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 - 삶의 깊은 변화를 동반한 제자의 길 ㅣ Emotionally Healthy 시리즈 4
피터 스카지로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4월
평점 :
20세기 후반 한국교회 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제자훈련" 운동은 전 성도의 제자화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교회 역사 속에서 어떤 "운동"이든 종국에는 내리막 길을 걸었던 것처럼 "제자훈련" 운동도 결국 그런 흐름을 타고 말았지요.
현재는 제자백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만큼 수많은 운동이 교파, 교회별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토끼는 잡았지만 과거와 같은 영향력과 역동성은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실정은 대략 이러한데.. 미국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자 피터 스카지로는 프린스턴신학교와 고든콘웰신학교에서 수학한 복음주의권에 속한 목회자로 73개국 이상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민족 교회인 뉴라이프 펠로십 교회를 설립하여 26년간 담임목사로 섬긴 베테랑 사역자입니다. 그는 인종과 문화, 성 차별을 극복하는 교회를 꿈꾸며 실제로 뉴욕 퀸즈의 다인종 노동자 계층을 잘 섬기며 의미 있는 열매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동역자의 만행과 아내의 충격 선언,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절망감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다가 탁월한 상담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기사회생을 하게 됩니다.
이후 저자는 그간 잘못 해왔던 제자훈련에 대한 깊은 자각과 함께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훈련"이라는 새롭고도 성경적인 운동을 펼쳐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엔 진정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신학이 저변에 깔려 있었지요.
솔직히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무언가 새롭다'거나 '엄청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Part 1 삶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제자훈련: 이토록 열심인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1. 천하를 구원시켰는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2. 피상적인 제자가 된 나의 영적 상태를 진단하며
Part 2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훈련의 7가지 특징: 온전한 제자훈련으로 온전한 교회를 이루라
3. 외적인 활동 전에 먼저 내적인 삶을 갖추게 하라
4. 십자가 없는 인기와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
5. 한계라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들이라
6. 슬픔과 상실은 성숙의 필수 관문임을 기억하라
7.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8. 과거의 힘을 깨뜨리라
9. 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이루라
다만 저자의, 모든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진솔함과 ,약함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 성경적인 건강한 회복의 과정들을 보고 있다보니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아주 겸손하시고 온화하신 원로 목사님과 티 타임을 가지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받았네요
책 중간 중간 독자와 독자가 속한 교회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도록 도움을 주는 여러 체크리스트가 실려 있어서 자칫 관전자로 흐를 수 있었던 독서의 흐름을 참여자로 잘 붙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심플하면서도 명쾌한 도표는 저자의 주장을 알기 쉽게 담아내고 있어서 참 유익했고요.
무엇보다 이러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교회에서 어떻게 시행해 가면 좋을지 아주 친절하게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슬픔에 관한 하나님의 과정을 교회에서 적용하기 위한 3가지 아이디어(208쪽)
1. 성도들이 개인적인 상실과 주변 세상의 상실을 인식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훈련하라.
이혼, 은퇴, 죽음, 심각한 질병, 이사, 청년으로 성장한 자녀, 실직 같은 인생의 변화들에 슬픔과 상실의 신학을 적용하는 워크숍이나 사역을 마련하라. 교회는 큰 상실과 변화를 겪은 이들을 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섬겨줄 수 있다.
2. 성경 속의 슬픔에 관한 세미나 혹은 설교 시리즈를 진행하라.
시편, 예레미야애가, 욥기, 다윗의 삶은 ... 역시나 대부분이 하나님께 쓴 애가를 제출했다.
3. 애통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슬퍼할 기회를 제공하라.
슬픔을 주제로 한 나절 혹은 하루 코스의 수련회를 진행해도 좋다. ... 중요한 박물관과 기념관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종 차별, 성 차별, 계급 차별 같은 큰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라.
"인간으로서 우리의 본질적인 약함은 치유하거나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가장 큰 힘의 근원으로서 받아들여야"(298쪽) 한다는 저자는 깨어짐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일본의 킨츠기(kingtsugi) 기법에 빗대어 설명한다. 킨츠기 기법, 처음 접했는데 흠이 많고 어리석으며 보잘 것 없는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들어 사용하시는지 너무 잘 와닿았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이 엄청난 깊이의 통찰과 신선한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쓴 책이기에 뻔한 내용이 뻔하지 않게 다가 오지 않았나 싶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제자훈련은 머리로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책에서 소개한 성경의 진리들은 설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이 진리들을 지식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이 진리들을 통해 깊은 변화를 경험하기를 원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교회에 또 다른 프로그램과 활동 하나를 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교인들에게 필요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내는 자전거를 배우는 것에 빗대어 이 역학을 설명하곤 한다. 내가 당신에게 자전거 타는 법에 관한 책을 줄 수도 있고 동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내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시범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그렇게 해 주어도 당신은 자전거를 타는 법을 터득할 수 없다. 스스로 타고 몸으로 터득해야 한다"(323쪽).
불현듯 떠오른 야고보 사도의 일침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약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