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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 100년 후에도 희망이 되는 기독교를 위하여
김형석 지음 / 두란노 / 2020년 10월
평점 :

기독교, (아직) 희망이 있는가?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망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희망적인 뉘앙스를 전하고자 "(아직)"을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제게는 제목이 전혀 희망적으로 읽히지 않았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100년과 변함없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섬기는 교회가 많이 있지만
교권주의와 교권의식으로 대변되는 몇몇 (초)대형교회들과 교단들의 모습은 이 사회에 "교회는 다 이 모양"이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남기고 있기에 제목이 부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네요.
그래서일까요, 신랄한 비판을 예상하고 들어간 저는 예상치 못한 따뜻함에 의아함을 경험했고, 한국교회에 대한 진단과 그 해법에 감탄을 했습니다.
"교리주의를 우려하는 것은 편협성과 폐쇄성 때문에 그리스도의 말씀, 즉 진리를 소홀히 여기거나 배제할까 염려되는 까닭이다. 교리는 우리의 것이지만 진리는 만인의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훈이 진리라면 그것은 다른 종교의 교리를 넘어 믿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30쪽)
"성경을 읽어보면 예수께서는 환자를 치유할 때 꼭 세 가지를 이뤄 주셨다. 질병의 치유, 정신적 위로와 안식, 그리고 믿음에 따르는 신뢰와 희망의 회복이다. 예수님은 인간을 아셨기 때문에 그렇게 하셨다. 인간을 모르면서 교리만을 강요했던 서기관, 율법학자, 제사장을 책망하셨다. 인간을 이해하는 의사였던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육체는 물론 정신과 영혼의 병을 치료해 주셨다. 우리도 인간을 사랑한다면 인간을 알고 이해하는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깊이 아는 사람이 한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이다." (58-59쪽)
김형석 교수님의 연세가 100세가 되셨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1920년 출생하셨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그래서 책 부제와 첫번 째 파트에서 더욱 100년이 강조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00년을 사신 분이시니 누구보다도 지난 100년을 잘 알 것이며, 이를 토대로하여 앞으로의 100년도 잘 내다 볼 수 있을테니까요.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저자께서 만난 인물, 사건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역사의 산 증인이시니까요.
"나는 어렸을 때 그분[안창호]을 뵈었고 또 두 차례나 직접 강연을 들었기 때문에 더욱 잊을 수가 없다. ...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외치던 음성이 아직도 내 심중에 남아 있는 것 같다." (43쪽)
"1962년 여름, 영국 여행 중에 에든버러의 한 교회에 들어간 적이 있다. 예배시간이었고 장로교회여서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예배가 끝난 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부부가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바쁘지 않으면 자기네 집에 가 차 한 잔 나누자고 청해왔다. 그날 나는 객지의 피로와 외로움도 잊은 채 그 부부의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부부의 친절은 그리스도의 안에서 나눈 잊지 못할 사랑의 교제였다. 세계 곳곳을 다녀보면 크리스천은 어디에 가도 혼자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형제자매와 더불어 있기 때문이다." (77쪽)
"영국 성공회의 지도자들은 왕족 및 귀족들과 함께 권세를 누렸으나 남쪽 잉글랜드에서는 감리교운동이 일어나 자각한 중견층들이 성장했다. 북쪽 스코틀랜드에서는 장로교가 부흥하면서 새로운 민주세력과 자각한 중견층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그런가 하면 동쪽 런던 빈민지역에서는 구세군운동이 전개되면서 국민들이 자신을 소외당한 피지배층으로 여기기보다 국가 발전에 동참하는 중산층의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건전한 기독교 정신과 기독교 운동을 통해 자각한 중견층이 성장함으로써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133쪽)
두 번째부터 네 번째 파트에서 다루고 있는 큰 주제들이 100년 후에도 희망이 되는 기독교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진부한 대안으로 보이기도 한 내용이 각 장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저자의 값진 경험과 오랜 숙고를 통해서 나온 것임을 확인하게 되면서 오히려 뻔하고 진부한 그 대안들이 모두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철학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기독교 사상의 핵심을 잘 정리하시되 신학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서술하셔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100년의 산 증인으로서 역사적 혜안과 통찰이 여느 역사학자 못지 않으셨습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삶의 기준이 되는 내용, 즉 크리스천들이 갖는 자기동일성은 무엇인가?
첫째는 인간적 성실성과 정직성이다. ... 둘째는 이기적인 발상과 행동을 버리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 셋째는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애와 인간 목적관에 결부시키는 일이다." (87-89쪽)
일부 내용에서 제가 배우고 옳다고 여기는 바와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그런 게 사실 큰 문제가 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100세의 현자에게서 받은 가르침이 너무나 귀하고 귀했으니까요.
100년 후에도 사회에 빛이 되는 기독교가 되길 소망하며...
'조용히 주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동참하여 '100년의 희망을 건설'하는 데 쓰임 받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