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1
존 번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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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N 예능 ‘스페인 하숙’에서 순례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걷는 많은 순례자가 등장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들이 마음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문득 순례길을 마친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녹록치 않은 그 순례길이 우리네 인생의 순례길을 축약해 놓은 듯 닮아있기에.

 


어린 시절 여름이 되면, 교회학교에서는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했다.
시원한 수박과 자두가 한 소쿠리 가득 담긴 모습, 노래와 암송 경연대회를 연습하던 아이들의 얼굴, 달란트 모으기에 혈안이 되었던 나, 맛있고 재미난 것이 가득했던 그곳에는 늘 아이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뭐가 그리 즐거웠을까.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리운 행복감을 느낀다.


여름성경학교에는 늘 빠지지 않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천로역정’이라는 코너였다.

우리는 삼삼오오 팀을 이뤘고, 단계별 관문을 넘듯 한 주제가 담긴 장소에서 미션을 성공해야 했다. 성공한 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마지막 관문을 넘긴 팀은 달란트 선물을 받았다. 마지막에 이르는 곳은 천성, 바로 천국이었다.
어린 나에게 스릴과 재미를 안겨주었던 그 코너 덕분인지 내게 ‘천로역정’이란 단어는 어려서부터 각인된 단어라 잊을 수 없는 단어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수많은 책과 설교자들로부터 들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기독교의 대표적인 고전이며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쇄된 베스트셀러라는 점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이 고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은 내 신앙 여정에도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고전이 주는 의무감이 무겁게 느껴졌다고 할까. 언젠가 한번은 봐야하는데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30대 후반이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순례자의 삶에 대하여 고민하고 묵상하게 되면서, 마음에서부터 이끌려 ‘천로역정’을 펼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통하여 진리에 비추어 내 삶의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었다.

 


존 번연은 말한다.

 

 


이 책은 무관심한 마음이 깨어나도록 대화체로 쓰였습니다.

생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 진실하고 정직한 복음의 진리가 담겨 있답니다.

 

 

 


나는 이 두 문장이 ‘천로역정’이란 책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천에게는 진리와 복음을 담은 이 소설의 여정이 놀라운 통찰력을 전해주며 큰 격려가 될 거라 믿는다. 또한, 비기독교인에게는 기독교 신앙의 정수와 복음을 이만큼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책이 없으리라 생각되어 꼭 권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무관심한 마음이 깨어난다는 이 표현은 실로 놀랍다.

 


믿음의 여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진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두려움이지 않을까. 오늘날, 많은 이가 이러한 왜곡된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렇게 왜곡된 믿음을 고집하고, 주장하는 것은 신앙을 가진 이들, 가지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 칼날의 방향은 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모르는 듯하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천로역정’ 에도 세속현자, 단순, 나태, 거만, 수다쟁이, 사심, 무지 등 이러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자신이 옳다고, 옳은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그들의 믿음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들 속에 내 모습이 있어 회개하는 마음으로 읽은 구절도 많았다. 특별히 ‘무지’는 천성에 가장 가까이 왔던 이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최종 목적지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순례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마태복은 7장 21~24절 말씀을 꼭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말씀으로 비춰보며 돌아보아야 하겠다.

 


‘천로역정’이 더욱 은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 존 번연의 삶이 아닐까.
그의 삶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족의 죽음, 장애를 가진 아이, 부인의 죽음, 전쟁터에 내몰리고 보았던 죽음들, 감옥살이 등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도의 고통과 좌절을 맛본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붙들었던 복음과 진리는 그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천로역정’의 주인공처럼 끝까지 순례길을 멈추지 않게 만들었다.

 


주인공 크리스천과 소망이 죽음의 강을 건너와 천성 앞에 이르러 천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천사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를 이렇게 말한다.

 

 

 

 

 

 

“거룩한 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지금까지 한 모든 수고에 대한 위로를 받고, 모든 슬픔은 기쁨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왕을 위해 뿌린 모든 기도와 눈물, 고통의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금 면류관을 쓰고 거룩하신 분의 ‘참모습’을 영원토록 볼 것입니다. 눈으로는 전능하신 분을 보고 귀로는 그분의 음성을 들으니 한없이 즐거울 것입니다.”

 

 

 

천국을 소망하는 것이 막연하게 느껴졌던 나는 ‘천로역정’을 읽으며 새로운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걸어갈 여정 끝에 믿음의 완주를 잘하였노라 고백하는 날을 꿈꿔본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 앞에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순간을 맞닥뜨린다.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면, 큰 좌절과 고난의 시점에 멈춰서 있다면, 믿음의 여정에서 좌절하며 불신으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꼭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천로역정’은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과 신앙의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 세대의 새로운 언어와 접근방식으로 고전을 소개해 준 두라노서원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전의 무게가 담고 있는 깊이가 고전을 만드는 것임을 절감하게 해 준 책이었다. 이러한 고전은 새로운 세대들에게 반드시 전해져야 할 책이며, 그 책임감을 실천해 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도 귀한 고전을 계속 만나보길 소망한다.
 
이동원 목사님의 말씀처럼,
‘고전은 언제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새 언어로 번역될 필요를 느낀다.’

 


아주 절실하게 말이다.

 


 

 

"거룩한 곳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지금까지 한 모든 수고에 대한 위로를 받고, 모든 슬픔은 기쁨으로 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왕을 위해 뿌린 모든 기도와 눈물, 고통의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금 면류관을 쓰고 거룩하신 분의 ‘참모습’을 영원토록 볼 것입니다. 눈으로는 전능하신 분을 보고 귀로는 그분의 음성을 들으니 한없이 즐거울 것입니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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