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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 -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인문 교양 아카이브 ㅣ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사라 허먼 지음, 엄성수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세월 간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업적이,
단지 여자의 업적이라는 이유로 지워졌을까.
제일 첫 장에서 이야기하는 '헤디 라마'에 대해 얘기하자면
훌륭한 과학자인 그녀는 '섹스어필이 강한 여배우'로 밖에
소비되지 못했다. 대중은 똑똑한 과학자보다, 섹시한 여배우를 원했나보다.
주부가 되는게 당연한 시절, 준코 다베이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심지어 그 이후 그녀는 7대륙 최고봉을 전부 정복한 여성이 되었다.
여성에게 주어진 인생의 길이 획일화되어있던 그 시절,
그녀의 강단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리 퀴리에 대해서는, 전에 비정상회담에서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정작 폴란드인은 마리 퀴리를 모르고 있어서 꽤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방사능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녀의 삶도 대단하지만
연구적 업적 이외에도 그녀는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
그녀의 딸은 인공 방사선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했고,
그녀의 딸의 딸의 직업은 핵물리학자였다고 한다.
방사능 학자인 그녀가 그녀의 가족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주부가 아닌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의 삶을 통해 알려준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트루히요의 만행이 극에 달했던 시절
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며 지하운동을 진두지휘하던
세 자매, 이른바 '나비들'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미 진행중이던 지하운동을 더욱 더 격렬히 만들어
결과적으로 트루히요를 권력에서 축출해내었다.
테니스 챔피언 바비 릭스의 도발로 이루어진 세기의 테니스 경기.
그 어떤 최고의 선수여도 그 선수가 여자라면 자신은 승리할 수 있다고
얘기한 바비 릭스에게 빌리진킹이 도전장을 내밀고,
이 세기의 대결을 무려 9000만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결과는 당연히 빌리진킹의 승리였다.
이러한 경기가 단순한 오락이 절대 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남자가 바비릭스와 같은 말을 할때,
"누가 너처럼 말하다가 여자한테 완전 무참이 깨진적이 있는거 알아?"
라고 되받아치며 저 경기를 예로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인도 친구가 해준 흥미로운 이야기 중에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가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된 이유는
사람들이 종교적, 문화적인 이유로 이번 생은 어차피 정해져있으니
다음 생을 기대하면서 이번 생의 부조리함을 그냥 넘긴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비트리바이 풀레는 낮은 카스트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집안에서는 여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사비트리바이는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인도 최초의 여성 교사가 되기에 이르는데,
이는 여성으로써도, 낮은 카스트로써도 인도 사회 전역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일이었을것이다.
아웅산수치의 현 행보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나
그녀가 미얀마의 영웅이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비폭력 저항운동은 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녀의 가택연금을 풀어달라는 세계 각국 인사의 요청이 빗발쳐
결국 그녀는 가택연금에서 풀려났으며
처음 미얀마에서 이루어진 자유선거에서 그녀의 정당은
굉장히 큰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갱단 두목 '새디 패럴'에 대한 이야기가 왜 영화화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흥미로운 삶을 살았는데 말이다. 그녀가 남자였다면 분명
영화화 됐을것이다. 그녀는 싸울때 박치기를 하는 버릇이 있어
별명이 '염소'였는데 갱단에 몸 담고 있다가 해적이 된 이후
강기슭의 여왕으로써 농가와 대저택을 털고, 인질을 잡아 몸값을 받아낸다.
당시에는 해적이 되고픈 여성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시대상을 반영해 여성들이 나오는 해적 영화가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여성 범죄자들을 다루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굳이 적지 않겠다.
새디 패럴을 논하긴 했지만.. 세계적 다양한 인종, 국가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들의 업적을 비록 짧은 문단을 통해 간단히 접했지만
이 짧은 문단으로도 그녀들의 삶을 제대로 논했던 책이 지금껏 있었을까?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를 하면서도 그녀들의 이름이, 삶이
공공연하게 자주 다뤄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