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 - 사랑, 관계, 불안, 벗어날 수 없는 나와 가족의 심리 연대기
산드라 콘라트 지음, 박규호 옮김 / 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은 태어나 한평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들이 모여 한 개인의 인생 스토리와 역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가 선택하지 못하는 영역들도 있다. 예컨대 출생이나 혈연, 가족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누구도 자신의 부모나 가족의 구성원을 선택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세상에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나의 가족과 나의 환경의 시작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세계이자 첫 경험의 근원지이며 선택의 개념이 아닌 필연의 개념이 짙다.

어른이 되면서는 자신의 전공이나 직업, 취미, 기호 등에 의하여 나의 행동반경이 축소되고 집약되기 마련이지만 성인이 되기 전 단계의 시간은 자기 의지와 무관한 경우가 대다수다. 단연코 가장 큰 영향력은 바로 부모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등은 부모의 것으로부터 전도된 것이 많다. 이와 같은 내용이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에 아주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자녀의 자아 형성과 정체성에 부모의 관점과 생각은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한 성격과 정서 형성이 6세 이전에 완성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영역은 개인이 타고나는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100 퍼센트 부모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가장 상처받기 쉬운 10대 시절은 어떠한가. 역시 부모의 통제권 아래 새롭게 조우하는 세상과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특별히 한국의 입시제도에 시달리는 10대 청춘들은 더욱 아프고 힘들다. 그 시절 대부분은 부모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고, 그 여정 속에서 ‘상처’와의 조우를 비껴갈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할까.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가족 심리학의 관점에서 아주 상세하고 직접적인 사례와 안내를 통해 인간이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고 그 이후까지도 어떤 상처와 영향력에 지배당하고 살아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비단 ‘상처를 받은 자’들만이 아니라 ‘상처를 준 자’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들 대부분은 ‘상처를 받은 자이자 준 자’인 경우가 대다수이겠지만 말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가족의 유대감이 높고 또 전통적으로 대가족 문화의 영향을 받아 표면적으로는 그 형태가 변모했지만 정서적으로는 깊은 결속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를 읽으며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외형적 내면적 분리와 독립은 한 개인을 보다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부모의 자식의 유대관계가 친밀함을 넘어서 집착과 과잉 의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역이 다른 곳으로 대학교 입학이나 취업 그리고 결혼이란 명제가 없다면 성인이 되어도 대부분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독립돼야 할 시점을 놓치게 되며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책에서도 소개되는 잘못된 역할의 전도와 악순환, 지나친 가족에 대한 책무와 부담감, 과잉되는 소유욕과 집착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부정적 작용들은 이 책의 제목에 들어가는 ‘나의 상처’로 남고, 제대로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삶을 지배한다.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현재의 자신의 내면과 상처의 동기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도서를 읽는 것 자체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이것이 나와 나의 가족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인지가 중요할 거라 생각된다. 그런 시작부터 노력을 더한다면 자신의 내면의 정화와 건강한 변화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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