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이범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내러티브라고 할지, 이야기 위에서 살아간다고들 합니다. 만화도 이야기입니다. 완벽하게 제 뇌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제 뇌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자신이 그린 만화를 읽어보면, 아무리 오래전에 그렸던 거라도 역시나 일반 독자의 시선으로는 읽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저 자신의 일기를 읽는 것 같습니다. (............ 생략) 만화가란 현실의 인생과 또 다른, 작품이라는 뇌 속만의 인생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보노보노]를 만화책으로 먼저 접하지 않았고, 애니로 먼저 접했다. 뭐 그 당시에는 어렸고, TV에 나오는 애니만 봤으니... 그때 [보노보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실 기억에 없다. 다만, 반복해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보노보노]를 가끔 반복해서 보는데, 단순하고 순수해서 그냥 빠져든다. 사실 현실 세계가 너무 복잡하고 답답해서 만화 세계로 빠져 들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목소리가 들리고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애니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만화책으로 봤을 때는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애니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그냥 무심코 지나쳤다면, 만화책에서는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함축적인 의미, 심오한 메세지 전달과 공감 그리고 잠시 머릿속에 공백이 생기게 만들어준다. 그러다보니 [보노보노] 작가분은 어떤 사람인가? {에세이 불꽃 소리만 들으면서}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의 만화가의 삶을 엿보기로 했다.

"우리는 '보통 사람으로 살안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모님으로부터 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늙음'이나 '죽음'도 포함되어 있어요. (..... 생략) 살아가는 것은 가혹한 것이라고 말이죠." p21

"도대체 언제부터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는지 말이죠. 그 이유란,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생각하지 않게 된 사회가 '편리하고 간단'이란 구실을 들어 돈을 회전시키려고 결정했기 때문인 게 아닐까요? '편리하고 간단'하다고 하면 모두가 마지못해 돈을 냅니다." p30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는 눈이 아닐까요? 정말로 인간은 언제나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눈을 하고 있습니다. '아! 시끄러워'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표정처럼 눈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인간의 눈은 시끄러워요." p96

"저는 옛날부터 인간은 올바르지 않지만 동물은 올바르다 말해왔던 사람입니다. 그것에 제가 그린 만화에 모두 표현되어 있다는 자부심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p97

"옛날에 어떤 사람에게서 '모순과 혼돈을 포함한 채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훌륭한 점이 아닌가?'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 그런 것을 눈앞에 두고 킥킥 비웃었던 일은 있어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습니다. 그런 모순과 혼돈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채로 사랑가는 사람을 봤을 때 감동한 적은 있습니다만." p97

 

 

나는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의 [보노보노] 밖에 모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작품을 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 관계로 한국을 두 번 방문한 적이 있고, 딸이 K-POP에 빠져 한국 아이돌을 쫒아 다니는 골수팬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가 난청이라는 것도...

또 뭐라고 해야 할까? 특이한 면도 있었다. 예를들어 딸을 집에 가두고 떠나 버린 아빠의 심정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내용도 그렇고, 그것 말고도 여러 개 보였는데.... 임신한 여자의 배를 만져 보는 행동 등... 특이한? 독특한 면 때문에 만화, 애니, 영화, 소설이 탄생하는 걸까?

뭐... 암튼 잊을만 하면 자기 책과 영화 그리고 전시회 홍보를 꼭 한다. 그 부분을 읽으면 원래 눈을 찌푸리게 되는 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좋았다. 숨기고, 은근슬쩍 내비치는 속물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읽다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좋다는 것! 동물은 올바르다는 것! 혼돈과 모순 속에 떨어져 사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 사람 사귀는 게 서투른 성격이고,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복권 당첨되면 외딴 섬을 사서 말, 개, 고양이 같이 살고 싶다는 것! 등등

책을 덮으면서 읽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재미있는 분 같다.

- 자신만은 행복하게 있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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