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세계사 -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KODEF 안보총서 13
남도현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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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득 어린 시절 가슴속에 그려 보았던 꿈이 생각난다. 지금도 고향집 근처에 친척들이 여럿 모여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옆집이 할아버지가 사셨던 큰집이고, 앞집은 작은 고모집이, 또 그 옆집에 외삼촌집이, 뒷집에는 작은집이 있어 마치 작은 촌락을 이루고 살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대가족의 유대관계가 보기 좋게만 느껴졌고, 내가 장성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제대로 된 커다란 집을 짓고 그 집에 온 친척들이 모여 살면 좋겠다는 꿈을 그렸었다. 혈연으로 연결된 친족들은 작은 국가와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도 대통령과 같은 어른이 있고 그의 의중에 따라서 집안의 모든 일들이 결정되고 진행된다. 때문에 집안의 어른의 지혜로운 판단이 집안을 번영시킬 수도 있지만, 섣부르거나 잘못된 판단은 집안의 몰락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어느덧 세상이 변해서 핵가족의 단위를 뛰어넘어 결혼을 기피하는 1인세대가 늘어가는 시대이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이 줄어들었음에도 예전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서 친인척의 개념은 마치 족보속의 기록으로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가 라를 생각을 하게 한다. 문득 요즘의 친족과 가족의 개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은 책<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를 읽고 나서 과연 절대자중심의 국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이며, 현재의 내가 그 교훈을 발현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에서였다. 결국 그 고민의 귀착지점은 가족이고, 친인척과의 관계로 잡게 되었다. 가족의 구성원이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에서, 친인척간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단 모든 가족들이나 친인척들 간의 관계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태평성대의 중간중간의 전쟁사가 있는것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이 내재되어 있음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런 가족 내, 친인척간의 관계의 전쟁의 불꽃은 예나 지금이나 상속 등의 경제적인 문제에서 대부분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오순도순 큰 문제없이 지내던 집안에서 갑자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불협화음이 시작되고, 심지어 그로 인한 갈등이 깊어질 경우 가족간의 안면몰수는 기본이고, 패륜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세계사의 크고 전쟁들 또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각자의 실리와 명분을 가지고 개전하고, 참전하게 되지만 결국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들만 남겼을 뿐 긴 역사의 흐름속에 그리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결국 전혀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족간의, 국가간의 전쟁을 막고 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르아닌 헤게모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고, 구성원들과의 부단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를 키워가는 것이라 생각 된다.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의 내용은 주로 1,2차 세계대전의 전개과정과 독일중심의 추출국과 영국,프랑스,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연합국의 전후사정, 주변국들의 면면까지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간에 동서양간의 전쟁사도 들어있으며, 초반부에는 중국의 중원 쟁탈기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더불어 부족한 우리나라의 부족한 역사의식에 대한 쓴소리도 담고 있다. 그 수 년에서 수 백년간을 이어 온 수많은 전쟁속에서 끝없이 몰지각한 지도자의 전쟁노름에 판돈이 되어 희생 된 무고한 국민을 통해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전하기도 한다.

 요즘은 그나마도 바쁜 탓에 줄어든 듯 하지만 연말이나 명절 때 친척들의 모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중의 하나가 ‘고스톱’이다. 친목도모라는 미명아래 시작되는 푼돈이 오가는 게임이지만, 간혹 즐거운 만남에 감정이 상해서 다음 명절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는 악순환의 원인을 제공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고스톱의 가장 큰 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이 접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고스톱에는 지역을 달리하며 다양한 룰이 있다. 하지만, 지역을 달리해도 변함없는 극명한 룰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낙장불입(落張不入)’바둑에서라면‘일수불퇴(一手不退)’일 것이다. 한 번 내놓은 패는 절대 거두어들일수 없다는, 한 번 놓은 바둑알은 옮길 수 없다는 신중한 선택을 강조하는 룰이다. 지난 세계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들을 전장으로 내몬 권력자들은 낙장불입과 일수불퇴의 의미를 상기했을까? 아마도 전쟁을 게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포석을 다지기 위해서 나름의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한 신중함은 이미 세상을 손에 쥐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신중함이었지, 국민들의 평화에 기인한 신중함은 아니였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평화의 기치로 그들을 막아선 연합군 또한 승리 후 실리적인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한 승전국간의 또 한 번의 탁상전쟁을 치르게 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2차 대전의 패전을 눈앞에 두고도 마지막까지 국민을 판돈으로 삼아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지막 전쟁의 도박판을 즐겼던 히틀러에 빗대어 표현하기를 “그것은 마치 빚에 몰린 가장이 회생절차를 밟아 가정을 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고 아기들 돼지저금통까지 들고 도박장으로 달려 나간 것과 같은 꼴 이었다”(p.291) 라고 했다.
자칫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에 담긴 내용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윤리적을 해석한 것은 아닌가 싶다. 분명 전쟁에서 패자는 물론이고 승자 또한 얻는 것은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뿐이다. 불가피한 방어를 위한 전쟁이라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또한 이전에 접경국과의 무던한 관계라면 전쟁을 그리 쉽게 촉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역사의 소요돌이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적어도 빚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생각을 모아야지 아이들의 돼지저금통을 들고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누를 범함으로써, 한 번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는 낙장불입(落張不入)의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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