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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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의 책을 모조리 모으고 싶고, 어스시의 이야기는 읽고 또 읽을 만큼 좋아하며, 3권 이후 4권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모른다. 안되는 영어실력이라도, 외서로 직접 구매해 볼까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내가 기회가 되어 어~쩌다가 외국에 나갈 때면 내가 읽지 못한 3권 이후의 책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 흐르다 보니 4권이 나왔다! 그런데도 4권을 사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책의 장정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책 자체는 더 예쁘고 글씨도 커졌다는 것 안다. 판타지스럽게 그림도 바꾸고 하니 판타지 열풍에도 잘 부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렇게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전에 나온 3권을 보았기 때문이다. 구판 장정으로. 구판과 신판, 한눈에도 확 비교된다. 구판은 확실히 오래 전에 나온 것 같다. 90년대 중후반에 나온 것 같고 글씨도 작아서 페이지 수도 꽤 차이가 난다. 1,2,3권은 책꽂이에 꽂았을 때, 이렇게 볼륨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책들로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시작했고, 그 이야기들은 얼마나 날 황홀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한번 집어들자 책에 쏘옥 빠져서는 손을 놓지 못하고 새벽녘이 되어 마지막 장이 끝날 때까지 잠들 수가 없었다. 그책들은 정말이지.. 오래된 책장에서 찾아낸 마법서처럼, 옛이야기처럼 끌어들이는 힘이 아주 강했다. 책이 바뀌자 싫었다. 청소년용인지, 어른용인지 구분도 가지 않고, 일부러 그런 어중띤 독자층을 겨냥한 것은 아닌지 화가 났다. 구판의 오래되고 책냄새 날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에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는 게 더 즐겁고 진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새로운 장정의 책들. 참 예쁘다. 장정이 바뀌었다고 르귄의 우아한 글솜씨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난 여전히 어스시의 마법사를 잡으면 그것이 구판이건 신판이건 새벽녘이 되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만약 구판의 장정 방식으로 어스시의 마법사 4,5,6권을 만든다면, 난 신판을 홀라당 팔아버리고 구판을 모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건 반지의 제왕보다 낫다. 분명 대학교 때 반지의 제왕을 세 권짜리 두꺼운 책으로 보았는데, 영화가 개봉하고 이야기가 더 잘 알려지자 일곱 권짜리 책으로 나오더라. 글씨도 더 크고. 그렇게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데도, 난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약간의 내용만으로 그저 만족한다. 3권에서 7권으로 늘어난 반지의 제왕. 판타지의 고전처럼 낡고 고집있어 보이던 책이 그저그런 대중서의 옷을 입고 나타나다니. 그래도 뭔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산 건 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후린의 아이들이었다. 새로운 트렌드들을 타고 옷 바꿔 입는 판타지들. 이렇게 변신한 몇몇 책들에 대해서는..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읽을 수가 없다... 나의 까탈스러운 장정 취향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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