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수수께끼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김예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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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페니의 책은 처음 접한 것이었는데 인간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면서 의외로 시적이기까지 한, 취향에 잘 맞는 미스터리물이었습미다. 끝까지 잘 번역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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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마음들 - 분단의 사회심리학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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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관련한 연구들을 상당히 많이 소개하고 있고, 또한 정동이나 습속과 관련한 정치철학서들도 많이 인용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흐름을 개괄적으로 보고 참고하기에 좋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느꼈던 좋은 점과 동일. 주석들을 좀 하나하나 살피면서 흥미로운 책은 장바구니에도 담고 했다. 토크빌의 습속 이론을 북한의 신소 제도와 연결시킨 것도 흥미로웠다. 다만 그 감정구조가 그래서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사례나 설명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최근 후기 소비에트 사회의 정동을 다룬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을 읽었는데 그 책처럼 사례가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지만, 사실 현재 북한의 일상 사례를 모은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인지라;;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이후에 민중 사료에 대한 접근성이 좀 높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수령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정당화하고 당과 지도자의 노선과 정책을 규율화하기 위한 10대 원칙은 수행가능한 규범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결코 다다를 수 없는 포괄적 기준을 제시하여 모든 인민을 수령과는 구별되는 부족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p. 129)라는 부분은 후기 소비에트 사례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서, 만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북한 체제가 붕괴된다면 이에 대한 비교연구도 기대된다...

"분단 무감각은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자원이다"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학부 때 IR교수가 "위기가 계속되면 그게 위기겠냐"고 했던 말이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좀 웃었다. 통일이라는 말보다 분단체제의 해체라는 말이 좋다고 느꼈고, 어쨌든 분단체제의 해체로 나아가기 위해서 북조선 인민들의 냉전 체제에 대한 거시적-역사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분단 현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평양이라는 도시의 건설 및 재건설 과정이 북한 체제에서 어떻게 홍보되고 이용되었는가에 대해 서술하는 '평양 스펙타클과 북조선 인민의 정동' 파트. 사회주의 건축에 원래도 미약한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발판으로 좀 더 찾아볼 의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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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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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세랑의 최고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항상 안정적인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참 믿음이 가는 작가다. 환경주의자로서, 동시에 인간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작가가 현재에 대해 답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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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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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뷔야르의 다른 작품들은 번역 예정이 없나요? 그날의비밀이 너무 좋았어서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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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리데와의 투닥거림.
옷을 주는 행위의 의미.
전쟁 중을 상기시키는 모든 것들.

엘프리데가 내 뒤에 와서 섰다. "여기는 여학교가 아니야, 베를린 토박이. 병영이라고."
"네 일에나 신경 쓰시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되레 내가 당황해서 뒷목이 따가웠다. "네가 가르쳐줬잖아, 안 그래?" 나는 도발이라기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말투로 덧붙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왠지 엘프리데의 마음을 사고 싶었다. 그녀와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어찌됐든 애송이 말이 맞아. 특별히 독의 종류별 중독 증상에 관심 있는것이 아니라면 이런 책이 재미있을 리가 없지. 너는 죽을 준비를 하는 게 재미있나 봐?"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그날 저녁 나는 울라에게 줄 와인색 원피스를 빨았다. 내가 특별히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울라의 호감을 얻고 싶어서 그 옷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 그 옷을 입은 울라를 보면 내 삶이 베를린에서 그로스-파르치로 완전히 옮겨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 베를린에서의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옷을 울라에게 주는 것은 일종의 포기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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