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3월에 읽은 책]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꿈 속 같은 이야기





한편을 읽고 다음 편을 읽을 때, 연결성 없이 툭툭 끊겨 읽혔다.

책에 대한 별다른 정보없이 읽어내려간 소설이라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첫편에 등장한 주인공은 수경. 두번째편에 등장한 주인공의 이름은 수진.

 

 

 

당연히 장편소설이라 생각했고,

'수경의 동생이 수진인가?'하며 한편을 더 읽은 후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건 장편소설이 아니였어. 

moon_and_james-38

그랬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단편소설이었다.

 (나는 왜 처음부터 눈치채지 못했나.... 나는 바보인가....)

 

두 편을 읽고 나니 이 책이 단편소설을 엮어 낸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세 편을 읽고 나니 이게 꿈속인지, 뭔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이라 줄거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가 될 것 같아, 말을 아끼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법한 이야기들도 있고, 문체또한 거기에 한몫을 더한다.

 

 

 

 

특히 여러단편 중에 '밀회'편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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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뭐야

이건 뭔데

도대체 무슨말이지

뭘 얘기하려는 걸까

'밀회'편을 읽는동안 아해가 어쩌구 저쩌구 하던 시가 떠올랐다.

 

13人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이상의 '오감도'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나를 괴롭히던 이 시...



'밀회'는 익숙치 않은 도시이름에, 주인공이 설명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오감도를 읽은 것 처럼 멀미가 나고 속이 울렁울렁 거린다.

택시를 오랜시간 탔다가 택시특유의 냄새에 어지러운것처럼.

(제목 '무슨일이 일어 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문장은

'밀회'편에서 나오는 구절 중 하나다.)

 

 

 

 기분이 꼭 꿈속에서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지만, 재밌게 잘 읽었다.

흐름이 짧아서 책장도 술술 잘넘어가고.

두께도 얇아서 재미위주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살인자의 기억법' 읽었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나 이러다 김영하 작가 팬될 거 같다.

조만간 '빛의 제국' 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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