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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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해서 암울했던 과거, 그 과거와 별 다를 바 없는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포기하지 않고 크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그것이 실제로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된 것은 2011년 청문회 때 있었던 성희롱에 대한, 한 직원의 용감한 발언 덕분.

맨스플레인은 남자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라는 전제하에 뭐든 가르치려 드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단어는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그 언어의 등장 이전에는 희미하기만 했던 모호한 불쾌함이 더욱 선명해졌다.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태도는 여자를 자기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무시한다고 화를 낸다. 화는 살인으로, 성폭행으로 표출된다. 그러니까 문제는 남자와 여자가 같은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하고 그게 정말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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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연약해. 연약하다니 교활해.˝

나나의 말이 나를 자극했다. 그래 어쩌면 나도 나나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계속 불편하고 불쾌했는지 몰라. 이렇게 약해 빠졌다니. 엄마면서 슬픔에 잠겨 아이들을 방치하다니. 누군 연약하지 않아서 이렇게 애를 쓰며 사나. 그런 심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나가 소라에게, 한껏 쏘아붙였을 때 사실은 조금 나도, 나나 만큼이나 속이 시원해졌다. 싫으면 차라리 싫다고 말해. 아닌 척 하지 말고. 이건 그러니까. 어떤 방어기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다. 기쁘다. 말하면서 뒤로는 귀찮아 할 거면서. 실망하고 원망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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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수많은 결함이 있다. 그래도 나는 경찰이 그 여성을 믿었다는 사실이, 그녀가 법정에서 증언하게 되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녀의 권리와 안녕보다 유력한 남성의 경력이나 국제조직의 앞길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나라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만큼은 고맙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누구도 단지 그가 가진 재산, 권력, 인종, 젠더 덕분에 잘못을 모면할 수 없다는 것.

-76쪽

도미니끄 스트로스깐은 정의에 답하기 위해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 그래도 내 친구가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돌아오는 길에 엉덩이를 잡혔다는 사실은 우리가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준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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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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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뒤바뀐 운명. 엇갈리는 사랑. 어찌 보면 진부하고 통속적인 설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설정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결코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엄청난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게 읽힌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감정 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도 세밀하게 그려 낸다. 빅토리아 시대라는 특수한 배경 덕분에 어쩌면 더 드라마틱했는지도 모르겠다. 세련되게 감추어진 폭력이 아니라, 심지어 유치하게까지 느껴지는 노골적인 폭력들. 삼촌은 아무렇지 않게 질녀를 감금하고 어떤 의미에서 집요하게 희롱한다. 그리고 다른 남자들은 그걸 방관하고 이용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사랑은 광기에 가깝고, 그건 두 사람 모두를, 아니 어머니를 포함해 세 여자 모두를 상처 입힌다. 하지만 역시 해피엔딩이다. 악당들은 모두 제 꾀에 넘어가 사라져버렸고 결국 서로를 사랑했던 수와 모드만이 남았다. 수가 모드를 그리워하며 끙끙 앓았던 것. 모드가 수에게 자신이 해왔던 일, 그리고 앞으로 먹고 살 일에 대해서 고백한 장면.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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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슬픔과 기쁨 우리시대의 논리 19
정혜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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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주목되어야 할 사실들에 대해서, 그리고 마땅히 분노해야 할 부조리함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때론 절절하게, 때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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