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싸리 정사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날카로운 찬바람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봄이 왔다. 햇빛이 많아지면서 몸과 정신이 나른해지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고양이가 된 듯 창문가에 베개를 놓고 보드라운 봄기운을 느끼면서 낮잠을 청하는 날이 자주 생겼다. 봄하고 어울리는 책을 읽고 싶어 책 탑을 훑어보다가 렌조 미키히코의 저녁싸리 정사가 보였다. “회귀천 정사를 읽고 마음에 들어서 렌조 미키히코의 다른 책도 사두었던 기억이 났다. 이 책도 꽃을 모티브로 한 화장 시리즈로 구성된 거라서 봄과 어울리는 책이 이거밖에 없을 것 같았다. “화장 시리즈단편 3편과 양지바른과 사건부단편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장 시리즈]

어떠한 사정으로 오년 동안이나 헤어져 있었던 여동생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여동생은 기생이 되어 있었고, 예전 여동생만의 색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오빠는 그동안 여동생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짐작하게 된다. 여동생과 오빠는 예전처럼 사이좋게 지내지만, 사랑해서는 안 될 오빠의 친구를 사랑하게 돼서 여동생은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된다. [붉은 꽃 글자] - 읽는 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줄 알고, 끝까지 달려 나갔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어딘가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내가 눈치 채지 못 할 정도록 방향을 바꿔 놨다. 이 이야기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가다가는 등짝을 맞는 동시에 "!" 소리가 나게 될 것이다.

" 내 몸 안에 동백꽃이 떨어진 거야.... 떨어진 채 빨간, 새빨간 피 같은 색으로 피어 있어..."

 

남자는 어렸을 때 고추잠자리를 잡으려고 쫒아가다가 참억새 들판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를 참억새 들판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저녁싸리 정사"라는 이름으로 도쿄에서 화제가 되었던 두 남녀였다. 남자는 두 남녀에 대해서 알고 싶어 조사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저녁싸리 정사] - 고위층 인사의 부인과 그 집에서 머물고 있는 서생 사이의 위치 관계로 인해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낸 이야기였다. 애처로운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가 두 남녀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 그런거구나" 하고 애처로웠던 마음이 먼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다. 무엇보다도 같은 여자로써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다.

"들판에서는 이파리 끝에 가을바람 부는데, 싸리 꽃 사이좋게 꽂아보지 못 하고 헤어지는 것 인가요", "나의 연인이 머물 곳에 싸리 꽃 피었네"

 

여자는 가이쓰 번의 무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남편은 사쓰마 번 무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가이쓰 번과 사쓰마 번은 적이었다. 결혼하고 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자는 남편을 증오하기보다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말에서 낙마하게 되어 자리에 눕게 되자 모든 것이 바꾸어져 버렸다. 여자는 냉혹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남편은 자살하게 된다. [국화의 먼지] - 몸에 흐르는 피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이해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충성심 부분에서는 잘 이해를 못하겠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대륜의 국화꽃 떨어지는 한 잎에 나의 피도 함께 보내는 혼탁한 세상의 가을"

 

역시나 화장시리즈는 조용하게 흘러가는 것이 시끄럽지 않아서 좋았다.

 

[양지바른과 사건부]

1편 신문사 사회부 직원이 모텔에서 죽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범인을 밀고하는 전화가 양지바른과에 걸려온다.

2편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유명한 가수가 목이 졸린 채 살해된 사건이 발생된다.

3편 과격파 그룹을 체포 하던 중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달아난 간부 한명으로 인해 양지바른과 직원 한명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이다.

 

양지바른과 직원 네 명이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유쾌함을 보여준다.

대화 속에서, 주변 상황 속에서, 상대방을 표현 하는 방식 속에서 가볍게 흘러나오는 단어와 문장들로 인해 웃음이 조금 삐죽 터진다. 코믹의 느낌이 감질나게 나는 스토리이다.

 

따사로우면서 자극적이지 않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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