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에디터스 컬렉션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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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이 불친절함을 미리 밝힌다. 마음 가는대로 쓸 예정이다. 글이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울 것이다. 그러니 아니다 싶으면 읽지 않으시면 된다.

 

책을 몇 달 전 읽었는데 등장인물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펼치기도 귀찮고 검색도 귀찮다. 그래서 나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부인과 선생님의 친구 이름은 직접 찾으시던가 아님 책을 읽으시면 되겠다.

 

나는 제국대학 학생이고 선생님은 제국대학을 졸업한 제법 돈이 좀 많은 백수이시다. 나는 여름방학 때 피서지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이상한 동경에 이끌려 선생님 댁에 들락거린다. 선생님의 부인인 사모님은 미인에다 말이 별로 없다. 남편을 지극히 받들지만 사모님과 선생님 사이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나는 느낀다. 나의 아버지는 병이 들었고 나는 고향집에 가게 된다.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나는 선생님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보단 묵직한 자서전이다. 급하게 도쿄를 향하는 기차에 올라 나는 편지를 읽는다. 긴 편지에 선생은 나에게 평소 왜 그리 세상을 등지고 사람을 믿지 못했는지, 부인과는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 털어놓는다. 그리고 선생님의 친구이야기도 등장한다. 소설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직접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마음은 고코로라고 발음한다. 마음이란 우리말은 따뜻함이, 코코로란 일본말은 산뜻한 느낌이 든다. 팔랑팔랑 가벼운 그런 간지(느낌이). 소세키의 소설 마음은 차갑고 불투명하다. 아주 무겁다. 변덕스럽다. 읽기가 시작될 때 가벼움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무시무시한 무거움으로 바뀐다.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예전 초코파이 CF는 마음을 전하고 정을 나누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관념적으로 마음은 뭔가 따뜻하고 좋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자. 아니 마음을 자세히 살펴보라. 내가 해봤는데 어찌나 찌질하던지. 아주 그냥 내가 싫어질 정도다. 우선 분단위 초단위로 내 마음은 변덕을 부린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보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는데 내 마음은 온 힘을 집중한다. 삶의 유한성을 성찰할 때도 어떡하면 안 아프고 오래 살지 고민한다. 내로남불의 굳건한 성채를 구축한지 꽤 오래다. 누군가에게 솔직함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가? 진실된 말 이면에 사리사욕이 자리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물론 난 당당하게 말 못한다. 내 마음을 담은 초코파이는 결코 달지도, 맛있지도 않음을 단언할 수 있다.

 

소설을 읽고 내 마음의 찌질함을 고해성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루카치가 그랬던가, 창공의 별이 우리 길 인도했던 시대에 행복했다고. 근대이후 우리의 별은 너무 많아졌던지 아님 아예 없어져 버렸다. 과거의 확실한 길은 잡초로 우거져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는데 남의 마음을 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누구나 고통스러운 삶을 경험한다. 정신적으로 말이다. 근데 그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삶이란 그런거다. 나도 힘들고 당신도 힘들다. 쉽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로써 인간은 어쩔 수 없다. 싫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야 한다. 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타인과 나, 세상과 나를 고민할 때 조금은 힘을 빼시라. 내가 책을 읽고 얻은 교훈이니 말이다. 내가 다른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어 삶을 열정적으로 불라불라 해라라고 해도 그 또한 어쩌겠는가. 마음이란 원래 그런 걸 말이다.

 

스포일러를 남기지 않고 글을 맺으려 했는데 내 마음이 바뀌었다. 사람 마음이 원래 이렇다. 여하튼 소설에선 부여잡을 수 없는 그 마음이란 것 때문에 두 사람이 자살한다. 그만큼 마음이란 게 무서울 때도 있다. 마음이란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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