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아서 - ASMR 에세이
김희진 지음 / 홍익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책을 데리고 올 때 에세이 한 권은 꼭 포함 시킨다. 에세이 글들이 나한테는 다 거기서 거기인데, 가끔 거기서 거기인 글에서 표현과 묘사를 잘해서 내 마음을 확 끄는 것이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같은 글들, 비슷한 글들, 변형된 글들을 계속 읽으면서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게 할려고, 나름 읽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자존감 도둑이 있고, 그들은 언제나 말 한마디로 나를 기죽인다. 상사의 얼굴을 하고, 친구나 애인의 얼굴을 하고, 때로는 가족의 얼굴을 하고 나에게 말의 상처를 입힌다. 말의 내상은 그 어떤 물리적 상처보다 강하고 지독하다. (....생략) 당신이 뒤돌아선 순간부터 나는 진창에서 아파하며 뒹굴고 그 밤은 너무도 길고 괴롭다는 것을. 왜 무례한 사람은 그토록 평온하고, 제대로 반응 못한 나는 예민한 마음과 약함을 자책해야 할까." p15-16


"배터리에 충전을 하듯, 내겐 일주일에 하루 이상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쉴' 수 없다. 아무리 편한 상황과 공간이라도 함께 있는 사람 쪽으로 신경이 쓰여버리는 탓이다. " p23


"마음에는 자꾸만 내가 예쁘지 않은 부정적인 마음이 고개를 드는데 그런 감정은 무조건 갖지 말아야 할 것,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남들이 아무리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라고 말해도, 납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결국 자존감은 셀프이기 때문이다." p31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해. 사랑지는 것 말고 살고 싶은 걸 떠올려야 해. (......생략) 너의 삶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기를." p41


"콤플렉스라는 것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거나 내보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없애기로 마음먹은 나의 모난 곳은 '예쁘지 않은 나'가 아니라, '나를 예뻐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p57


"발자국들이 더 어리러워지길 바란다. 보폭과 방향이 제각기인 걸음들로 무수한 길을 낸다면 한 번도 밟지 않은 눈을 걸어가는 일도 특별한 용기가 필요 없을 것 같다." p111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요. 엉킨 실타래 같은 삶의 문제들은 계속해서 앞에 놓이겠지만, 가장 먼저 풀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찾는다면 그게 꼬리의 꼬리를 물고 다음 해답으로 이어질 거예요." p152


여성분들께 추천해주고 싶은 에세이이다. 책 속에 들어가 있는 엑기스만 몇 개 뽑아서 적어놨는데, 그 글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만들고, 공감과 배울점이 많이 들어가 있다. 좋은 콘텐츠가 잔뜩있는 것은 물론, 작가가 전하는 글들이 진정성과 작은 울림을 줘서 진심처럼 느껴진다. 깨닫고, 해결하고,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약간의 위치를 잡아 준다. 인상 깊은 구절이... 되새길 만한 말들로 가득하다.


읽지 못한 책들을 다 읽은 후 아니면, 심난하거나 헛헛하거나 공허할때 또는 뭔가 잘 못 됐다고 생각이 들때 이 책을 다시 펴 들 것이다. (소장용)


(불면증 처방전)
잘 되겠지라는 담대한 믿음의 물약 한 모금
나를 다독이는 편안한 마음의 알약 한 알
커다란 우주를 생각하는 상상 한 조각
더없이 따뜻한 허브티 한 잔.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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