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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소소하지만 위대한 50가지 인생의 순간
메건 헤이즈 지음, 엘레나 브릭센코바 그림, 최다인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4월
평점 :
과연 행복심리학을 연구한 학자답게 지은이 메건 헤이즈는 현재 지구상에서 수천 개의 집단이 내뱉고 사용하는 언어와 방언들 중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단어들만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각기 다른 유형이긴 하나 저자가 소개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행복이라는 공통된 개념으로 귀결된다. 이는 언어가 생활 환경 안에서 생각이나 감정, 역사를 표현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자 기본 요소이고 우리는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일치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위를 지구 전체로 보자면 수많은 나라와 민족, 그리고 언어가 존재하는데 한글의 우수성과는 별개로 훌륭한 의미의 언어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역시 각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와는 별개로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는 사실 또한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집, 공동체, 영혼 등 챕터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몇몇 단어들을 소개했을 뿐이지만 한 장 한 장 다양한 언어들을 접하다 보니 이밖에도 이 지구상에는 아름다운 말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점점 삭막해지고 배타적으로 변해가는 현 시대 속에서 보자면 69페이지에 소개된 ‘멜마스티아’라는 말은 참 의미가 깊다. 파슈토어인 멜마스티아는 대가를 전혀 바라지 않고 인종과 종교, 경제적 지위도 따지지 않고 모든 손님에게 보이는 호의와 깊은 경의라고 설명한다. 세속적 문화권이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파슈툰족이 전해주는 구시대의 지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길’이라는 말도 재미있다. 기길은 숨이 막힐 듯 꽉 껴안는다는 뜻으로 필리핀의 공용어인 타갈로그어인데 통통한 아기나 귀여운 강아지 등 귀엽고 소중한 누군가를 꼬집거나 껴안고 싶을 때 저절로 나오는 반응이다.
아일랜드의 따뜻한 국민성에서 나온 ‘플라훌’은 왕자 또는 영주를 뜻하는 플라flaith에서 나온 형용사로 도량이 넓고 고결한 성품을 묘사할 때 쓰인다.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위해 행동하는 플라훌을 통해 사람들은 극강의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낯설고 생소한 여러 가지 말들 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바로 ‘소브레메사’다. 소브레메사는 스페인의 명사로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둘러앉은 채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을 즐기고 조급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말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아름다운 지구의 언어 중에서도 행복감이 가득한 단어들의 소개와 더불어 곳곳에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짤막하게 실어 흥미로웠고 특히 각 언어의 설명과 어울리는 일러스트 삽화가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눈과 정신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416/pimg_71436623429150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