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이름,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책을 덮고, 펑펑 울었다.
소리 내 운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집안의 정적을 날카롭게 깨는 내 울음소리가 귓가에 너무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 순간 나는... 82년생 김지영이었다.

82년생 4월생인 것도,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한 경력도, 소름 돋게 일치하는 주인공.
꼭 그녀와 동갑이어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낄 이 동질감.
그녀의 연대기를 따라가는 것은 마치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시기가 주는 공유와 향수, 그리도 시대적 정신과 배경들,
무엇보다 그 모든 세찬 바람을 마주해 왔던 그녀.

주어진 오늘을 살아내어 왔고 또한, 오늘, 고군분투하며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82년생 김지영'의 목소리는 어떤 의미일까.

나는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
엄마의 엄마가, 나의 엄마가, 그리고 내가, 마침내 나의 딸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희망이
이미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철저히 내몰린 거 같아요.
어느 순간 저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무엇을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녀들이 잃었던 수많은 존엄성을 모아 덩어리를 이루었다면 지구보다 큰 하나의 행성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여생과 다음 세대를 생각할 때, 포기라는 결론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존엄성의 행성은 이 지구 안으로 들어와 다시 각자의 존엄성으로 흩어져야 한다.

현시점 현시대의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82년생 김지영'
나이자 나의 여동생, 나의 누나, 나의 딸, 나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를  남성 독자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김지영씨의 손을 잡고,
김지영씨를 품안에 안고 다독이며
김지영씨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나누며,
밝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