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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천 페이지에 담긴 서정과 서사.
흔들리며 그 자리에서 버티고 지켜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혹은 처절한 몸부림을 끝까지 완주한 내가 대견하다.
1969년 6월 19일 블룸스데이에,
우연이란 멋진단어로 만들어진 인생의 또다른 페이지를 때론 너무 아름다워서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빨려들어가듯, 때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도록 서정적인 감성으로 마구 사람을 흔들며,
슬프지만 강한 우정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채워진 이 이야기가
곧 그리워 질 것 같다.
작자는, 후기에도 올렸듯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는 사우스브로드 찰스턴을, 독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혹은 뇌수에 총을 겨누듯 섬뜩한 곳으로, 낭만과 인생이 어우러져 어딘가에 가까운곳에 손만 뻗으면 닿을듯이 묘사하고 있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레오킹에게,
오로지 이날 1969년 6월 19일 블룸스데이에 서로 우연이라기엔 그들의 인생을 너무 깊게 파고든 일련의 만남은 우리 독자들에게까지 특별한 날짜가 되도록 만든다.
"이날 나는 어머니가 한때 천주교 예수서임회 수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아틀라스 이삿짐 트럭 한대가 우리 집 건너편 19세기 찰스턴 단독주택의 진입로로 후진해 들어갔다. 또 브로드 가 성당 뒤쪽에 있는 성 유다 고아원의 정문 앞에 두 명의 고아가 도착했다. 한편 [뉴스 앤 쿠리어]는 이스트 베이 가에 있는 러틀레지-베닛 저택에서 마약단속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연관성없는 사건들이 우리의 레오킹에게 일어난 6월 19일을 시작으로, [사우스브로드]는 여러가지 특별한 사건과 그 사건들이 갖는 유대속에서 서로에게 갖는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들의 우정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으면서, 작가가 남긴 감사의 말이 가장 지루했던 소설.
제임스조이스의 율리시즈에서 이름을 딴 레오 킹,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남자가 제임스조이스를 기리기위한 날인 블룸스 데이에 일생을 두고 그와 함께 웃고, 아파하고, 의지하고, 지켜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남북전쟁이 일어났던 남부 특유의 흑백논쟁과 귀족들의 권위의식, 에이즈가 온 세계를 집어삼킬듯 했던 그 때, 또 미국 남부를 뒤 흔들어 놓은 허리케인의 급습과 그것을 극복해내는 사람들의 모습 등, 사우스브로드가 담고있는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지만 우리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때를 맞으면 우리를 엄습하는 조커의 장난질에서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이기때문에, 인간이기 때문에, 인생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레오킹과 아이크, 베티, 시바, 트레버, 몰리, 채드, 프레이저, 나일즈, 스탈라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게 만드는 시바와 트레버의 아버지와, 위대한 유산이 생각나게 만드는 캐논 아저씨, 지독하게 냉철하게 느껴지지만 마음 한 곳을 짠하게 만드는 레오의 어머니 그리고 레오가 언급하는 모든 사람들 때문에 [사우스브로드]는 반짝반짝 빛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