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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자리로 - 영광의 그분과 거룩한 발맞춤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0월
평점 :
<기도의 자리로>(How to Pary)
(Clive Staples Lewis, 1898-1963)
"나는 기도에 관한 책을 쓸 사람이 못 되네. 오히려 '건방진' 소리가 되겠지." 루이스가 1948년 8월에 친구에게 쓴 짤막한 편지에 들어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실로 루이스는 기도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지요.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루이스가 이 책을 쓰진 않았지만(엮은이, 마이클 G. 모들린[하퍼원 출판사 수석 부사장 겸 편집장]) 그의 책과 에세이, 그리고 편지와 시에서 두루 언급했던 기도에 관한 내용들이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한 것을 보면 그는 늘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 내 기도가 통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가?
* 하나님이 내 필요를 이미 다 아시는데 굳이 왜 구하는가?
* 기도가 짐스러운가?
* 시시콜콜 내 일을 하나님께 가져가는 건 염치없는 일인가?
* 기도와 ‘하나님의 섭리’는 어떻게 맞물리는가?
* 기도하려면 병적이리만치 내 죄를 성찰해야 하는가?
* 기도할 때 조심해야 할 덫은 무엇인가?
* 기도를 꾸준히 실천하려면?
* 적당히 내 것을 챙기며 기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 어떻게 ‘진짜 나’로서 ‘진짜 그분’ 앞에 설 것인가?
* 다윗처럼 즐거이 기도하려면?
* 기도에 관한 신약의 가르침,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가운데 기도하고 있는가?
* 고난이 영혼에 유익하다는데, 고난을 면하려고 기도해도 되는가?
* 구해도 하나님이 거듭 안 된다고 하실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일반적인 기도 입문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도의 응답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간증서도 아니죠. 루이스의 다양한 저작 속에서 주제에 맞게 엮은 책이기에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하며, 다음 장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더 기대하며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통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섬기던 연구소를 사임하고 교회에서 전임사역을 막 시작하면서 기도의 자리를 회복하며 깊은 기도의 지경으로 들어가길 소원했는데 이 책이 제게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떤 때에는 마치 루이스가 제게 귀뜸을 해주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요.
나름 아직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루이스 할아버지는 그 연세에도 저와 비교할 수 없는 순수함과 거룩을 향한 열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나오는 대로 아침 기도를 올려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하기 전이니 오늘 하루를 흠 없이 시작하게 하소서." [영광의 무게 The weight of Glory>, "실언" (47쪽)
기도를 하다가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헛나가기도 하고, 불필요한 말, 쓸 데 없는 말이 나오는 순간을 맞이하지요. 속으로 기도할 때에도 간혹 방금했던 기도는 다시 주어 담고 싶을 그런 문장이나 내용도 있는데 '모든 것을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응답 여부를 떠나 다 들으셨을텐데 어쩌나...' 할 때도 있고요. 또한, '왜 매번 내 기도는 이렇게 투박하게 비슷하게만 표현되는 걸까? 아버지께 좀 친밀하게 친밀한 교제 가운데 좀 생생하게 올려 드리고 싶은데'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루이스를 통해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수준 높은 표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도할 때도 사람마다 우상을 숭배하느라 귀먹어 듣지 못하는 우상에게 부르짖습니다. 주님, 우리의 기도를 그대로 듣지 마시고 어눌한 은유를 주님의 천의무봉으로 통역하소서." Poems(시집), "모든 기도에 붙이는 각주" (125쪽)
루이스의 글솜씨와 문장력은 이미 온 세상이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런 그가 쓴 편지는 또 얼마나 주옥같은지... 작가지망생들처럼 습작이라도 해야할까 봅니다.
"때로는 "기뻐하라"라는 사도 바울의 말에 순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삶은 순간단위로 살아야 합니다. 현재의 짐에 굳이 과거와 미래의 짐까지 더하지만 않는다면, 내 생각에 현재 자체는 대개 충분히 감당할 만합니다. "그날로 족하니라"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은 얼마나 진리인지요. ...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어쩌면 그것만이 범사에 유익하게 "재회에 힘쓰는" 길입니다. 하나님의 복을 빕니다."
Letters to an American Lady(한 미국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 (108쪽)
올해 읽었던 기도에 관한 책들을 살펴 보니 총 7권이더군요. 모두 제 기도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책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권을 꼽으라면 짧으면서도 제게 강한 감화를 주었던 이 책 <기도의 자리로>를 꼽을 수 있겠네요.
2020년 12월, 기도로 잘 마무리 하고자 하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