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잃어버린 400년 - 쉽고 재미있는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강학종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잃어버린 400년>
쉽고 재미있는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어려운 것을 쉽게 쓰고, 쉬운 것은 더 의미가 잘 드러나게 재미있게 풀어내시는 강학종 목사님의 은사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회사를
애정하는 1인으로서 중간사에도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문을 두드렸지만 그간 문만 얼마나 두드렸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열심으로 문을 두드리다가 문이 살포시 열리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체하다가 열린 문틈으로 고개만 빼꼼 내고 쳐다보기만을 수년 간 해왔었지요.
그렇게 중간사는 저에게 흥미롭기에 사두었지만 막상 꺼내서 하나하나 살펴보진 않은 바둑 사활풀이집 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잃어버린 400년>은, 강학종 목사님은 마치 노영하 해설위원이 복잡하고 난해한 사활풀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듯 "중간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었습니다.
솔직히 '25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으로 그 방대하고 복잡한 인물과 사건이 난무하는 중간사를 제대로 다룰 수는 있을까?'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려는 우려일 뿐이었습니다. 이 책 한 번만 제대로 정독했을 뿐인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 <요세푸스 전집>을 통독한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책은 머리말과 나가는 말을 제외하면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400년의 서막
2장 70년의 나라 바벨론
3장 바사(페르시아) 제
4장 헬라 제국
5장 마카비 혁명
6장 하스모니아 왕조
7장 로마의 시대
8장 헤롯 왕조
9장 400년, 그다음 이야기
개인적으로 책의 도입부라 할 수 있는 1장 "400년의 서막"은 정말 좋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운 바울은 특별히 회당을 그 전초기지로 삼아 선교 사역을 감당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하나님께서는 신구약 중간 시대에 장차 교회를 세울 준비를 어떻게 해나가셨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세요. 단지 7쪽의 분량으로 책 전체를 읽어낼 동기 부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말이죠.
저자는 또한 바벨론과 바사(페르시아), 그리고 헬라와 로마에 이르기까지 그 복잡다단한 과정을 너무나도 간명하게 풀어냅니다.
중간중간 열왕기, 역대기, 이사야, 에스라, 에스더, 학개 등 익숙한 성경의 배경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중간사 곳곳에 뚫려 있는 블랙홀을 성공적으로 메워서 말이죠.
이 책을 추천하는 기라성 같은 목사님들이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것은 이 책이 정말 쉽고,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톡톡히 한몫을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각 장 맨 마지막에 위치한 "역사가 주는 묵상"과 "주요 등장 인물" 섹션입니다.
아무리 쉽다고 하나 그래도 낯선 인물과 듣보잡 사건이 불쑥불쑥 등장하기에 간혹 그 장을 다 읽고도 뭔가 아리송한 느낌이 남을 때가 있는데요. "역사가 주는 묵상"과 "주요 등장 인물"까지 다 읽고 다음 장을 맞이할 때가 되면 말이죠. 어느새 아리송함은 다 사라져 있고 다음 장을 기대하며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사진을 참조해 주세요~)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를 더 꼽자면 군더더기 없는 재치 넘치는 문장이 줄지어 이어진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직접 보시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아실 겁니다~! 샘플 하나 맛보시면 통으로 사서 다 맛보셔야 할텐데 괜찮으시면 보시고, 아니면 여기서 멈추셔야 합니다!(스포주의?!?)
"드디어 알렉산더가 바사의 심장부인 메소포타미아로 진군한다. 양군이 가우가멜라 평원에서 맛섰는데, 마케도니아는 보병과 기병 합해서 4만 7천 명 정도였던 반면 바사는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의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현대 역사가에 따르면 바사 정규군은 10만 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정규군 외에 다리오가 바사 제국 전역에서 열심히 긁어모은 징집병들이 있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병장기를 쥐여준 것에 불과하니 실제 전투력은 의문이다. 이들이 100만 명으로 부풀려졌을 것이다."(77쪽)
"바사에는 마케도니아에 없는 전차가 있었다. 다리오는 전차의 활약을 기대하며 가우가멜라의 땅을 평평하게 다지기도 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군이 전차는 직진에 특화되었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전차가 대열 사이를 지나가도록 넉넉히 틈을 벌리니 전차는 속절없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77-78쪽)
아무쪼록 <잃어버린 400년>은 우리의 "잃어버린 중간사", "다 까먹은 중간사"를 소생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 책인 것이 분명하니 꼭 보시고 "되찾은 중간사"를 통해 신구약을 더 풍요롭게 묵상하는 기쁨과 유익을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