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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7
모리스 샌닥 글.그림, 조동섭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혹시 모리스 샌닥이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우리 나라에서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저자로 유명하신 분이신데요.
작년 향년 83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저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생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칼데콧상을 수상할만큼 해외에서는 명성 높은 그림책계의 거장이시죠.
하지만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만큼, 특히 국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도 드물꺼에요.
그의 대표작이자 수상작인 <깊은 밤 부엌에서>부터 벌거벗은 남자아이의 고추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탄을 받았고
대표작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엄마를 잡아먹겠다는 맥스의 대사 하나만으로 두고 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했지요.
또한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은 각 책마다 내용에 알맞은 삽화로 그림체가 완전 변신하다시피 하는데요.
<범블아디의 생일파티>는 무서울만큼 희화화된 그림체만으로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전 재밌던데... 저희 신랑과 33개월 단이는 썩 내켜하지 않네요 ㅎㅎ;;
어떤 그림책인지 살짝 볼까요?
범블아디는 8살이 되도록 무심한 가족들때문에 생일파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게걸스러운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난 다음 아홉 살이 된 범블아디는 착한 고모 애덜라인의 양아들이 되었답니다.
출판사의 서평을 참고하면 <범블아디의 생일파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어요.
생일 파티라는 소재로 펼쳐지는 "진짜 어린 아이"의 욕망,
그리고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갈등과 화해가 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큰 기둥이에요.
그와는 또 별개로 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까지
애덜라인 고모와 범블아디의 관계를 입양된 가족이라고 생각 못했던지라 살짝 당황했지 뭐에요 :D
한편으로는 이렇게 무심하게 입양된 가족의 이야기를 은근슬쩍 풀어나가며 조용히 물들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이 반갑습니다.
다정한 애덜라인 고모는 한번도 생일파티를 해본 적 없는 범블아디를 위해 생일 케이크와 최고급 카우보이 옷을 선물해줘요.
사실 선물은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범블아디는 사고칠 궁리를 하고 있네요.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범블아디의 뱀처럼 교활한 면모가 돋보입니다.
그는 애덜라인 고모가 어디까지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걸까요?
일면식도 없는 거리의 돼지들을 모두 초대해 시끌벅적한 환상의 생일파티를 열었지 뭐에요.
시공을 초월하는 각양각색의 가면과 의상으로 무장한 돼지들은 문을 부수고 허락없이 짠물을 마시며
범블아디가 900살까지 살기를 축하해준답니다.
대사는 하나도 없지만 곳곳에 적혀있는 숫자 9를 뜻하는 모습들과 손글씨로 거칠게 적혀 있는 문구들,
그리고 가면을 쓰고 등장한 돼지들의 희화된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무척 솔솔합니다만...
저희 신랑의 그림이 무섭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권장연령이 4~6세일까요 ㅎ
모리스 샌닥은 일평생 자신을 동화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린이에 관한 진실을 말하는 작가로 여겼다는군요.
언제나 아름답기만한 동화 속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는 모리스 샌닥의 책은
그야말로 현대그 림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습니다.
범블아디와 저녁을 먹기 위해 부랴 부랴 돌아온 애덜라인 고모의 제대로 화난 표정이에요 :D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죠.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벌로 저녁을 굶긴 엄마를 잡아먹겠다고 말하는 맥스가 끝내 밉지 않은건
괴물들의 왕이 되길 마다하고 엄마가 몰래 가져다 둔 따뜻한 스프가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역시 자신을 돌봐주는 애덜라인 고모 몰래 광란의 파티를 벌여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범블아디가 끝내 밉지 않은 것도
애덜라인 고모에게 달려가 아홉번씩 아홉번 뽀뽀를 하며 화해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때문일꺼에요.
케이크만 나와도 생일파티라며 좋아하는 33개월 단이지만 범블아디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가봐요.
단이가 보기에도 그림이 흥미로울 것 같은데 엄마는 이해를 못하고 아빠는 거봐~ 이러고 있습니다 ㅋ
생일케이크나 생일과 관련된 책놀이를 해주면 좀더 재밌게 받아들여줄텐데
요즘 게으름이 극에 달한 엄마는 쿨하게 패스했어요.
단이, 미안.
어린 시절 생일 파티에 대한 달콤쌉쌀한 추억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계시죠?
돼지들이 등장해 말도 안되는 생일파티를 벌이는 이 이야기야말로 달콤쌉쌀한 현실이라는걸
아마 누구라도 단박에 부정하긴 힘드실꺼에요.
비록 33개월 단이에게 호감을 얻진 못했지만 분명 열광하는 어린 독자들이 무수히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두들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