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2 세트 - 전2권 소설 조선왕조실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깨달았다.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이제까지 접해왔던 역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또한, 정도전과 조선개국을 소재로 삼았던 여타의 많은 작품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을.


친근한 문체에 역사적 일화에 의존하는 역사드라마를 떠올렸다면, 김탁환의 이 역사소설이 그리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역사적 사실에 더욱 충실한 역사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흥미와 극적 요소보다 객관적 시각을 중점에 둔 관점이 이 소설의 가장 진귀한 점 중 하나라는 것을 서두에 말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조선왕조실록’ 500년의 역사를 소설로 담겠다는 김탁환 작가의 장대하고도 위대한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는 낯설었던 편년체로서의 기록 형식들, 그 외 정도전 자신의 깊은 고뇌를 드러낸 일기형식과 서신 등은 인물들의 내면과 사건들을 오가며 당시의 시대적 혁명의 무거운 발걸음뿐만 아니라 그 역사를 따른 인물들이 꿈꾸었던 이상과 갈등의 흔적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첫 페이지부터 시작되는 편년체는 마치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소설의 시작은 대장군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지점에서부터 포은 정몽주가 살해되기까지를 시간적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책을 덮었을 때 종결지점에 대하여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이 시간적 설정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정도전과 조선개국의 주인공, 이성계, 정몽주 그리고 이방원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축을 이루었던 인물들의 행보를 그려내기에, 조선을 개국하기까지의 시점을 당연스럽게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몽주의 죽음으로 종결점을 찍는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정도전'에게 어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18일이라는 이 짧은 시간대의 선택은 역사적 배경보다 그 역사를 살고, 이끌었던 인물들, 그리고 그들만의 느끼고 경험했던 보이지 않는 내적인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큰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 본다. 

그런 이유로 이 소설은 사건의 전개보다도 개인의 사유와 고뇌, 가슴 속에 품은 원대한 꿈과 굳은 의지, 자기반성과 실천과 같은 보다 개인적인 만짐이 앞서서 독자에게 다가온다. 그러한 수많은 내적 소용돌이가 뒤엉키고 마침내 폭발하여 역사의 '혁명'은 외부로 표출되었다.

김탁환 작가의 이러한 조명은 정도전을 비롯한 이성계와 정몽주라는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더불어 역사적 '혁명'의 기록을 더욱 짙게 만든다. 표면적인 역사적 사실에 진정한 숨결을 더했다. 김탁환 작가 특유의 역사적 안목과 힘이 느껴진다. 

또한 함께 큰 꿈을 꾸었던 동지들의 방향성이 제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되면서 맞이하게 되는 비극과 개개인의 회한이 책을 읽어갈수록 독자의 마음 언저리에도 깊이 자리하여 많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오늘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이 역사소설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은 뜨거웠던 시대를 살아낸 인물들이 독자들의 가슴을 치며 외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한 갈구의 목소리다. 


정도전이 꿈꾸었던 세상과 혁명의 발돋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백성'이었기에, 그가 삶으로 내어 보였던 뜨거운 발걸음이 우리 사회의 선봉에 선 이들의 마음마저 전해지기를 염원해 본다. 


마지막으로 깊이 와 닿았던 정도전, 그 광활한 인물의 심중을 표현한 문장을 남겨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겐 백성이 가장 귀하였으이. 사직(社稷)보다도 군(君)보다도 귀한, 결코 갈아치울 수 었는 그와 나의 모든 것, 백성 민(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