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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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 알 샤리프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는 여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극단적 이슬람 신정통치가 이루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이라는 성을 달고 태어난 이상 평생 동안 성차별적 관행에 익숙해지는 것은 일종의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이라면 외출 시 히잡을 두르고 아바야를 입어야만 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책을 통해 드러난 한 여자의 삶만 들여다보아도 그녀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차별적 제도들은 상상 이상이었고 문제는 이미 국민들의 머릿속에 관념처럼 굳어졌기 때문에 누구도 거기에 저항하여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상의 모든 곳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부당한 관습에 저항해 인권운동을 펼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 위민 투 드라이브는 여성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 사회의 관행을 타파하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여성인 마날이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연행되어 감옥살이까지 해야 했던 경험을 회고하며 악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불과 몇 년 전인 2018년부터 여성 운전이 공식적으로 허용됐는데, 마날이 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낸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로 거슬러올라가자면 유교의 확산과 함께 확대된 남아선호사상으로 성차별의 어두운 그늘을 지나온 과거가 있기에 그녀의 이야기는 먼 얘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사회적 환경을 딛고 주체성을 가진 독립적 삶을 설계해 나간 마날 알 샤리프의 이야기는 변화의 시작을 넘어 새롭게 발견한 용기의 상징이자 우리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데 등대의 불빛과도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p.140

경직된 신앙의 폐쇄적인 세계에 살면서 정말 외로웠고, 마음속으로 무언가 놓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p.226

우리는 여러분의 누이이며 어머니이며 딸입니다. 여러분의 지지를 기대하며 이제 여러분이 응원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p.233

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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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 36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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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라는 에세이는 다독가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니체, 간디,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지며 최근에는 K-Pop의 선두라고 할 수 있는 BTSRM이 추천한 책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에머슨이 평생 실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사상의 핵심은 바로 인생의 모든 답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평소 에머슨의 사상을 잘 몰랐더라도 이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당신 자신을 자기 이외의 곳에서 찾지 말라는 메시지를 접하는 순간 마치 커다란 종소리와도 같은 울림에 휩싸이게 된다. 이 한 문장 안에 그가 주장하는 사상 일체가 함축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에머슨이 집중적으로 펼쳤던 초월주의 사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에세이가 바로 <자기 신뢰>인데, 이 책에는 에머슨의 세 편의 에세이 자기 신뢰’, ‘운명’, ‘개혁하는 인간이 실려 있다. 특히 기계공 도제들의 도서관 모임에서 행했다고 하는 그의 대표 강연 개혁하는 인간이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에머슨이 내세우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오버 소울이다. 각 개인의 영혼은 오버 소울에서 유출된 것으로, 그 안에 잠재적으로 오버 소울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신뢰는 영혼의 지시에 따라 자연과 합일하면서 사는 것이므로 자연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오버 소울이며 자신의 영혼을 믿고 오버 소울을 통해 일자(一者)와 합일하는 것이 자기 신뢰다.

영혼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하여 운명의 이치를 깨닫고 물질주의에 갇혀 있는 정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핵심 주제이자 이 책을 통해 교훈 삼아야할 덕목이다.

 

몹시 철학적이라 어려운 듯 느껴지면서도 결국은 인생을 살아가며 행해야할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실천사항들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이다. 특히 후미에 실려 있는 역자의 해제가 지은이 랄프 왈도 에머슨과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자기 신뢰의 네 가지 실천 방법

1. 진정한 기도를 올려라

2. 어디를 가든 너 자신이 되라

3. 독창적인 사람이 되라

4. 문명의 본 모습을 파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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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소소하지만 위대한 50가지 인생의 순간
메건 헤이즈 지음, 엘레나 브릭센코바 그림, 최다인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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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행복심리학을 연구한 학자답게 지은이 메건 헤이즈는 현재 지구상에서 수천 개의 집단이 내뱉고 사용하는 언어와 방언들 중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단어들만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각기 다른 유형이긴 하나 저자가 소개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행복이라는 공통된 개념으로 귀결된다. 이는 언어가 생활 환경 안에서 생각이나 감정, 역사를 표현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자 기본 요소이고 우리는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일치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위를 지구 전체로 보자면 수많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언어가 존재하는데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개로 훌륭한 의미의 언어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역시 각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와는 별개로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는 사실 또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집, 공동체, 영혼 등 챕터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몇몇 단어들을 소개했을 뿐이지만 한 장 한 장 다양한 언어들을 접하다 보니 이밖에도 이 지구상에는 아름다운 말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점점 삭막해지고 배타적으로 변해가는 현 시대 속에서 보자면 69페이지에 소개된 멜마스티아라는 말은 참 의미가 깊다. 파슈토어인 멜마스티아는 대가를 전혀 바라지 않고 인종과 종교, 경제적 지위도 따지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보이는 호의와 깊은 경의라고 설명한다. 세속적 문화권이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파슈툰족이 전해주는 구시대의 지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길이라는 말도 재미있다. 기길은 숨이 막힐 듯 꽉 껴안는다는 뜻으로 필리핀의 공용어인 타갈로그어인데 통통한 아기나 귀여운 강아지 등 귀엽고 소중한 누군가를 꼬집거나 껴안고 싶을 때 저절로 나오는 반응이다.

아일랜드의 따뜻한 국민성에서 나온 플라훌은 왕자 또는 영주를 뜻하는 플라flaith에서 나온 형용사로 도량이 넓고 고결한 성품을 묘사할 때 쓰인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위해 행동하는 플라훌을 통해 사람들은 극강의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낯설고 생소한 여러 가지 말들 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바로 소브레메사. 소브레메사는 스페인의 명사로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둘러앉은 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을 즐기고 조급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말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아름다운 지구의 언어 중에서도 행복감이 가득한 단어들의 소개와 더불어 곳곳에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짤막하게 실어 흥미로웠고 특히 각 언어의 설명과 어울리는 일러스트 삽화가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눈과 정신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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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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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알고 지내는 사진작가가 있어 그를 비롯한 수많은 사진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훌륭한 예술 사진을 숱하게 눈으로 봐 왔는데, 도진호 작가의 사진은 뭔가 느낌이 특별했다. 일상인 듯 가벼우면서도 예술인 듯 깊이감이 있는 흑백 사진들과 짧은 에세이로 구성된 <괜찮아, 오늘 하루>에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의 사계절 일상이 담겨 있다.

 

어쩌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하루 안의 어떠한 순간을 한 장의 사진 속에 포착했다. 거기에 흑백을 입히고 짧은 글로나마 의미를 부여하니 그게 바로 특별하고 감성있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내가 생활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 아니라 어쩌면 예술로 승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유의미해진다.

사실 작가는 컬러 사진을 찍어 포토샵으로 색을 빼는 흑백 변환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흑백 사진을 찍은 거라고 한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을 잃으면서 흑백사진을 찍어 일상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처음에는 작가 자신의 아픈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었는데, 이제는 나와 같은 독자들이 함께 공유하며 편안한 시간과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다.

 

1월부터 12월까지 날짜별로 기록한 형식이라 춘하추동 사계절의 변화 속에 작가의 집, 사무실, 파주의 출판단지 등을 중심으로 일상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느낌 있는사진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마음 가벼운 책이다. 내 일상도 이 책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고, 남의 일기장을 슬쩍 훔쳐보는 듯한 작은 스릴과 함께 소소한 일상이 기록을 통해 대단한 역사로 쓰여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책, 쉼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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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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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게 낯설고 어렵다. 시가 어렵다고 생각한 건 성인이 된 이후다. 어린 시절에는 글짓기 숙제가 있어도 양을 채워야하는 산문보다는 조금만 써도 되는 운문을 택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많은 할 이야기를 까다로운 운율에 맞추어 짧고 간결한 시구(詩句) 안에 함축해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씩 깨달았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읽어봐도 국어선생님의 설명 없이는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헤아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시에는 시적 허용이라는 게 있어 표준어나 맞춤법에 어긋나는 어구들이 종종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화자의 의도를 분명히 알기 힘들다. 평소에 내가 읽어 내려가는 그대로의 의미만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 위주로 책 편식을 했던 것도 바로 그런 핑계에서였다.

 

이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은 실로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들 사이에서)유행처럼 번졌던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후로는 처음 읽어보는 시집이다. 빠른 시간에 읽는 건 가능했지만 역시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머리와 가슴의 이해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완독 이후에도 다시 한 번 책장을 열어야 했다.

 

이 책은 월별, 계절별 시리즈 중 겨울에 해당하는 시화집이다. 四季 중 겨울에 해당하는 12, 1, 2월로 장을 나누어 화가 칼 라르손, 클로드 모네, 에곤 실레의 작품을 실었고, 각 월의 일자별로 윤동주 외 국내외 서른두 명의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시집인데 조금 색다른 구성이고 무엇보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차가운, 신선한, 때로는 쓸쓸한, 그리운, 서정적인 겨울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내용만큼이나 예쁜 책 디자인도 매력 발산에 큰 몫을 한다. 어쨌든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 상황에선 책을 통해 명시와 명화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대로 전시회를 관람하는 대리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다. 책의 맨 뒤로 가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아쉬웠던 점 한 가지는 인물 설명과 더불어 시나 그림에 대한 작품설명이 간단하게라도 곁들여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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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밤은 내가 성찬을 받는 밤이다. 눈은 이제 대지를 희게 덮었고, 내 신바닥이 땅 위에 잠깐 미끄럽다.

 

노천명 <설야(雪夜) 산책>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윤동주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김소월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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