이런 순간들은 우리에게 우주가 약탈 대상이 아니라 서로 교제할 주체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게 한다.’
철학하는 사람 우석영 작가 신작,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은 이 세 사람 말에 귀만 기울이면 전체를 이해하는 문장이 된다. 그는 2018년 ‘동물 미술관’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을 함께 이해하고 알아가자는 새로운 제안이었다. 이번에는 그 책에서 다 말하지 못한 말, 마치 분풀이하듯 발언하고 이어간다.
위기, 희망, 분노라는 말 대신 ‘권유’를 깔고 있다. 이해를 촉구한다는 말도 사치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조여오는 긴장감은 저자가 복선을 깔아둔 장치다. 참으로 절묘하고 탄복하게 한다.
총 3부로 구성된 내용은 1부는 동물, 2부는 자연 혹은 지구, 3부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상황을 생태 관점에서 훑었다. 해석하는 힘이 빼어난 작가다.
등장하는 작품은 만든이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둔 아이콘(icon)을 해석하는 데 힘쓴다. 이를테면 이렇다. 야생동물을 주로 그리던 영국계 화가, 아서 테이트 작품 ‘일촉즉발- 곰사냥 초겨울’(1856)을 보여준다. 이어서 야생 자연에 호기심이 많았던 탐구자, 호치노 마치오 운명을 말한다. 두 사람은 ‘곰’과 관련 있다. 아서는 살았고 마치오는 죽었다.
만남과 마주침에서 엇갈린 운명. 탐구욕은 어디까지이며 사냥은 ‘허락인가’ 묻는다. 두 사람 모두 곰과 ‘만남’을 가졌지만 ‘관계’는 무산되었다. 어느 한쪽이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점층(漸層)된다. ‘시튼 동물기’라 하면 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람, 어니스트 시턴이 등장한다, 동물학자이자 동물 문학 대가인 그는 인디언 연구소 소장이기도 했다. 수(sioux) 부족에게 얻은 이름은 ‘검은 늑대’다. 시튼은 그림도 그렸고 글도 썼다. 특히 곰에 관한 단편을 여럿 남겼다. 그중 하나가 직접 삽화를 그려 넣은 ‘회색곰 왑의 삶’이다.
가족을 사냥꾼에 의해 잃고 절망에서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분노하는 일생이 그려진다. 신체가 강건해질수록 지혜도 성장한 곰은 관계를 맺기보다 ‘맞서’ 싸운다. 생존을 위해서.
과연 어느 쪽을 응원할 마음이 생기는가? 시튼은 곰 시각(視覺)에서 인간을 봤다. 자연과 인간, 기어이 등장하는 ‘동물 보호권’ 실마리를 찾아내는 단서다.
이제 ‘불타는 지구’ 이야기를 할 때다.
핀란드 화가 에로 야르네펠트(1863~1937)가 그린 ‘덤불 태우기’. 주제는 숲을 태워 농지를 만드는 일,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화전(火田)을 일구는 작업이다. ‘태워야만 사는 기구한 삶’이다. 그림 속 소녀는 우리를 쳐다본다. 몰골은 형편없으나 쏘아보는 눈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전해져 온다. 그림은 커리어 앤드 이브스 작, ‘시카고 대화재’(1871)로 이어진다. 실화(失火)든 방화(放火)든 ‘태워서 없애는 일’은 끔찍하다.
2019년 여름을 기억하면 된다. 언론에서조차 ‘인페르노’(inferno)라 불렀던 지옥 같았던 그때. 몇 주 동안 계속된 아마존 열대림 화재 사건.
‘산불’은 스스로 발화(發火)하기도 한다. 숲 스스로 청소하는 일이다. 여기에 ‘개입’은 반드시 불행을 초래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 탄소 저장고인 숲이 사라진다는 경고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 노력과 무분별한 개발과는 다르다. 숲이 사라진다는 말은 인류를 지켜주는 성벽이 무너졌다는 말과 같다.
‘미술관옆 동물원’이라는 영화는 아련하고 아프다. 잃어버린 그 시절로 데려가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 동물과 지구, 인간은 그리 낭만을 느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불타는 밤’은 청춘이 누리는 호사(好事)이지만 ‘불타는 지구’는 재앙(災殃)이다.
우석영 작가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생태문명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생태주의 사상, 탈근대 전환과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그간 ‘숲의 즐거움’, ‘철학이 있는 도시’, ‘낱말의 우주’, ‘걸으면 해결된다’ 등을 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패션의 권력학
계정민 지음 / 소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리 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가지 돈이 없어(중략)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가수 한복남 선생이 부른 빈대떡 신사일부다. 그는 반듯한 직장도 있을 텐데 왜 식당에서 쫓겨나는 것도 모자라 매를 맞았을까? 저 정도 차림이면 옷을 벗어주고 나오든지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주목하는 지점은 양복 입은 신사’. 어지간히 술을 좋아하는 인간이다.

뽄 지기려다개망신당한 셈이고 알코올 중독자임이 분명하다.

 

댄디’(Dandy)란 뜻은 멋쟁이’, ‘맵시꾼’. 옷과 액세서리에 관심이나 애착이 유난히 많은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말은 1816년부터 사용되었다. ‘댄디즘’(dandyism) 시작 시기.

 

범죄, 남성 섹슈얼리티, 소비, 이 분야 연구에 힘을 쏟는 계정민 선생이 쓴

감히 넘볼 수 없게 하라’ - 패션의 권력화를 읽고 있다.

매우 흥미롭다. 읽으면서 찾아본 생소한 분야.

포크 실버 소설‘. 부유하고 귀족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스릴을 제공하는 유행 소설이다. 유식한 말로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우월한 것으로 승부를 걸려는 심리가 있다 정도.

 

댄디즘 역사를 풀어놓았다. 댄디 특징은 화려한 의상, 늦잠, 산책 등이다. 특히 거북이를 앞장세우고 느릿느릿하게 거리를 걷는 일은 압권이다. 클럽 파티를 즐기고 무도회, 방탕을 일삼는다. 외모를 꾸미는 일에 시간, 관심, 열정을 투자한다.

모두 귀족 계급이 누리는 특권.

 

이를 부러워하는 중간 계급과 급기야 노동자 계급에까지 확대되고 유행처럼 모방한다.

품격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개똥철학을 장착하고 있다. 패션은 자기 과시를 넘어 권력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들을 향해 조롱, 분노한다. 속물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결국 자신도 그리 따라간다는 아이러니.

 

토마스 칼라일은 이런 행위를 계급적 배신 행위라며 개탄했다.

조금 느슨해지는 시간이 주어지면 실버 포크 소설 완성자라고 하는 토마스 헨리 리스트, ’그랜비를 찾아봐야겠다.

그는 귀족 호적관리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여기서 귀족들 출생, 사망 사항뿐 아니라 가계(家系), 생활상, 소비 패턴 등을 소설로 발표했다. 이 책은 조만간 정식으로 리뷰를 써보겠다.

 

실버 포크 소설이란 용어가 어렵다면 금수저, 은수저‘’ 계급을 떠올리면 된다. 여기에 흑수저까지 가세하면 이야기가 완성되듯 이 책은 계급이 가진 권력 단면을 패션 이름라는 이름으로 보여준다.

흥미롭고 신선한 접근은 독자들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이번에는 전면 개정판이다. 고쳐 쓰고 대충 가림막을 친 개정판이 아니라 다시 썼다고 밝힌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시대를 건너오면서도 양 시대를 잘 변주하며 기록을 재정리했다. 말할 수 없는 시대, 침묵을 강요받던 그때 썼던 글은 이제 당당하다. 이미 100만이 읽어버린 세계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묵직하지는 않지만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여전하다.

그때 책을 택한 이들은 깊은 지식이 아니라 너른 마당으로 이끌어 가는 솜씨에 반한 문화소비자들이었다. 전면 개정판에서 저자 모습은 화는 누그러뜨려졌으며 친절은 더 베풀고 있다. 겸양도 슬쩍슬쩍 보이니 많이 착해진 책이다. 무릇 청춘은 활화산이어서 중년을 넘긴 시점에서 사화산은 시기상조고 휴화산으로 일단 호흡을 가다듬는 법이니 이번 책은 바람직 한 출간이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을 개탄이나 하듯 탄생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닫힌 세계를 여는 여러 문 중 하나였다. 검문(檢問)과 검속(檢束)이 공공연한 시대였다.

역설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은 특정 계층 독자들에게만 환영받은 게 아니라 아주 넓게 읽혔다. 그가 출연한 알쓸신잡처럼.

그는 훗날 이 책을 조잡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면 개정판은 판만 바꾸고 키운 게 아니다. ‘조잡조밀로 대체되었고 말 많았던 각주(脚註)는 이제 당당해졌다.

그는 왜 이 책에 애정을 지니고 있을까?

역사학자 EH , ‘흐름 속에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역사가 속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문장을 근거로 유추해본다. 그는 일정 책임 의식 부채 의식도 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열정에 기대어 쓴 논리 비약, 공감을 요구하는 강조된 주장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힘이 없어졌거나 충돌하는 모순은 없다. 세련되어졌다는 말.

저자가 보충이 아니라 새로라고 강조한 이유가 있다.

보충대충과 같은 속된 가벼움과 눈 가리고 아웅으로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세계사 11가지 큰 사건을 다룬 보고서란 말대로 과장된 흔적은 없다. 사실과 사실 사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문장은 여전하지만 잘난 척은 빠졌다. 1995년 개정판에서는 이오덕 선생 책, ‘우리 글 바로 쓰기에서 제안한 방법으로 문장 숲을 가꿨다. 도움이 되었을 게 확실하다.

드레퓌스 사건, 러시아 혁명, 미국 대공황, 모택동 대장정, ‘악의 연대를 완성한 히틀러, 비엣남 민족해방, ‘감옥은 나의 도서관이었다고 말한 말콤 X, 핵무기와 에너지 등을 다시 손봤다.

에필로그에서는 4차 산업혁명까지 짧게 언급했지만 아쉽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을 기후 변화와 녹색 혁명은 피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친절한 유시민 씨지적 매력은 여전하다는 확인.

이제 독자들은 바로읽으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