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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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C.S.루이스] 신자의 자리로 How to Be a Christian (책리뷰/책소개/두란노/신간)

 

 

신자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종종 듣긴 했지만 근래에는 강단이나 설교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일까, 뭔가 본질적인 접근과 태도로 신앙적 정체성을 되짚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본서를 다 읽고 나서는 정말 적절한 단어라 생각했다.)

 

‘How to Be a Christian’이란 부제가 조금은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제목도 이 책의 전체적 중심을 다 표현하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기독교의 광범위한 세계의 다양한 축을 섬세하게 매만지며 짧은 호흡으로 기록한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몇 단어로 표현하긴 쉽지 않으며, 다뤄지는 내용들은 하나하나가 진중하고 중요하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지만 그리 무겁지 않다는 점에서 독자가 읽기에 용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의 참본질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삶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신앙은 참이 된다.

개념이 의미를 발하려면 우리가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p.8)

본서를 읽으며 가장 깊이 와 닿은 것은 우리가 믿음이라 믿고 논하는 이 주제와 여정이 일상 가운데 행위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외식과 배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상과 의식, 이론에만 머물러 있는 신앙은 참신앙이 아니다.

이 지점에 이르자 스스로 정말 회개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죄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노와 원망 그리고 혈기로 얼룩진 기억들이 떠올랐다. 사실 매일 넘어지고 쓰러지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절망할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이 믿음의 길을 걷는 것이 완성형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고, 쓰러진 그곳에서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새 힘을 반드시 주시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살갗을 베이면 어느 정도는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죽은 몸은 그 일을 하지 못한다.

살아 있는 몸이란 절대로 다치지 않는 몸이 아니라 웬만큼 자연 치유력이 있는 몸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은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능력을 받아 회개하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다. (p.91)

 

저자는 우리가 오늘의 삶을 살아가며 마주치는 순간들(일상 속 도발, 유혹, 실수, 절망, 용서, 사랑의 실천 등)에 어떻게 대처하고 신자의 여정을 걸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또한, 우리가 삶과 진리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거나 의구심이 드는 질문들(이성, 과학, 공동체와 개인, 영적활동, 재림 등)에 대하여 답변을 수록했다. 모음집 형식 안에서 저서뿐만 아니라 강연이나 편지, 인터뷰 등이 포함되었다는 점이 더욱 풍성하고 유익했던 것 같다. 그 안에 담긴 저자만의 철학적, 성경적 접근과 통찰력은 다시금 인생과 크리스천의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들었고 내 안에 인식과 태도에 깊은 감명을 남겼다.

 

선과 악은 둘 다 복리로 불어난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날마다 내리는 작은 결정이 한없이 중요하다. 오늘의 소소한 선행으로 적의 전략적 거점을 점령해, 거기서 당신은 몇 달 후면 여태 꿈꾸지 못했던 승리를 향해 진격할 수 있다.

반면에 오늘 사소해 보이는 정욕이나 분노에 빠지면 능선이나 철도나 교두보를 잃어, 거기서 적이 다른 수로는 불가능했을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 (p.140)

많이 듣고 접해도 늘 어려운 주제인 사랑용서에 대한 대목에서는 신선하다 싶은 문장이 있었다.

사랑하듯 행동하라.”

반복적으로 넘어지는 스스로의 연약함과 죄로 인해 낙심되었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할까. 사실 살아보면 누구나 느끼지만, 사랑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사랑스럽지 않은 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할 수 없는 대상을 용납하고 품는다는 것은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미 그 상대를 사랑한다고 믿고 행동하라고 권고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축을 자신이 아닌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두라고 말한다. 변하지 않고, 포기치 않는 사랑에 말이다.

 

사랑하듯 행동하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그분을 향한 우리의 사랑'보다 사고하기에 훨씬 확실한 주제다.

하나님의 주요 관심사는 우리의 감정이 아니다. 대상이 하나님이든 사람이든 기독교적 사랑은 의지()의 문제다. (p.141)

 

자신이 이웃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랑하듯 행동하라. 마치 사랑하듯 행동하면 정말 금세 사랑하게 된다.

싫어하는 대상에게 상처를 입히면 그 사람이 더 싫어지지만, 친절하게 대하면 어느새 그가 덜 싫어진다. (p.138)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더없이 감사했다. 소원하기는 다가오는 새해에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성화가 있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저자가 C.S.루이스이기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 적어도 내게는 언젠가 가까이라도 가보고 싶은 영역 안에 굳건하게 서 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나니아 나라 이야기’) 저자로 유명한 그는 탁월한 기독교 사상가이자 신학자이고, 작가이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지식을 선사하는 교수이기도 했다.

시대를 넘어 세대를 초월하여 지성과 영성을 전수하고 더 깊은 자리로 안내하는 영적 선배들의 발자취는 이토록이나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거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말은,

단지 그분에 대해 생각한다거나

그분을 본받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나를 통해 움직이신다는 뜻이다. (p.93)

 

한 해를 마무리하며 너무도 부족했지만 그보다 더 감사한 마음을 품어본다.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신앙이란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내 인생을 가장 아름답고 선하게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이라 생각한다.

새해에도 온전히 그리스도 안에머물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계시기를 소망한다.

마이클 G 모들린의 추천과 같이, 그야말로 놀라운 노정의 지혜가 활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 가운데 걸어 들어와, 역동적으로 숨 쉬고 움직이기를 기도하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새 힘과 용기가 가득 전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Happy New Year!!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1) C.S.루이스의 저서를 읽고 싶으셨던 분들, 다양한 책 중 고르지 못하셨다면 모음집을 먼저 읽어보세요. 그리고 원작들을 만나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2) 기독교와 신앙, 크리스천의 삶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께 추천해요.

 

(3) 신앙과 삶의 괴리감으로 고민이신 분께 추천 드립니다.

 

(4) 나니아연대기를 감명 깊게 보셨다면 저자의 원작 책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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