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사 걷기 - 한민족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따라
임경근 지음 / 두란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교회사 걷기> -임경근-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담임 목사이자 교회사를 전공한 교회사 박사라는 그 진면모가 그대로 담겨 있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세계 교회사 걷기>에 이어 출간된 이 책은 모든 "교회는 하나의 보편적인 거룩한 사도적 교회"라는 교회론의 핵심 사상에서 출발합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한국교회의 어제(출발)과 오늘(현재)에만 관심을 두지 않고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초대교회와의 연속선상에서 한국 교회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한두 번의 특강 형식이 아닌 반기와 년 단위로 교회사 공부를 시도해 보신 분들은 모두 잘 아실텐데요.

 

일단 '무구한 역사 가운데에서 어떤 사건을 다루고, 어떤 인물을 소개할 것이며, 각각의 내용은 얼마만큼의 분량으로 정리할 것인가?'라는 이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헤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 문제 앞에서 지금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많은 목회자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 줍니다. 시대와 주제, 인물과 사건에 있어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정말 꼭 필요한 만큼 다루고, 딱 좋을 만큼만 풀어내고 있으니까요.

 

또한, 아무리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회사 공부라 해도 "사관"이 없으면 역사 해석이 사건마다 인물마다 그 기준을 달리 하게 되어 교회사 공부 시간이 소위 썰을 푸는 것과 모양새를 하게 됩니다. 아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러나 이 책은 "사관"이라고 하는 어려운 문제를 교회 현장에 꼭 맞는 관점을 제시하여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선교사적 역사관도 아니고, 민족사적 역사관도 아니며, 실증이나 연대 역사관에 의해 기록되지도 않았다. 종교개혁자들이 교회를 개혁하며 부르짖었던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의 관점으로 한국 교회사를 살펴보았다."(16쪽)

 

 

"교회사를 종교개혁(Reformed) 역사관으로 기술한다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분명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꼭 읽어보세요. 정말 그렇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교회사 책을 보는데 설교집을 읽는듯한 착각에 빠질 수가 있지요.

 

 

개인적으로 한국 교회사에 관심이 유별하여 대학원에서 조금 더 공부를 했었고, 한국 교회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에도 근무를 했었기에 "한국 교회사"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 웬만한 사건과 인물은 수박 겉핡기 식으로라도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아마 어디선가 듣거나 봤을텐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묠니르로 한방 맞았습니다. 그 에피소드, 바로 145쪽에 등장하는"한국판 부림절 사건"입니다.

 

1900년 한국 보수파가 친미 개화파를 제거하기 위해 고종도 모르게 비밀리에 계획하고 진행했던 '기독교인 진멸 음모', 사전에 발각되어 실현되지 못했지만 실현됐더라면 이는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를 너끈히 넘어서는 잔혹사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끔찍한 계획이 담긴 칙령이 당시 황해도 해주로 순회전도를 하고 있던 언더우드에게 전달됩니다. 그 지역의 한 영수가 전해준 것이죠. 문제의 심각성을 직감한 언더우드는 당시 라틴어를 공부하고 있던 아들과 함께 이 충격적인 내용을 라틴어로 바꾸어 에비슨 선교사에게 전보를 칩니다. 영어로 보냈다가는 중간에 차단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말이죠. 라틴어에 능숙했던 에비슨은 이 내용을 번역하여 알렌에게 전달했고, 알렌은 고종에게 이 사실을 보고합니다. "고증은 즉시 살해 칙령은 조작된 것이니 기독교인을 보호하라는 새로운 칙령을 내"림으로써 조선판 부림절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연대기적으로 흥미롭게 써내려가는 한국 교회사, 그러면서도 사건의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 연대를 넘나드는 역사 서술은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라 하겠습니다. 또한 한국 교회 성도라면 모두가 궁금했던 내용을 연관되는 내용과 함께 묶어서 알려주는 "알고 싶어요" 섹션은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알고 싶어요"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찬송가" "사경회" "성미" "성례(세례와 성찬)" "임시 직분(영수, 조사, 서리집사, 전도부인, 권사)" "부흥회" "새벽기도" "학습"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새벽기도"(186쪽)의 내용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새벽기도가 1907년 평양 대부흥과 연결되어 한국 교회의 특징을 형성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원자료를 보지 못하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한국교회의 새벽기도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 직전에 시작되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김인서의 기록에서 나온 오류입니다. 새벽기도에 관한 보다 정확한 기록은 KMF(1909. 11.)에 실린 "한국인 기도 이야기"에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엄밀하게 따지면 새벽기도는 1907년보다 훨씬 이전에 시행된 것을 당시 장로교와 감리교에서 발행하던 선교잡지인 Korea Mission Field와 Korea Methodis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사참배 문제"와 "교단 분열의 문제"를 고신 측의 입장으로 조금 치우쳐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조금"입니다. 전혀 일방적이다거나 무리한 건 아닙니다. 합동 측에서 교회사를 공부했기에 이 부분에 있어서 저 역시 다소 일방적인 배움을 해왔기에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조금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네요(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쓰여진 여러 책들과 논문이 있으니 혹시라도 [그럴리 없겠지만] 여기서 논쟁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히 짐작하건대 이 책은 교회사 공부를 내려 놨던,,, 그리고 교회사 연속 특강을 접었던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사걷기

#임경근

#두란노

#두피플

#교회역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