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열두 방향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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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렵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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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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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의 책을 모조리 모으고 싶고, 어스시의 이야기는 읽고 또 읽을 만큼 좋아하며, 3권 이후 4권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모른다. 안되는 영어실력이라도, 외서로 직접 구매해 볼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내가 기회가 되어 어~쩌다가 외국에 나갈 때면 내가 읽지 못한 3권 이후의 책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 흐르다 보니 4권이 나왔다! 그런데도 4권을 사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책의 장정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책 자체는 더 예쁘고 글씨도 커졌다는 것 안다. 판타지스럽게 그림도 바꾸고 하니 판타지 열풍에도 잘 부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렇게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전에 나온 3권을 보았기 때문이다. 구판 장정으로. 구판과 신판, 한눈에도 확 비교된다. 구판은 확실히 오래 전에 나온 것 같다. 90년대 중후반에 나온 것 같고 글씨도 작아서 페이지 수도 꽤 차이가 난다. 1,2,3권은 책꽂이에 꽂았을 때, 이렇게 볼륨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책들로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시작했고, 그 이야기들은 얼마나 날 황홀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한번 집어들자 책에 쏘옥 빠져서는 손을 놓지 못하고 새벽녘이 되어 마지막 장이 끝날 때까지 잠들 수가 없었다. 그책들은 정말이지.. 오래된 책장에서 찾아낸 마법서처럼, 옛이야기처럼 끌어들이는 힘이 아주 강했다. 책이 바뀌자 싫었다. 청소년용인지, 어른용인지 구분도 가지 않고, 일부러 그런 어중띤 독자층을 겨냥한 것은 아닌지 화가 났다. 구판의 오래되고 책냄새 날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에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는 게 더 즐겁고 진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새로운 장정의 책들. 참 예쁘다. 장정이 바뀌었다고 르귄의 우아한 글솜씨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난 여전히 어스시의 마법사를 잡으면 그것이 구판이건 신판이건 새벽녘이 되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만약 구판의 장정 방식으로 어스시의 마법사 4,5,6권을 만든다면, 난 신판을 홀라당 팔아버리고 구판을 모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반지의 제왕보다 낫다. 분명 대학교 때 반지의 제왕을 세 권짜리 두꺼운 책으로 보았는데, 영화가 개봉하고 이야기가 더 잘 알려지자 일곱 권짜리 책으로 나오더라. 글씨도 더 크고. 그렇게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데도, 난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약간의 내용만으로 그저 만족한다. 3권에서 7권으로 늘어난 반지의 제왕. 판타지의 고전처럼 낡고 고집있어 보이던 책이 그저그런 대중서의 옷을 입고 나타나다니. 그래도 뭔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산 건 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후린의 아이들이었다. 새로운 트렌드들을 타고 옷 바꿔 입는 판타지들. 이렇게 변신한 몇몇 책들에 대해서는..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읽을 수가 없다... 나의 까탈스러운 장정 취향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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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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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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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옛이야기 살펴보기 열린어린이 책 마을 4
서정오 지음 / 열린어린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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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만 있던 옛이야기에 대해, 비로소 그 깊이를 알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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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순난앵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홍재웅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열린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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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 본 이야기 중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요즘 나오는 창작 동화들을 무시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고요. 제가 워낙 옛이야기를 좋아하고, 1920-80년대에 나온 이야기들을 읽고 자라다 보니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만나면 푸욱 빠지고 맙니다. 약간의 향수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삐삐 이야기는 당연히 읽었겠지 하지만, 전 사실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어렸을 때 전집 가운데 한 권인 건 알겠는데, 저한테는 별 감흥이 없었는지 그림은 기억나도 글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몇 년 전 생일에 자랑스럽게 <삐삐 롱 스타킹>을 선물받았어요. 주변의 지인들에게 "정말 너답다, 너 삐삐 같애."라는 말을 들으며 아주 뿌듯해 했습니다. 그러면서 <삐삐 롱 스타킹>을 읽는 순간.  

난 정말 삐삐가 옆에 있었으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얘가 어찌 그런지, 그런 건강함과 극성스러움이 책을 읽으면서도 견딜 수 없을 정도였어요. 삐삐의 캐릭터에 대해 어린이들의 건강함을 아무런 제재없이 모아 놓았다고 하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책이라고 하지만,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해하기 싫었습니다. 원, 얘가 왜 그런지. 

그런 삐삐를 이해하게 만든 건, 바로 이 책이었어요. 정 반대의 극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들은 이 책이요. <그리운 순난앵>은 모두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운 순난앵, 라임오렌지나무가 노래해요, 매 매 매!, 에카의 융케르 닐스 이렇게요. 그 가운데에서 그리운 순난앵과 라임오렌지나무가 노래해요는 너무 애절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매 매 매!와 에카의 융케르 닐스는  어린 친구들이 힘든 시기를 이기고 집에 돌아오고 건강해지는 결론을 보여 줍니다. 사실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좋은, 해피 엔딩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고된 날을 보내던 주인공들이 환희의 순간을 맞으니까요. 단지 그 환희의 순간을 현실 세상에서 맞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삐삐의 영화인지, 책에서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삐삐가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지요. "학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오로지 사탕을 먹고 노는 일 뿐이야." "그럼 선생님을 뭘 하시는데?" "선생님은 사탕 껍질을 까서 우리에게 주는 일을 하셔." ^^ 망나니 같은 이 캐릭터가 던지는 말이, 무한한 당위성으로 들리는 때입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거워야 하고, 많은 것을 받고, 누군가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받아야 하는 시기. 오로지 받기만 해도 되는 시기, 인생의 어린이 때입니다. 삐삐와 순난앵의 두 남매와 말린과 스티나 마리아는 바로 그런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뢰 속에 굳건히 자란 아이는 때로 놀랍도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지요. 에카의 융케르 닐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이를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내놓는 용기. 그 용기는 결국 닐스의 병을 스스로 물리치게 만듭니다.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는 것도 현명하지만, 때로 어려운 상황을 정면으로 받아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고 그의 굳은 의지와 건강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 되지요. 특히, 꿈에서의 시련은 현실에서의 시련을 대신하여 이런 의지를 시험해 보는 좋은 장이 됩니다. 꿈-환상에서의 강한 의지가 에카의 융케르 닐스를 다시 건강하게 만듭니다. 병을 물리치게 만듭니다. 

저는 어린이책을 좋아합니다. 단축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커다란 세계, 그 풍부함을 느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어른책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무언가, 그건 어느 정도의 노스텔지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오랜 시간이 지나 읽었을 때 또다시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게 그렇게 끌어올릴 감성이 있기에, 어린이들이 그 시기에 좋은 책들을 많이 보면 좋겠습니다. 오래 남을 책. 이 책도 그런 감성의 오로라를 불러일으킬 컬렉션으로 둘 수 있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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