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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무야 ㅣ 푸릇푸릇 문학 2
요릭 홀데베이크 지음, 예스카 페르스테헌 그림, 정신재 옮김 / 시금치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2025 네덜란드 최고의 어린이 철학책'이라는 문구를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습니다. 《안녕? 나무야》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땐 그저 잔잔하고 따뜻한 자연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오래된 거대한 나무 한 그루. 그곳에는 나무늘보, 강꼬치고기, 달나방 애벌레, 십자거미, 곰개미, 다람쥐, 제비, 불곰, 달팽이, 공벌레처럼 저마다 다른 수많은 생명이 살아갑니다.
재미있는 건 이 동물들이 그냥 나무에 얹혀사는 배경으로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나무늘보는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고, 강꼬치고기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밤잠을 설칩니다. 달나방 애벌레는 정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하고, 십자거미는 사냥을 잘하면서도 늘 속이 헛헛합니다.
처음에는 ‘참 별난 녀석들이네’ 하면서 읽었는데,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갔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 참견하는 게 괜히 싫을 때도 있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여 부러워할 때도 있잖아요.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서 혼자 속상해하기도 하고요. 책 속 동물들이 가진 서툰 고민이나 엉뚱한 모습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과 참 닮아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읽다 보니 ‘아, 나도 이런 적 있는데’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특히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에게 참 쉽게 이름표를 붙이곤 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이건 원래 못해.”
“내 성격이 그렇지 뭐.”
그렇게 한 번 틀을 정해 놓으면 그 안에서만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남한테는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하면서, 정작 나 자신한테는 너무 박박하게 굴었던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림도 참 좋았습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있는데, 나무의 옹이나 갈라진 틈새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 작은 틈이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집이자 터전일 테니까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길가의 나무도 책을 읽고 나니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저 안에는 지금 누구의 삶이 흘러가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평범하게 보이던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너는 이 중에서 어떤 동물의 마음이 제일 이해돼?”라고 물어보고 싶어요. 거창한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가는 동물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안녕? 나무야.’
이 인사는 나무에 사는 작은 생명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면서,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살펴본 나 자신에게 건네는 안부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