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위하는 마음 -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간호학 교수의 다정한 팀플레이
김주이.유세웅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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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크게 잔병치레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지라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거니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은 적이 없기에
그들의 노력과 사명감에 대해 실감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미지는
다소 냉소적이고 한편으로는 삭막하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언론에서 많이 오르내렸던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이라 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익히 들어왔던 터라 그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음이 사실이다.

이 책은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이제는 후배들과 제자들을 가르치는 간호학 교수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김주이 님과
tvN 유퀴즈 출연과 다양한 저서로 유명해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유세웅 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글로

그들이 주고받은 마흔여 통의 편지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간호사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한 번에 깨뜨릴 수 있을 만큼

치열한 간호의 세계 속 따뜻한 돌봄의 현장과
다양한 환자를 마주하며 성장하는 간호사들의 사명감,
그리고 이를 통해 간호일을 하는
두 저자가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가며 깨우치게 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은 총 4장의 구성으로
각각 돌보는 마음, 성장하는 마음,
더불어 사는 마음, 위하는 마음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사람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치열하게 배우며 성장해야 했던
병원 현장에서의 생존기,
잊히지 않는 환자와 보호자,
간호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점과
같은 간호사로서의 생생한 경험과
간호에 대한 진솔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하고,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도 나누면서
간호라는 직업세계에 진심으로 임하는
두 사람의 성찰까지 담아내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일 년에 한 번 남짓
가족과 함께 보호자의 입장으로
종합병원에 다녀올 때의 경험이 새삼스럽게 되새겨졌다.

병원에 다녀온 날은 붐비는 환자와 보호자,
마냥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 등으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고 복잡해서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진료를 받고 병원을 나설 때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정신없고 힘들다.
그런데 가만 보면 항상 간호사분들 정말 친절해.
똑같은 질문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한가득인데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일하시는 거 보면
진짜 대단한 것 같아."

의사와 간호사에 대해 삭막하고 차갑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그들이 건네는 사랑과
따스한 돌봄의 손길을
이미 체감하고 또 경험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되짚어본
나의 경험 속에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프고 예민한 환자와
또 어서 내 가족이 치료받았으면 하는
환자의 보호자를 대하는 그들의 일상,
매일같이 응급환자들이 넘치는 근무환경과
3교대라는 불규칙한 생활,
수많은 업무들로 가득 차
그 안에서 버틴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호라는 일을 단순히 '직업'으로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일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사실은 그 누구보다 가장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한 사람의 사람이었음을,
환자의 상태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넘어서 간호 근무 환경 개선이나
간호사와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겠다는
경종의 메시지까지 얻을 수 있는 독서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업무환경의 고단함에 대해
또 그들이 얼마나 사명감 있게 일하는가에 대해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따뜻해지고자, 밝아지고자,
나가가고자, 행복해지고자
누군가에게 위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 편지를 썼다고 했다.

그들이 매일 간호현장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돌봄을 베풀고 있지만
그들 역시 어린 시절 만났던 의료진과
배움의 과정에서 만난 스승님과 동료,
작은 일에도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와 보호자,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가족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받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따뜻하고 단단한 애씀의 노력이
간호 안팎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느리더라도 꾸준한 성장 속에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연대의 힘을 발견하는
실마리를 찾도록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타인을 향한 이해와 사랑으로
내가 받은 따뜻함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반성과 자극의 마음이 든다.

앞으로 병원에 갈 때면 마주하게 될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는 꽤 다른 마음이 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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