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바꿀래?
심순 지음, 모예진 그림 / 그린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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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친구를 부러워하는 마음,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얼굴

표지 제목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나랑 바꿀래?’라는 말, 어릴 때 친구끼리 장난처럼 한 번쯤 던져봤던 말이잖아요.

그런데 표지 속 아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뒤에 선 친구는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대체 뭘 바꾸자는 걸까?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 단짝 친구 혜리와 슬비예요. 두 아이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주문을 외우면 서로 몸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우정의 힘’이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앞니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한 번 바꾸기 시작하니 머리카락, 피부색, 손발까지 점점 바꾸고 싶은 게 많아집니다. 친구의 것이 더 좋아 보이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장난이 점점 커지면서 두 아이 사이에도 묘한 감정이 생겨나지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단순히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혜리가 정말 부러워했던 건 슬비의 예쁜 얼굴이나 곱슬머리 자체가 아니었어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늘 주변에 친구가 많은 슬비의 모습, 어쩌면 그런 슬비라는 ‘존재’ 자체가 부러웠던 거지요.

이 대목을 읽는데 평소 아이들과 만나며 느꼈던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 나도 저 친구처럼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잖아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모나 학용품이 부러워서라기보다 그 친구가 가진 관계나 분위기를 부러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너도 예뻐.”, “부러워할 필요 없어.”라고 바로 말해주기보다는, 아이가 왜 그 친구를 부러워하는지 한 번 더 물어봐 주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 속에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혜리와 슬비의 표정과 몸짓이 워낙 생생해서 아이들의 마음이 그림에 그대로 드러나요. 삐친 표정, 신난 표정 하나하나가 어찌나 귀엽고 웃긴지 모릅니다.

이것저것 다 바꾸고 난 뒤의 엉뚱한 모습에서는 웃음이 나다가도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어 다음 장면을 얼른 넘겨보게 됩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진짜 바꾸고 싶은 건 뭘까?’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끝내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던져도 좋은 질문이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저에게도 오래 남았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남의 삶이 더 좋아 보일 때가 있잖아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괜히 마음이 작아질 때도 있고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느라 정작 지금의 내 모습과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적은 없었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나랑 바꿀래?》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하지만, 읽고 나면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친구를 향한 부러움이나 질투, 서운함 같은 감정을 무조건 나쁜 마음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마음임을 보여주고, 그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지.” 같은 교훈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혜리와 슬비가 티격태격하고, 서로 서운해하고, 부딪히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두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아요.

처음엔 그저 재미있는 장난처럼 들렸던 ‘나랑 바꿀래?’라는 말.

책장을 덮고 나니 오히려 나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의 나와 잘 지내고 있나?”

친구를 부러워해 본 적이 있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아이들의 말과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지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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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 하루 한 장 사회정서 활동 ㅣ 다봄 사회정서 활동책
입티셍 아겔.세실 룽 지음, 마르그리트 쿠르티외 그림, 장한라 옮김, 김선경 감수 / 다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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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는 매일 한 장씩 질문에 답하고 활동하면서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사회정서 활동책입니다.

‘마음과 친해지기’, ‘건강하게 내 몸 돌보기’, ‘함께 살아가기’라는 세 가지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나의 감정과 장점, 가치관에서 시작해 몸의 감각과 건강,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감사, 그리고 자연과 환경까지 차근차근 생각의 폭을 넓혀가요.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질문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지?”

 

아이들이 자기 경험을 떠올려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하나씩 답을 채워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도 꺼내게 되지요.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건 잘하고, 이럴 때 기분이 좋구나.’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행복’이라고 하면 왠지 특별한 일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잖아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재미있는 일이 생겼을 때, 친구와 한참 웃었을 때처럼 아주 평범한 순간에도 기분 좋은 행복은 슬며시 찾아옵니다.

이 책은 그런 작은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해요.

 

그림도 참 편안합니다. 초록과 파랑, 노랑과 분홍이 알맞게 어우러져 있고 동물과 식물, 사람의 모습도 따뜻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질문에 답하다가 슬쩍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책을 읽다 보니 속에 담긴 질문들이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뭘 좋아하지?’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건 뭐더라?’

이런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답을 고민해 보는 시간은 어른에게도 똑같이 필요하니까요.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는 행복의 정답을 일러주는 책은 아닙니다. 여러 질문을 따라가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내 마음과 몸을 살펴보고, 주변 사람들과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행복을 거창하게 다루지 않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행복이 꼭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만 찾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오늘 내가 좋아했던 것 하나, 고마웠던 일 하나, 나를 웃게 했던 순간 하나를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펼친다면 처음부터 모든 활동을 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아도 좋겠습니다.

오늘 마음에 끌리는 한 장을 골라 아이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질문 하나로 시작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질 수도 있고,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아이의 속마음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보다 엄마나 아빠가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질문도 있을 것 같고요.

 

매일 한 장씩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책 제목인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도 조금 다르게 들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말이면서, 동시에 오늘을 살아낸 나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처럼요.

 

아이와 함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은 분이라면, 한 장씩 천천히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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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무야 ㅣ 푸릇푸릇 문학 2
요릭 홀데베이크 지음, 예스카 페르스테헌 그림, 정신재 옮김 / 시금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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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2025 네덜란드 최고의 어린이 철학책'이라는 문구를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습니다. 《안녕? 나무야》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땐 그저 잔잔하고 따뜻한 자연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오래된 거대한 나무 한 그루. 그곳에는 나무늘보, 강꼬치고기, 달나방 애벌레, 십자거미, 곰개미, 다람쥐, 제비, 불곰, 달팽이, 공벌레처럼 저마다 다른 수많은 생명이 살아갑니다.

 

재미있는 건 이 동물들이 그냥 나무에 얹혀사는 배경으로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나무늘보는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고, 강꼬치고기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밤잠을 설칩니다. 달나방 애벌레는 정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하고, 십자거미는 사냥을 잘하면서도 늘 속이 헛헛합니다.

 

처음에는 ‘참 별난 녀석들이네’ 하면서 읽었는데,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갔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 참견하는 게 괜히 싫을 때도 있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여 부러워할 때도 있잖아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속상해하기도 하고요. 책 속 동물들이 가진 서툰 고민이나 엉뚱한 모습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과 참 닮아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읽다 보니 ‘아, 나도 이런 적 있는데’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특히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에게 참 쉽게 이름표를 붙이곤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이건 원래 못해.”

“내 성격이 그렇지 뭐.”

 

그렇게 한 번 틀을 정해 놓으면 그 안에서만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남한테는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하면서, 정작 나 자신한테는 너무 박박하게 굴었던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림도 참 좋았습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데, 나무의 옹이나 갈라진 틈새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 작은 틈이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집이자 터전일 테니까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길가의 나무도 책을 읽고 나니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저 안에는 지금 누구의 삶이 흘러가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평범하게 보이던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너는 이 중에서 어떤 동물의 마음이 제일 이해돼?”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거창한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가는 동물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안녕? 나무야.’

 

이 인사는 나무에 사는 작은 생명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면서,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살펴본 나 자신에게 건네는 안부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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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탄생
황선영 지음 / 아스터로이드북(asteroidboo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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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 특별할까?

《명화의 탄생》을 읽고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림 못 그려요.”

그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쓰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다른 친구의 그림과 자신의 그림을 비교하고, ‘잘한다’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명화의 탄생》은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유독 눈길이 갔습니다.

푸른 도시 풍경 속에 작은 화가와 동물들이 어우러진 따뜻한 표지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표지에 적힌 한 문장이었습니다.

 

“난 그림에 재능이 없는 걸까?”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저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매일 아이들과 책을 읽고 그림을 만나는 저에게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작은 화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멋진 그림을 보면 코가 반짝 빛나는 유명 평론가 루돌프가 등장합니다.

작은 화가는 루돌프에게 인정받고 싶어 밤낮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하지요.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계속해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내 그림이 이상한가?’

‘나는 정말 재능이 없는 걸까?’

주인공도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그림보다 루돌프의 평가를 더 믿게 됩니다. 자신이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게 되는 것이지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게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옆 친구의 그림을 보고 갑자기 자신의 그림을 지우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쟤가 나보다 잘 그렸어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아이들이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는 기준이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가’에서 ‘남들이 잘한다고 생각할까’로 바뀌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절대적인 기준처럼 믿었던 루돌프의 반짝이는 코에 비밀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책을 다시 앞쪽으로 넘겨 보고 싶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루돌프의 행동과 표정이 비밀을 알고 난 뒤에는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누군가의 평가를 그렇게 쉽게 믿을까요?

특히 그 사람이 전문가이거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그 사람의 판단을 먼저 믿게 됩니다.

그림뿐만이 아닙니다.

어른인 저도 누군가 “정말 잘했어요”라고 말하면 괜히 자신감이 생기고, 반대로 “그건 별로인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좋아했던 것까지 다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작은 화가 역시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던 중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큰 사건이 벌어집니다.

밤새 정성껏 완성한 그림이 사고로 찢어져 버린 것입니다.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그런데 작은 화가는 찢어진 그림을 그대로 버리지 않습니다.

빨간 실을 가져와 찢어진 자리를 하나하나 꿰매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그림이 망가졌으니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찢어진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흔적 때문에 그 그림만의 모습이 생깁니다.

아이들과 그림 활동을 하다 보면 “틀렸어요”라는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색을 잘못 칠했다고 지우고, 선이 삐뚤어졌다고 다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이를 구겨 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끝까지 자기 그림을 완성해 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작은 화가가 찢어진 그림을 버리지 않고 빨간 실로 꿰매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림의 상처를 감추는 대신 그대로 남겨두고 자신의 방법으로 이어 붙였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심사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그동안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평가 기준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좋은 그림은 누가 정하는 걸까?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그림이 정말 좋은 그림일까요?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까지 좋은 그림이 아닌 것이 될까요?.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루돌프의 비밀을 단순히 재미있는 반전으로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비밀을 알게 된 뒤에는 루돌프가 그동안 내렸던 평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고, 우리가 평소 다른 사람의 말을 얼마나 쉽게 믿고 있는지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루돌프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그동안의 평가를 다시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드니?

모두가 별로라고 해도 내가 그리는 동안 즐거웠다면 그 그림은 좋은 그림일까?

다른 사람의 말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니?

조금 서툴러도 계속해 보고 싶은 나만의 일이 있니?

이런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면 좋은 거죠.”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사람들이 칭찬해 주면 좋겠어요.”

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다양한 생각을 듣는 시간이 좋습니다.

누가 맞는지를 정하기보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다른 친구의 생각을 들으면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하고 다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가 꼭 하나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명화의 탄생》은 글만큼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푸른빛이 감도는 도시 풍경과 인물들의 표정, 장면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를 한 번 읽고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루돌프라는 인물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대단한 평론가처럼 보이지만, 그의 비밀을 알고 다시 보면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나 작은 장면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작은 화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루돌프는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와 지금 다시 봤을 때 무엇이 다르게 보이니?”

이렇게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다 보면 글에 직접 쓰여 있지 않은 이야기도 아이들 나름대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평가할 때 결과를 먼저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쁘게 완성되었는지, 다른 사람보다 잘했는지,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고민하고 다시 시도했는지까지 함께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서툴러도 다시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금씩 고쳐보고, 찢어진 그림을 버리는 대신 빨간 실로 꿰매어 이어 붙이는 과정.

어쩌면 그 안에 진짜 중요한 것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인 《명화의 탄생》도 마지막에는 처음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명화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미술관에 걸려 있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명화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쓰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

잘했는지 못했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표현했는지가 담긴 것.

그렇다면 아이들이 서툰 솜씨로 완성한 그림도 충분히 한 편의 ‘명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노력하면 반드시 남들보다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느라 놓치고 있던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괜찮고, 조금 서툴러도 괜찮고,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다고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펼쳤다가 오히려 어른인 제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평가에 너무 신경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뒤로 미뤄둔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도화지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선생님, 저 못 그려요.”

라고 말하는 아이를 만나면 다음에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잘 그리는 사람만 멋진 건 아니야. 네가 좋아하는 마음을 너만의 방법으로 표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멋진 그림이야.”

그리고 아이가 그 말을 믿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잠시 벗어나서요.

그림을 좋아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는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자신의 마음과 표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아이들에게 《명화의 탄생》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를 바라봐 주고 싶은 부모님과 선생님께도 따뜻하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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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 - 꽃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사계절 여행 ㅣ 아르볼 상상나무
박원순 지음, 권혜나 그림, 이효범 감수 / 아르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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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되는 시간

《정원사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를 읽고

평소에도 꽃과 식물을 참 좋아합니다. 요즘은 집에서 키우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백합이 차례대로 고운 꽃을 피워내어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들여다보곤 합니다. 곁에서 싱그러운 초록빛을 자랑하는 장미허브와 싱고니움 덕분에 집 안 분위기도 한층 싱그러워졌습니다.

이렇게 식물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지내다 보니, 《정원사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라는 제목이 더욱 특별하고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표지에 적힌 '꽃의 비밀을 찾아 떠나는 사계절 여행'이라는 문구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원사의 시선을 따라 사계절을 천천히 걸으며 꽃을 만나게 될 것 같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꽃 이름이나 생태적 특징을 알려주는 식물 관련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 보니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꽃을 통해 계절의 흐름을 이해하고, 우리 주변의 자연을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보게 만드는 인문·자연 교양 에세이에 가까웠습니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꽃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의 특징과 자라는 환경, 꽃말, 그리고 정원사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덕분에 꽃 이름 하나를 새로 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가에 피어 있는 꽃도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설명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냈지만 내용은 알찼고, 어른이 읽어도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읽다 보면 "아, 이 꽃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구나." 하며 다음 장을 자연스럽게 넘기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림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식물도감처럼 딱딱하거나 정형화된 느낌이 아니라, 그림책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살아 있어 글과 그림을 함께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지식을 얻는 재미와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독서 수업을 하며 자연을 다룬 책을 함께 읽을 때면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참 많이 들려줍니다.

"선생님, 이 꽃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피어 있어요!"

"맞아요, 이거 할머니 집 마당에서 본 적 있어요!"

책 속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과 연결되는 순간 아이들의 표정도 달라집니다. 《정원사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 역시 책을 덮고 나면 우리 동네나 집 앞에 피어 있는 꽃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뒤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꽃은 무엇이었니?"

"우리 동네에서 만난 적 있는 꽃이 있었을까?"

"내가 정원사가 된다면 어떤 꽃으로 우리 정원을 꾸며보고 싶어?"

이런 질문을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기에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함께 구성된 워크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내용을 확인하는 활동지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직접 꽃을 관찰하며 경험을 연결해 볼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학교 독서 수업은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활용하기에도 만족스러운 자료였습니다.

또 하나 반가웠던 것은 글을 쓰신 박원순 작가님과 그림을 그리신 이헤나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두 분의 정성이 느껴져 더욱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원사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는 꽃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계절을 천천히 바라보는 즐거움을 전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베란다에 있는 백합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매일 보던 꽃인데도 그날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꽃을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아이와 함께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은 부모님과 선생님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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