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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따져봐 - 논리로 배우는 인권 이야기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최훈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안녕하세요, 배진수입니다. 저는 앞으로 구어체를 사용할 예정이며 여러분께 편안한(?)책 리뷰를 제공해드릴 예정입니다. 진정으로 편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재밌게 읽어주시죠. 오늘 같이 읽을 작품은 최훈이 지은 <불편하면 따져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여 사실상 <불편해도 괜찮아>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인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들을 논리로 풀어낸 책입니다. 처음에는 우리와 친근한 '예시'로 상황을 설명을 한 뒤, 일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합리적인 논리로 풀어냅니다. 다양한 합리적 논리가 사용되어 우리의 고정관심을 깨고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불편했습니다. 읽는 내내 뭔가 내가 가르침을 받는다는 느낌도 받았고 알고 있는 내용을 계속 되풀이해서 설명하고자 하니 지루한 감도 계속 들더라고요. 이건 물론 저의 개인적인 감정에 대한 문제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그렇다면 책 속으로 얼른 빠져보도록 하죠.
<불편하면 따져봐>는 첫 머리에 "우리 모두 '따지스트'가 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감정이 과잉된 한국사회에서 이성과 합리가 필요하며 우리가 소위 남자 다움이란 여성 다움이라는 것을 재정의 오류라고 지적합니다. 마땅한 지적이며 그것을 과감히 인정하고 넘어가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전제를 내세우고 대전제 안에 소전제 그래서 결론을 이끌어 냅니다. 전형적인 연역법의 방식으로 우리의 오류를 풀어내죠. 마치 수학의 정석처럼 느껴지면서 딱딱 오류와 허점 투성이를 끌어냅니다. "술도 못하는 게 남자야" 이 말이 오점투성이라는 것을 밝혀내죠. 은밀히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를 해내서 상대방에게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상당히 신선했고 좋았습니다. 사회 도처에 깔려있는 허점투성이들을 '논리'의 잣대로 낱낱이 밝혀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논점일탈의 오류나 애매어의 오류나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등 갖갖이 오류들이 등장하고 글쓴이는 이를 지적하는 형태이죠. 그런데 너무 많은 오류들이 서로 비슷하고 얽기고 섥혀있어 읽기 좀 부담스러운 게 있습니다. 책을 읽는 건지, 공부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도 들었고 주장과 논리를 풀어내기 위해 반복적인 내용을 풀어내니 저의 경우에는 읽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굳이 12개의 파트로 나누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오류들이 중첩되어 있고 유비논증을 통해 풀어내는 파트도 있는데 유비논증은 너무 많이 읽어서 말을 외울정도였고 파트 별로 너무 섞여있어 파트별 구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불편해도 괜찮아>의 느낌을 받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습니다.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불편해도 괜찮아>는 상당히 친근했고 독자들에게 친근한 예시와 설명들로 저의 감수성에 들어오게 했더랄까요. 그런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천천히 은밀하게 파고드는.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은밀히 파고드는 대신, 철저히 오류를 지적해내고 파헤쳐내는 데에만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끝나버린 느낌도 들고요. 저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생각도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그러나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책에 주장한 대로 식물도 안먹어야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생각을 깨주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학자의 '눈'이라는 모습에서 저에겐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엘리트의 모습에서 세상을 분석해내는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요. 분명히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이긴 한데..... 저한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차별 속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의도는 좋았으나 풀어내는 방식이 다소 너무 딱딱하고 진부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영역법과 귀납법적 풀이 방식은 저도 나름 좋아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읽히는 '책'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또, 어느정도 설득적이고 강요하는 부분이 있긴해요. 많이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에는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하고 논리적으로 이 시선의 오류를 해석해냈는데 너희의 생각은 어때? 오히려 이런식으로 진행해나가는 게 어땠을까 합니다.
글쓴이의 주장이 너무 분명하고 쎕니다. 읽는 독자들은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저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감정과잉의 사회도 맞고 물론 합리와 이성이 필요한 사회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충분한 이해와 사랑의 관점이 이루어진 이후에 불편한 것들에 대해 따져보는 시선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따지스트가 되고 싶지만 이런 따지스트는 힘들 것같습니다.
제가 쓴 리뷰에도 허점과 오류투성이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자 감정이라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리뷰는 책읽는당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