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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 -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백스터가 주는 조언
리처드 백스터.제임스 패커.마이클 런디 지음, 최원일.감안식 옮김, 최관호 감수 / 세움북스 / 2024년 7월
평점 :
리처드 백스터, 저에게는 정말 은인과도 같은 분입니다.
때는 2011년 여름.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갔던 신대원이었지만 한 학기 수업을 마친 저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었습니다.
실망스러운 모습들 때문에 받은 충격은 꽤나 아픈 상처를 남겼고, 신학과 현장의 괴리, 신학과 신앙 간의 불일치는 저에게 도무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다가왔으니까요.
그렇게
전도사 사역에서의 첫 여름성경학교를 앞둔 저는 매일매일을 끙끙 앓으며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심정으로 꾸역구역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책장에 꼽혀 있던 <참목자상>을 발견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종강을 하면서 경건훈련원에서 받은 책이었는데요(아마 새벽과 오전, 수요 채플 출석 우수자에게 준 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책장에 꽂혀 있던 "리처드 백스터의 <참목자상>"은 저에게 있어 아우구스티누스의 "톨레레게"처럼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읽게 된 <참목자상>은 사막 한복판에서 만난 오아시스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만난 한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신대원 1학년 여름 방학 때 읽은 리처드 벡스터의 <참목자상>은 저를 깊은 수렁에서 건졌고, 첫 여름성경학교도 감격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렀습니다.
그때에 비해서는 모든 면에서 조금은 나아진 모습으로 여름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는 저에게 리처드 백스터의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가 "딱!"하니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 책은 리처드 백스터만의 글로 채워져 있지는 않습니다.
1부 1장에서는 "영혼의 의사, 리처드 백스터"라는 제목으로 그 유명한 제임스 패커가 청교도주의와 백스터의 삶, 그리고 우울증에 빠진 이들을 위해 백스터가 남겨놓은 저술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가[백스터] 키더민스터에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 그 마을에는 의사가 없었다. 백스터는 자격을 갖춘 의사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의사 역할을 감당했다. 그는 병을 달고 살면서 많은 의학적 지식을 쌓았음이 분명하며, 그의 책임감은 그가 <기독교 생활 지침>에서 "의사의 의무"에 관해 쓴 내용과 일치했을 것이다."(45쪽)
1부 2장에서는 성인 및 아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마이클 런디가 앞서 자리하고 있는 제임스 패커의 글보다 두 배나 많은 분량으로 "리처드 백스터의 관점과 회고"를 탁월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백스터의 자료에는 건전한 기독교 교리와 일반적이고 총체적인 의학 원칙이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혼합되어 있다. 그는 스토아 철학의 개념을 재구성하여 이런 교리와 원칙들에 적용함으로써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공식화하였다."(84쪽)
패커와 런디의 글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요.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역시 백스터의 글입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습니다. <참목자상>에서는 못 느꼈었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우울증 관련 지식이 없느냐?"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예닐곱 명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신학자, 목회자들의 저작들을 계속해서 읽어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려웠던 것과는 별개로 백스터가 우울증 환자들을 관찰하고, 목양하면서 얻은 다양하고 방대한 케이스들을 그의 신학과 사상 그리고 그의 의학 지식의 조명 아래 실제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들은 그야말로 압권이라 하겠습니다.
압권은 어떠한 첨가나 삭제, 변질이나 희석 없이 있는 그대로를 봐야 마땅하겠죠! 그것은 책에서 확인해 보십시오!
리처드 백스터가 피땀 흘려 써 내려간 우울증의 35가지 사례, 6가지 원인, 그리고 21가지 지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딱 한 가지만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귀신이 들렸다는 말은 단순히 사탄이나 그 하수인들이 인간의 몸 안에 공간적으로 존재하거나 그 거처를 둔다는 뜻만은 아니다. 우리는 사실 귀신이 선인의 반대 개념인 악인과 어느 정도까지 함께하는지에 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귀신은 효과적인 조종 수단을 사용하여 누군가에게 자기 힘을 발휘한다'라는 정도가 적절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사탄 역시도 신실하게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매우 빈번하게 내적 충동을 일으키지만, 사탄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은 오직 불신앙과 육욕만을 탐닉하는 자들의 영혼들뿐이다."(189쪽)
분명한 것은 이 책 <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13년 전 여름성경학교를 앞둔 제가 <참목자상>을 읽고 힘을 얻었던 것처럼 제게 큰 울림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