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는 동안에 - 삶과 죽음의 본질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의 시선
차경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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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볼수있는동안에_차경
 
 
오랫만에 제대로 된 에세이를 만났다. 이렇게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절대적인 기준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스토리, 구성, 에피소드, 메세지, 마무리까지 확실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 베토벤에 맞서는 사람이 있다. 시력이 거의 없는 한쪽 눈으로 피사체의 본질과 마음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 #차경 작가님이시다. 일곱 살의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삶의 균열! 그리고 서서히 일어나는 기적들! 안타까움으로 시작한 첫 장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잘했어!” 외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날 병원을 다녀온 뒤 내게 사시란 절대 들켜선 안될 약점이 되었다. 그렇다고 ‘시집갈 때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살면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 나는 그저 내 왼쪽 눈의 이상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한 시절을 버텨내야 했다.
(P.19)
 
-또 하나 주의 깊게 보는 것은 말투다. 아니, 말투를 관찰한다기보다 특정 단어를 발음할 때 쓰는 표정이나 근육을 본다고 하는 게 맞겠다. 사람마다 유독 주름을 많이 지게 하는 단어가 있고, 유독 몸동작이 병행되는 단어도 있다. 좋은 표정을 짓게 하는 단어를 발견한다면 촬영할 때 치즈나 김치를 외치게 하는 대신 사용했을 때 보다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P.52)
 
-내겐 사진기의 뷰파인더 너머로 상대를 사랑하는 방식이 더 익숙하다. 카메라로 가린 내 눈으로 상대를 깊이 들여다보고 빛나는 모습을 기록하며 선물하는 순간들로 나의 사랑을 켜켜이 쌓아왔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면 더 이상 내 눈을 감추려 연기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P.57)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 기록하고 싶은가. 내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고민이기에 늘 대상 인물의 삶으로 들어가기 위한 좋은 질문을 준비한다.
(P.73)
 
_자발적으로 꾸역꾸역 담아둔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면 뽀송한 얼굴로 상쾌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막. 살기 위해 가진 것의 대부분을 버려야 했던 고장난 자동차의 여행자들처럼 나는 무엇을 버릴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또 물었다.
(P.135)
 
“제 친구는 포토그래퍼예요. 근데 한쪽 눈이 안 보여요.”
(...)
“그 눈이 당신 작품에는 어떤 강점으로 작용하나요?”
(...)
“...그런 점 때문에 저마다의 얼굴에 있는 독특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다행히 그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준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얼굴엔 그가 살아온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거든요. 내 앞에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찍지만, 사실은 그의 삶을 찍는 거죠. 어쩌면... 그게 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P.191)
 
 
 
와 이런 마인드라니! 그녀에게 찍히고 싶다. 완전 홀딱 반했다.
 
 
 
 
‘영정사진’ 지우고, ‘파이널리 미(Finally me)’ 새기고.
드디어 나와/ 이제서야 나와
 
너무 좋다.


#책소개하는백작가
#책읽어주는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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