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난해한 표현보다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계절, 가족과 사랑,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시집입니다.가을과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다가도 뜻밖의 유머에 피식 웃게 하고, 어느 순간에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약자, 이기심과 무관심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게 합니다.특히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나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는 요즘 우리의 모습까지 돌아보게 하는 시들이 오래 남았습니다.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시집.『면도칼에 베였다』라는 제목처럼 때로는 날카롭게 마음을 건드리고, 때로는 따뜻하게 머무는 시들이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습니다.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사랑에도 사람을 보는 안목과 관계를 이어가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특히 관계를 ‘정서적 계좌’에 비유한 부분과 성격보다 성품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사람의 결을 알아보는 세 가지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약자를 대하는 태도, 이해관계가 충돌했을 때의 선택,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라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어요.또 이미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는 이유로 나를 계속 소모시키는 관계를 놓지 못하는 ‘매몰 비용’에 관한 부분에서는 과거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사랑에 실패했던 경험조차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이터가 되고, 결국 사랑도 경험하고 배우며 쌓여가는 실력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연애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 내가 맺고 있는 여러 관계와 나 자신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어요.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관계의 기술들.그래도 지금이라도 읽어서 다행입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편안하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우리는 좋은 직장, 많은 돈, 넓은 인간관계처럼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내 삶마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깨달은 들짐승처럼 살기로 했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자존감은 소유가 아니라 책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와 보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누구보다 특별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내 자존감의 목줄을 맡기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삶일지 모르겠습니다.“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된다”는 수많은 기준에 지친 사람에게*“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책.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이 자꾸 부족하게 느껴지거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헷갈리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오래전 우리 엄마 세대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82년생,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실제 삶을 담은 이야기라는 사실에 놀라 책을 두 번 읽었어요.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죽음, 사춘기의 방황, 상처뿐인 관계와 그곳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시간. 한 사람이 감당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들이 이어집니다.하지만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작가가 원했던 삶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그저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였다는 점이었어요.환경에서 벗어났다고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흔이 넘어 비로소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과거의 자신까지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회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긴 겨울을 견뎌 얻어낸 봄날일 수도 있다는 것.책을 덮고 나니 제목이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그래도 봄날은 온다.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올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책입니다.『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불교의 지혜를 바탕으로 고통과 불안, 두려움, 연민,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삶의 진실을 이야기합니다.특히 고통을 피하거나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서 오히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고통은 벌이 아니며, 기쁨은 보상이 아니다.이 책은 쉽게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하지 않습니다. 삶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사랑하는 것도 관계도 나 자신도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하지요.그래서 단순히 마음을 달래주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조금 바꿔주는 책에 가까웠습니다.좋은 책은 빨리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덮은 뒤에도 자꾸 다시 펼쳐보게 되는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