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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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게 낯설고 어렵다. 시가 어렵다고 생각한 건 성인이 된 이후다. 어린 시절에는 글짓기 숙제가 있어도 양을 채워야하는 산문보다는 조금만 써도 되는 운문을 택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많은 할 이야기를 까다로운 운율에 맞추어 짧고 간결한 시구(詩句) 안에 함축해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씩 깨달았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읽어봐도 국어선생님의 설명 없이는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헤아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시에는 시적 허용이라는 게 있어 표준어나 맞춤법에 어긋나는 어구들이 종종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화자의 의도를 분명히 알기 힘들다. 평소에 내가 읽어 내려가는 그대로의 의미만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 위주로 책 편식을 했던 것도 바로 그런 핑계에서였다.

 

이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은 실로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들 사이에서)유행처럼 번졌던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후로는 처음 읽어보는 시집이다. 빠른 시간에 읽는 건 가능했지만 역시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머리와 가슴의 이해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완독 이후에도 다시 한 번 책장을 열어야 했다.

 

이 책은 월별, 계절별 시리즈 중 겨울에 해당하는 시화집이다. 四季 중 겨울에 해당하는 12, 1, 2월로 장을 나누어 화가 칼 라르손, 클로드 모네, 에곤 실레의 작품을 실었고, 각 월의 일자별로 윤동주 외 국내외 서른두 명의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시집인데 조금 색다른 구성이고 무엇보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차가운, 신선한, 때로는 쓸쓸한, 그리운, 서정적인 겨울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내용만큼이나 예쁜 책 디자인도 매력 발산에 큰 몫을 한다. 어쨌든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 상황에선 책을 통해 명시와 명화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대로 전시회를 관람하는 대리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다. 책의 맨 뒤로 가면 책에 실린 작품들의 작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아쉬웠던 점 한 가지는 인물 설명과 더불어 시나 그림에 대한 작품설명이 간단하게라도 곁들여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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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밤은 내가 성찬을 받는 밤이다. 눈은 이제 대지를 희게 덮었고, 내 신바닥이 땅 위에 잠깐 미끄럽다.

 

노천명 <설야(雪夜) 산책>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윤동주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김소월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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