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어디서든 쉽게 편의점을 만나볼 수 있지만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체인 형태의 슈퍼마켓이나작은 개인 잡화점이 대부분이고편의점은 거의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었다.일반 슈퍼마켓은 과자 겉봉에 쓰인소비자 판매가 보다 다만 몇십 원씩이라도할인 판매를 하는 게 일명 국룰이었기에매정하게 정가 그대로 받는 편의점은깍쟁이처럼 인간미 없고 '비싸게 파는 곳'이라는편견으로 엄마는 '절대 가지 마'라며단단히 일러두곤 했었다.그런 편의점은 시간을 거듭하며삼각김밥이나 김밥, 샌드위치 같은즉석식품을 가볍게 살 수 있는 장소이자거스름돈이 급할 때 껌 한 통을 사고잔돈을 만들기 위해 들르는 장소로 발전했다.자주 찾기엔 '꼭 편의점에 와야 할 이유'가 없어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그리고 또 한바탕 시간이 지나 이제 편의점은내가 찾는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있는 곳,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 대신혹은 시원한 얼음컵과 파우치 음료로 카페 대신시간이 늦거나 주말엔 약국 대신 찾을 수 있는내가 찾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장소로서의역할을 해주는 고맙고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편의점이 생겨난 이후 긴 시간을 거쳐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 변화의 이면에편의점에서 일하며 땀을 흘리고'편의점을 찾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이 책은 편의점 회사를 첫 직장으로 선택해인생의 3분의 1, 하루의 절반을 편의점이라는세계에서 살고 있는 홍보팀 직원의 이야기를 담았다.우리가 별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사고 즐기는각종 편의점의 제품부터 편의점을 운영하는점주들과의 에피소드까지,몇 년여 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일하며다양한 방문 고객과의 일화나자영업자로서의 현실적인 고충을 담은봉달호, 봉부아 작가의 에세이와 달리본사 차원에서의 제품 마케팅이나가맹점을 관리하며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그동안 익숙하게 방문했던 편의점이라는 장소를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그저 발주가 들어온 제품을 납품하고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위를 넘어서'보통'의 결과를 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고군분투하고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매일에 쌓인열정과 애정 어린 노력을 통해우리가 평소 숨 쉬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마주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돌아가기 위해수많은 사람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고,'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구나' 하는놀라움과 감탄 어린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또한 단순한 제품과 매출 이야기를 넘어서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일과 업을 진심을 다해도전하고 시름하고 돌파해온 작가의 마음속에 담긴애정 어린 메시지들은 장르와 업종이 다를 뿐퍽퍽하고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직장인의 고군분투기라는 점에서도많은 공감이 느껴지기도 했고'편의점에서 일한다'라는 말에서 떠올리기 쉬운고정관념이나 무시에도 불구하고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자세,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하는 의미를 찾으며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려는그의 프로페셔널함에 존경스러운 마음과'나는 내 일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또 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내 일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된 독서였다.그저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이라 생각하며쉬이 지나치는 편의점이라는 세계그 이면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향기와문명의 발자국이 남겨져있다는 걸작가의 입사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따라오며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삭막하고 깍쟁이 같은 곳이라 생각했던 편의점이이제는 어두운 골목 한 켠에 밝게 불을 밝히고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는든든하고 고마운 장소가 되어 우리 곁에 존재한다.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변모해온 편의점이매일을 애쓰며 노력하는 '편의점 홍보맨'의하루하루가 더 쌓여 이만큼 시간이 더 지나가면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게 될지그 변화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오해하고 있던 한 사람의 진면모를 느끼듯편의점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삼각김밥 하나,우유 하나가 이제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이제야 비로소 편의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