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구절들
정리해고 확정 발표가 있은 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셋은 나란히 7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랐다. 처음 사다리를 오르던 날, 그들은 86일 동안이나 그 높은 곳에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p.186 그래, 그 지붕. 일하고 싶다고, 쫓겨나면 우린 죽는다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테러범처럼 진압하던 그 지붕에, 쌍용자동차 22번째 희생자인 그가 있었던 것이다. 가족도 없고, 집도 없고, 오직 쌍용자동차가 짧은 인생의 전부였던 그. 그가 거기서 하이에나 떼처 달려든 경찰특공대에게 밟히고 찢기었고, 그리고 해고당했다. 그리고 3년후 이 봄밤, 그가 죽었다. 22번째 죽음이었다. p.54
"하지만 중요한 건 벌써 스물 두 명이 죽었고, 앞으로도 또 죽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어떻게든 그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거예요. 사람이 죽는다고요!" p.43
친구도 끊어지고 동료도 뿔뿔이 흩어진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더 공부 많이 해서 출세하지 못한 내가 바보고 내가 죄인인 것만 같다. 부모만 잘 만났어도 이 일은 없었을 텐데, 이제 나 만나서 아내와 아이들도 고생하는 것 같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내가 죄인이다. p.167
그리고 이들은 아직도 죽음 앞에 서있다. 희망이, 정의가 없는 까닭이며, 그것이 회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며, 자신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힘센 정권과 언론과 여론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억울함을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PD수첩>에 출연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고" p.149
나라가 망할 것 같았다. p.163
"경찰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마자 "걱정마라. 우리가 여기있다."라고 화답이라도 하듯이 온다. p.112
사측은 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원에게 수면가스를 살포하려 했다.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민간인은 수면가스를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경찰도 진압 작전에서 수면가스를 사용한 사례는 없다. p.114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p.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